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활절 새벽기도회>
응답받는 기도, 응답하는 기도 - 응답받은 후의 기도.
✍ 함께 읽을 말씀 : 역대상 17장 22-24절
• 함께 묵상할 내용
“작정 기도가 끝난 다음에 기도가 시들어졌어요.”
이는 목회자를 가장 실망스럽게 만드는 질문이다. 작정기도나 특별기도회를 하는 이유는 기도의 불을 당기는 것이다. 혼자서는 기도의 불을 지피기 어렵기에 이런 특별 기도회를 통하여 함께 기도의 문을 여는 것인데, 불만 지펴놓고 그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도 전에 장작을 빼내는 것은 꽤나 속상한 일이다. 기도의 불을 지폈으면 이제 그 불길을 따라서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기도의 삶이고, 응답받은 삶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기도의 불을 더 세게 지펴나가야 한다. 하나님은 그런 기도의 불길을 흠향하시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도는 기도 시작 이후가 중요하다. 더 세고 깊은 기도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기도는 응답받은 이후의 기도가 더 중요하다. 이것을 기억하자. 사람들은 대개 급박한 문제 앞에서 뜨겁고 간절하게 기도한다. 그 때에는 너무 절박한 심정이기에 그 문제만 해결되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으로 기도한다. 그러나 막상 문제가 해결되면 어떨까? 입술이 마르도록 기도하고, 목이 쉬도록 부르짖던 기도의 줄이 느슨해진다. 갑자기 마음이 식어버리고, 기도의 문을 닫은 채 하나님께 시치미를 뗀다. 그러면 그동안 해왔던 기도는 내가 원하는 것을 취득하기 위한 수단이었나? 하나님은 이런 태도를 서운해 하신다.
사실 정말 중요한 기도는 응답받은 후부터 시작된다. 하나님은 그렇게 응답받은 후에 우리의 모습에 주목하신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응답하신 것은 첫 선물에 불과하다. 그 이후에 더 크고 놀라운 일들을 계획하시고, 더 크게 역사하시기 위한 씨앗을 주신 것이다. 그러니 응답받은 이후에 이 씨앗을 뿌리고 가꾸게 되면, 그 때에는 30배, 60배, 100배의 열매가 더 따라오게 되어 있다.
다윗의 경우를 보자. 다윗은 어려움 중에 끝없이 하나님께 기도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를 통일하는 왕이 되었고, 주변 국가들을 복속시켜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의 성막을 본 다윗의 마음이 불편했다. 자기 왕궁은 백향목으로 지는 화려한 건물인데, 언약궤는 여전이 임시 장막에 머물러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궤가 왕궁보다 못한 곳에 놓여 있는 게 다윗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고, 다윗은 선지자 나단을 찾아 성전을 건축하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마음은 달랐다. 하나님은 너무 많은 전쟁을 치룬 다윗을 통해서 성전을 건축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대상 17:10-13). 게다가 하나님의 계획은 먼저 다윗의 집을 온전하게 세우고 그 나라를 견고하게 하는 데에 있었다. 하나님은 다윗의 계획은 거절하셨지만 다윗의 마음을 받으신다. 그래서 먼저 그의 나라가 왕성해진 후에 그의 후손을 통해서 성전을 건축하겠다고 말씀하신다. 그 때에 다윗은 감격하여 여호와 앞에서 감사하며 기도한다(대상 17:16-27).
이 장면의 흐름을 가만히 살펴보자. 첫째로 다윗은 하나님을 위하여 성전을 짓겠다고 한다. 다윗의 기도다. 둘째로 하나님은 그것보다 더 놀라운 일을 다윗의 집을 위하여 하겠다고 하시고, 그의 후손들이 대대로 왕이 되리니 그들을 통하여 성전을 짓겠다고 하신다. 다윗이 기도한 것보다 더 후히 갚으시는 하나님의 응답이다. 셋째로 다윗은 그 하나님의 응답에 감격하고 감사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자기 집이 견고해질 것을 구하며, 그 모든 일은 언약의 하나님이 행하신 것이기에 그 이름을 높이는 기도를 다시 한 번 드린다. 이것이 오늘 본문이고 기도응답 이후에 드려진 다윗의 감사 기도이다. 참 놀랍고 아름답다. 다윗은 하나님의 응답 이후에 더 깊은 기도를 드리는데, 그것은 감사요, 찬미요, 영광이다.
