(2020 회복을 위한 특별기도회)
6. 기도의 끝을 아름답게 하라!(창 24:26-27/사망의 그늘에 앉아)
∙묵상을 위한 이야기 : <용두사미>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좋았지만 끝이 흐지부지하거나 별 볼일 없는 것을 말합니다. 기도에도 용두사미와 같은 모습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순전하고 열심을 내다가 중간에 그 마음이 바뀌거나 열정이 식어버리는 것입니다. 심지어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신 후에 변질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처럼 문제 해결을 위하여 필사적으로 기도하다가 정작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은혜를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용건이 끝났다는 말이죠. 기도는 우리를 하나님께 잇대어 놓는 것인데, 용건이 끝났다고 그 줄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것은 자기 복을 자기 발로 차버리는 셈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맡은 일에 충성하되 끝까지 충성한 사람의 기도.
창세기 24장에는 아브라함의 늙은 종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주인의 요청으로 이삭의 아내를 찾으러 떠납니다. 어찌 보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삭과 리브가의 만남을 위하여 등장하는 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 늙은 종의 이야기를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의 행보에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주인의 명령을 받은 늙은 종은 메소포타미아로 갑니다. 거기 우물가에서부터 이 종의 행동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먼저 이렇게 기도합니다.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데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창 24:12) 지금 그는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하여 기도합니다. 이삭의 베필을 찾는 것은 아브라함 가문의 대를 잇는 중대한 일입니다. 그러나 늙은 종이 이렇게 기도하며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은 좀 남다릅니다. 왜냐하면 종의 덕목은 성실하게 맡은 일을 수행하는 것에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일만 성실하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늙은 종은 거기에 마음을 다하여 기도합니다. 좀 냉정하게 보면 자기 며느리를 찾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늙은 종은 자기 일보다 더 극진하게 주인의 일을 수행하며 기도한 것입니다.
그의 기도처럼 늙은 종은 순조롭게 리브가를 만납니다. 바로 그가 기도한 우물가에서 그녀를 만납니다. 그 때에 그 늙은 종은 또 다시 기도합니다. “나의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나이다. 나의 주인에게 주의 사랑과 성실을 그치지 아니하셨사오며 여호와께서 길에서 나를 인도하사 내 주인의 동생 집에 이르게 하셨나이다”(창 24:27)
늙은 종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을 기억하고 감사와 찬송을 올린 것입니다. 이 지점이 우리의 묵상의 핵심내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에 응답을 받으면, 자신이 그렇게 기도한 덕분에 응당 누려야 하는 권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이 아니라, 이것을 이루게 된 자신에게 주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늙은 종은 하나님을 찬미할 뿐 아니라 그렇게 하나님께서 응답하신 것은 자신의 주인 아브라함에게 베푸신 은혜 덕분이라 고백합니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또 이렇게 말합니다. “내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하사 나의 주인의 동생의 딸을 그의 아들을 위하여 택하게 하셨으므로 내가 그에게 경배하고 찬송하였나이다.”(창 24:48)
그는 자신이 이룬 일들을 자신의 능력이나 업적으로 과장하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고백합니다. 그것이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실 리브가와 그의 오빠 라반은 이 결혼을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늙은 종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들의 마음이 바뀌게 됩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에 어찌 가부를 말할 수 있겠냐며 이 결혼을 받아들입니다. 그 장면에서 이 늙은 종은 또 땅에 엎드려 여호와께 절합니다(창 24:52). 만약 이 종이 하나님을 찬미하는 기도를 하지 않았다면 이 결혼을 깨질 수도 있었다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마무리가 약해서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도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도 중요합니다. 결국 이 늙은 종이 끝까지 하나님을 찬미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바로 그 장면이 아브라함 가문의 대를 잇는 아름다운 결론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성경은 이처럼 모든 일을 하나님께 의뢰하고, 또 끝까지 감사와 찬송을 드린 늙은 종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기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의 마무리가 아름다운 사람에게 주시는 놀라운 열매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특별새벽기도 마지막 날 우리는 이런 기도의 마무리까지 온전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