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 -5>
응답받는 기도, 응답하는 기도 - 급할수록 차분히 기도하라.
✍ 함께 읽을 말씀 : 다니엘 9장 19절
“마음이 너무 급하고 초조해서 기도가 안돼요.”
이는 목회자들이 받는 기도에 관한 질문 중 가장 해결하기가 난감한 질문이다. 이렇게 급하고 초조할 때에는 아무리 조언을 해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소개해보자. “2018년 미국 뉴저지에 폭풍이 몰아쳤을 때에 앤소니 곤잘레스라는 사람은 아버지가 계신 마을이 고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그는 입구에서 저지하는 안전요원들을 따돌리고 마을에 들어선다. 곳곳의 전신주가 무너졌기에 감전될 위험이 있었지만 그는 조급한 마음에 곧장 아버지의 집까지 직진한다. 그런데 그는 바로 거기 아버지의 집 앞, 그것도 아버지의 눈앞에서 죽게 된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바닥에 깔린 전선을 밟아서 감전되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그는 전기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전기기사였지만, 급한 마음에 행동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 기사는 선한 마음에서 출발한 행동이지만, 급한 마음에 일단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급한 마음에 하는 모든 행동은 낭떠러지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 뭔가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생각하고 달리다가 주변의 위험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상승적 몰입감’이라 칭하는데, 자기 생각에만 골몰하는 병리현상이다. 뭔든 해야 될 것 같은 마음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다니엘의 경우를 살펴보자. 다니엘은 이스라엘이 포로 된 지 70년 만에 회복될 것이라는 말씀을 깨닫는다(단 9:2). 헤아려보니 그 연수가 거의 다 찼다. 자기 민족이 해방되는 날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다니엘은 마음이 조급하여졌다. 그래서 평소에도 기도하던 다니엘이었지만, 그 날부터 작정기도를 하게 된다(단 9:3). 그만큼 간절했다.
그런데 그의 기도문을 보면,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이루어진다. 그는 급한 마음에 결론부터 꺼내지 않는다. 너무나 급한 상황이지만 다니엘은 기도의 순차를 차분히 밟아간다. 먼저 자기 민족의 죄를 회개한다(단 9:4-16). 그것도 재를 덮어쓰고 회개한다. 자기 잘못 때문도 아닌데 말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회복은 사람들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 때문임을 분명히 밝힌다(단 9:17). 마지막으로 주의 이름을 세 번이나 불러가며 기도를 마무리한다. “주여 들으소서 주여 용서하소서 주여 귀를 기울이시고 행하소서 지체하지 마옵소서”(단 9:19) 이 장면에서 다니엘이 분명히 구하는 것은 ‘나의 하나님’(언약의 하나님)이 하나님을 위하여 그 백성을 회복시켜달라는 것이다.
다니엘의 기도에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된다. 첫째로 응답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이 들으시고, 용서하시고, 행하셔야 이스라엘의 회복이 이루어진다. 사실 지금 다니엘은 많이 초조한 상태이다. 뭔가 될 것 같은 상황이고, 그런 역할을 할 만한 지영향력도 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이 하셔야 한다고 기도한다. 둘째로 다니엘은 하나님의 마음을 살피는 기도를 한다. 하나님께서 패역한 자들을 다시 예루살렘에 모으시기 위해서는 그들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다니엘은 그 용서를 구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다니엘은 응답을 구하고 있지만 먼저 하나님께 응답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셋째로 다니엘은 급한 마음에 하나님보다 앞서나가지도 않았고, 더 차분하게 순서를 밟아가면서 기도한다. 하나님의 응답은 바로 이렇게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하나님의 역사를 구하는 응답하는 기도와 연동되어 있다.
얼마 후 천사 가브리엘은 다니엘에게 말한다. 네가 기도를 시작할 즈음에 이미 명령이 내려졌고, 하나님께서 너의 기도에 반응하시어 은총을 입게 할 것이며, 환상과 예언에 응하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단 9:23-24). 한 마디로 너의 기도가 응답되었다는 말이다. 놀라운 기도요, 응답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듣고 계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계획을 따라서 준비된 자에게 응답하신다. 여기서 응답받을 준비는 바로 다니엘처럼 하나님께 응답하는 것이요, 하나님보다 앞서지 않고, 그분의 권능을 신뢰하는 태도이다. 오늘 우리가 기도가 그러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