하나님은 이런 다윗의 기도(응답 이후의 기도)를 너무너무 기뻐하시면서 이전보다 더 큰 은혜로 함께 하신다.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대상 18:6b)
이전까지 다윗이 이룬 일이 많았지만, 그것은 정말 고군분투하며 쌓아온 열매들이다. 그런데 다윗이 이 두 번째 기도를 드린 이후에는 위력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따라서 다윗은 어려운 일들을 쉽게 해나간다. 이것이 기도 응답 이후에 드려진 다윗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역사이고, 성경은 이를 ‘형통’이라고 말한다. 거꾸로 말해보자. 사람의 형통은 기도응답 이후에 기도자의 태도에 달려있다. 우리가 다윗의 두 번째 기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응답 이후의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야기는 또 있다. 아람 왕의 군대 장관 나아만은 과거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로, 나라를 구하였지만 나병환자였다(왕하 5:1). 그렇게 투병을 하던 중에 사마리아에 있는 엘리사 선지자 앞에 나아온다. 사실 나아만이 사마리아 땅에 들어섰다는 것만으로도 이스라엘 왕이 벌벌 떨 정도로 그는 위대한 장군이다. 그러던 자가 엘리사에게 와서 엎드렸는데 엘리사는 만나주지 않는다. 시종을 보내 치료법을 알려주었을 뿐이다. 면박을 당한 나아만은 화가 나서 집으로 가다가 자기 종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고쳐먹은 후에 요단강에 몸을 담근다. 그리고 그는 깨끗함을 입게 된다. 바로 그 이후가 중요하다. 나아만은 자신에게 면박을 준 엘리사를 다시 찾아가서 하나님을 찬미하고 예물을 드리고자 한다. 엘리사는 그의 찬미는 허용하되 예물은 받지 않는다. 두 번째 면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만은 이렇게 말한다.
“나아만이 이르되 그러면 청하건대 노새 두 마리에 실을 흙을 당신의 종에게 주소서 이제부터는 종이 번제물과 다른 희생제사를 여호와 외 다른 신에게는 드리지 아니하고 다만 여호와께 드리겠나이다”(왕하 5:17)
그는 면박을 주는 엘리사에게 이스라엘의 흙을 가지고 가서 제단을 만들고,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겠다고 결단한다. 바로 이 장면이 나아만이 기도응답 이후에 드리는 두 번째 기도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엘리사는 나아만에게 “평안”을 허락한다. 여기서 평안은 다시는 이런 질병이나 고난으로 시달리지 않을 것을 허락하는 하나님의 평안이다. 거꾸로 평안은 기도 이후가 아름다운 사람에게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더 큰 응답이다.
우리는 지금 응답 이후가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다. 다윗이 그랬고, 또 나아만이 그랬다. 단순히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기도를 넘어서, 하나님이 응답하셨을 때에 더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응답하는 사람은 형통과 평안을 선물로 받는다. 이게 하나님의 방식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믿는 순간부터 구원을 허락받는다. 신앙생활 시작부터 응답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떠했는가? 다윗처럼 나아만처럼 하나님 앞에 진실한 마음으로 감사하고 신실하게 기도했는가?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 또 우리가 간절한 기도제목을 가지고 작정기도를 해서 응답을 받았을 때에는 어떻게 했는가? 감사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는가? 그 하나님을 위하여 더 큰 제사와 순종을 행했는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바로 거기에 우리의 영적 구멍이 뚫린 것이다. 기도는 그 이후가 더 중요하고, 그 때부터 더 깊은 기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부활의 아침, 우리는 이런 기도응답 이후의 기도를 계획하면 좋겠다. 감사와 찬송과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는 부활의 예배와 하나님께 더 큰 헌신을 다짐하는 기도를 드릴 때에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윗에게 허락하신 형통과 나아만에게 허락하신 평안을 주시리라 믿는다. 따라서 오늘 이후의 우리 삶에는 부활의 능력과 형통과 평안이 넘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