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 -4>
응답받는 기도, 응답하는 기도 - 기도는 실망하는 마음과의 싸움이다.
✍ 함께 읽을 말씀 : 열왕기상 19장 11-13절
“아무리 기도해도 바뀌는 게 없어요.”
이는 기도에 관한 질문 중 목회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내용이다. 기도에 지치고 실망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하다. 신앙생활 중 찾아오는 피로감은 정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한 기업에서 직장인 천명을 대상으로 최근 무기력증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설문조사했다. 그랬더니 응답자의 60%가 그런 경험을 했다고 답했고, 직급별로는 입사한지 6-9년차인 차장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에 대한 회의감, 승진에 대한 불안감, 가족과 건강을 돌보지 못한 미안함이 몰려온 탓이다. 이런 무기력증은 가정을 섬기는 전업주부나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찾아오는 고질적인 문제다. 즉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이런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신앙생활도 그렇다.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응답이 없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삶의 형편은 그대로이고, 늘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후퇴하는 것 같을 때가 실제로 있다. 과거 이스라엘이 광야생활을 할 때도 그랬다. 그들은 40년의 세월을 그렇게 지내왔다. 그 사이 피어난 실망감은 더 설명할 것도 없을 정도였다. 이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지는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순간, 억지로 몸을 일으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몸의 리듬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다면, 의도적으로 더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한다. 멈추었던 기도의 시동을 다시 걸 때에, 기도의 불은 물론 삶의 열정까지 뜨겁게 지펴지게 된다. 그래서 시험들었을 때에 작정기도를 하는 것이 좋고 마땅하다. 기도는 실망하는 마음과의 싸움이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기도가 우리 인생의 마지노선이고, 여기서 우리는 인생을 걸어야 한다.
우리가 다 아는 엘리야 이야기를 해보자. 이스라엘의 범죄로 인하여 가뭄이 들었다. 3년 6개월 동안 이슬조차 내리지 않았다. 이때에 백성들의 실망감은 어떠했을까? 그 때에 엘리야는 그들의 실망감을 엎어버릴 갈멜산 사건을 주도한다. 여기서 엘리야는 기도로 백성들의 실망한 마음을 반전시킨다. 하지만 이런 승리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변하지 않는다. 아합의 아내 이세벨의 위협과 백성들의 냉랭함에 그는 도망가야 했다. 엘리야의 실망감이 얼마나 컸는지, 그는 하나님께 죽기를 간청한다(왕상 19:4). 불과 얼마 전까지 불굴의 투지와 신실한 모습을 보였던 엘리야도 실망과 피로감에 무너진 것이다. 기도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더라는 말이다.
하지만 바로 그 때에 하나님은 엘리야를 다독이신다. 이는 죽기를 구하였던 엘리야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다. 먼저 그를 먹이시고, 그에게 말씀으로 역사하신다. 엘리야는 호렙산에서 여호와 앞에 서게 되는데, 거기에는 크고 강한 바람도 있고 지진도 있었지만 거기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다. 때로는 삶에 일어나는 엄청난 소용돌이가 하나님의 방식이 아님을 드러낸 것이다. 오히려 하나님은 세미한 소리로 엘리야에게 이리 말씀하신다.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하나님은 그의 탈진이 갈멜산 이후의 실망감임을 아셨다. 그래서 바람이나 지진과 같은 엄청난 사건이 아니라 세미한 소리로 하나님의 현존을 알리신다. 때로는 하나님의 응답이 그렇다. 엄청난 사건이 아니라, 작은 일처럼 보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신다. 또한 하나님은 돌이키지 않는 백성들에게 실망한 엘리야에게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칠천 명이 있음을 알려주신다(왕상 19:18). 세상은 변하지 않았더라도, 세상을 변화시킬 사람은 아직 남아있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이렇게 응답하신 것이다. 실망하는 마음을 이기고, 다시 네가 가야할 길을 가라는 것이다.
오늘 우리의 기도도 그렇다. 우리의 기도는 바로 이런 실망하는 마음과의 싸움이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다시 재촉하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그게 하나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