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곽일귀
늦가을 된서리 내릴 즈음
넌 이파리 하나 둘
몸에서 떼어내고 있었다.
봄, 여름 지나도록 잎새 가득
꽃향기 날려 마당 한켠 지켰으니
넌 성실한 나무임에 틀림없다.
집 모퉁이 찬바람 일 때마다
손 놓아버린 잎새들
가지런히 손 모으고 겨울나기 들어갔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서로를 격려하며...
부지런한 주인님
널 부둥켜안고 끙끙대더니
햇살 스며드는 창가 앉혀 놓았다.
여기 가만히 있으라며...
고맙기도 하여라.
모진 겨울 홀로 두고 차마 볼 수 없다나...
손 놓으려던 맘 추스르고
또 다시 여름을 준비하는 너
팔 뻗치고 발부리 힘줘 서니
기운차게 물이 오른다.
이제 다시 꽃을 피워야지
주인님 방안 가득, 마음 가득
콧등 벌럭이도록 향기로 채워야지
어느 새 주인님 얼굴엔 미소가 번져온다.
고맙다 쓰다듬듯 코를 부빈다.
밖은 눈꽃 세상
안은 보랏빛 세상
창문 부비고 다가온 햇살에 넌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너무 좋아라 찰칵찰칵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자스민 너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쩜 그렇게도 아내를 빼닮았는지...
자스민에 취하고
주님 사랑에 취하고
자그마한 거실에서
난 하늘과 땅, 사랑 모두를 이렇게 품고 있다.
*보랏빛 꽃망울 터뜨린 자스민을 바라보며...몇 자 끄적여 흔적을 남겼다 ........곽일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