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회복을 위한 두이레 특별새벽기도회)
하나님을 찾아나서는 순례의 길 / 소망(130편)
❍말씀 : 시편 130편 1-8절
❍찬송 : “내가 깊은 곳에서”(찬송가 363장)
❍기도 : 박성수 집사
오늘 시편의 말씀은 ‘집에 돌아오는 탕자의 마음’으로 재구성할 때에 더 큰 은혜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상상해봅시다. 탕자가 재산을 다 탕진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올 때, 저 멀리 흐릿하게나마 아버지의 집이 보이는 순간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행여 아버지가 나를 내치시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그래도 아버지 집의 종으로라도 써 달라면 받아주실 지도 모른다.’는 염치없는 소망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집으로 향하는 사람의 마음, ‘도상(道上)의 떨림’입니다. 어쩌면 순례자는 그런 떨림의 마음으로 아버지의 집에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 멀리 아버지의 집이 희미하게 보이는 순간, 탕자의 눈에는 집 밖에서 기다리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서 보입니다. 동구 밖까지 나아온 아버지의 모습(아버지의 집보다 더 크게 보이는 아버지)을 보면서 탕자는 그 마지막 발걸음을 눈물로 적셨을 것입니다. 이는 용서받을 수 있다는 안도요, 아버지의 집에 거할 수 있다는 소망입니다. 오늘 시편은 바로 그 마음을 노래로 표현합니다.
이제 시인의 마음을 따라가 봅니다. 1절에서 시인은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시 130:1) 여기서 ‘깊은 곳’은 탕자로 말하면 돼지우리에서 쥐엄 열매를 먹는 자리, 즉 그 처지와 형편이 무너져 인생의 바닥을 친 곳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순례자에게 고통은 숨겨야할 치부가 아니라, 고통을 순례의 이유로 삼아 나아가는 것입니다. 고통을 포함한 삶 전체를 하나님께 푹 담글 때에 순례자의 영혼은 진실해집니다. 본문의 시인도 자신의 고통스러운 자리에서 기도를 끌어올립니다. 하나님은 상처입고 절뚝거리는 자를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믿음이 담긴 기도입니다. 비록 그 고통이 우리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은 그것까지 안아주시는 분임을 고백하는 것이죠(4절,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실제로 하나님은 순례를 명하시기 위하여 고통을 주시기도 합니다.
그렇게 신산(辛酸)한 마음을 기도로 바꾼 후에 시인은 하나님을 바라봅니다(5절). 이제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고통의 현실이 변경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는 마음입니다(6절). 이 점이 바로 오늘 노래의 목적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이 찾아오셔야 자신의 삶이 변화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밤새 추위에 떨던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는 것은 바로 모든 고통이 끝나고 평안해지를 소망하는 것인데, 시인은 바로 그런 마음으로 하나님을 기다립니다. 그것이 하나님께 소망을 둔(시 62:5) 순례자의 바램입니다.
요나서를 보면, 요나가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나 도망할 때에 하나님은 그를 깊은 바다에 던지십니다. (요나서 1장은 요나의 계획이 끝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물고기 뱃속에서 요나가 기도하며 하나님의 계획을 수긍하는 순간 요나의 고난이 끝납니다(요나서 2장).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길 때에 자신의 고난이 끝난다는 명백한 사실을 깨닫는데 요나의 경우에는 3일이 걸렸고, 어떤 분들은 3년, 또 어떤 분들은 30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소망이 여호와께 있음을 빨리 깨닫고, 그분께 나아가며, 그분의 말씀에 우리의 삶을 벼리는 것이 바로 ‘고통이 종식되는 날’입니다. 시인은 그것을 깨달은 후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지어다.”(시 130:7) 순례는 바로 그렇게 하나님을 바라는 것이며, 그렇게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이는 동시에 우리의 죄악이 속량되고 온전해지는 길이기도 합니다(8절). 바라기는 순례의 길에서 고통이 변하여 기쁨이 되고, 수치심이 변하여 감격이 되는 소망의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