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커플의 추억이 담긴 리얼 D.I.Y웨딩
안녕하세요~ 요즘 '하우스웨딩'이란 단어가 이제는 많이 익숙하시죠^^
하우스웨딩을 비롯해 셀프웨딩, D.I.Y웨딩 등 둘만의 자유로운 형태의 결혼식이
인기가 많은데요~ 내 방식대로 결혼식을 올린 세 커플의 리얼 스토리를 엿보실까요??
펜션에서 동화 같은 야외 결혼식
한재준(31세)♥하찬연(31세)
우리는 펜션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서 결혼했다. 무거운 느낌이 싫어 콘셉트를
빈티지한 옐로 컬러에 퍼플이 살짝 들어가도록 포인트를 잡았다. 펜션에 연결되어
있는 웨딩 업체가 있었는데, 마음에 안들어서 들러리와 베스트맨의 의상부터
토퍼(케이크 위에 올라가는 장식용 미니어처), 식전 푸드까지 컬러를 모두 맞춰서
우리가 직접 세팅했다. 가장 중요한 데커레이션인 꽃도 펜션 측에서 있는 대안
중에 선택하라고 해 협의를 끌어내는데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꽃까지 우리가
디렉팅했다. 주례는 없었고, 들러리들이 먼저 입장한 뒤 신랑 신부가 입장해
서로 서약서를 읽고, 신랑 신부의 아버지가 각각 성혼서와 축사를 읽었다. 축가는
신랑과 친구들이 불렀다. 중간 중간 틀린 부분에서 하객들이 더 신나게 축가를
불러줘 결혼식이 즐겁게 완선됐다. 사진은 우리가 선정한 업체에서 찍어줬지만
원하는 느낌이 안 나와 한번 위약금을 물고 바꿨다. 드레스는 세벌을 샀는데, 하나가
직접 받아보니 마음에 안 들어 한벌을 더 추가했다. 들러리 드레스도 다 구입했다.
내 맘대로 결혼식을 꾸민 이유
의무적으로 돈만 주고 밥만 먹고 오는 식의 우리나라 결혼 방식에 질렸다. 청첩장을
주고받을 때의 느낌도 정말 싫었고. 어릴 때부터 결혼식엔 생화를 써야 하고 일반
예식장에선 절대 하지 않겠다는 신부의 신념도 있었기에, 최대한 작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만 초재해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
가장 큰 장애물
어떤 곳에서 어떻게 할 건지가제일큰 고민이었다. 장소에서부터 계속 부딪혔는데
예쁘지않거나 꽃 장식 업체가 선정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밈에 드는 드레스를
찾기도 힘들었고. 프리랜서라 한두 달을 일에서 아예 손을 떼고 식만 준비했다.
우리의 무기
부모님을 설득하는 건 포기했다. 연락 안 하던 사람을 부르면서까지 돈을 남기고 싶지 않아
축의금 부분도 어느 정도 포기했다. 셀프웨딩을 하려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걱정하셨는데 끝나고 나서는 기억에 남고 좋았다며 오히려 더 만족해하셨다.
비용
2300만원. 펜션 전체를 빌려야 하는 것부터 기본적으로 해야 할 옵션이 많았다.
장점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힘들었지만 하나하나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기도 했고,
식 중에 신랑이 노래 불러주는 걸 보니, 그리고 새삼 준비한 모든 것들을 돌아보니
우리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
단점
직접 하나하나 준비해야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하우스 웨딩 전문가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선택고 쉽고 준비도 간편했을 텐데, 토퍼 하나 찾으려고 외국 사이트를 다
뒤지는 식이었다. 너무 매진하다 보니 밤새우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바람에 정작
신랑 신부가 되었다는 느낌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좋기도 했지만 아쉬운
기억도 많아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없도록 2011년에 직접 하우스 웨딩 업체를 차렸다.
산 속에서 연극 같은 결혼식
박재평(32세)♥박종빈(31세)
우리는 산 속 레스토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여름이었고 저녁에 했다. 여름밤 하면
맥주, 남녀노소 좋아하는 것 또한 맥주니까 따로 맥주 기계를 반입해 친한 사람들끼리
편하게 맥주 잔치하는 느낌으로 결혼식을 치렀다. 프리랜서라 결혼식을 또 하나의
작업이라고 생각하며 넉 달 정도 준비했는데, 콘셉트를 'Don't Talk'로 잡았다. 다시
꽂혀 있던 비치 보이스의 곡 제목인데 "말은 필요 없어, 어깨에 기대" 뭐 이런 가사다.
결혼행진곡이 싫어서 이 곡을 편곡해 입장할 때 썼다. '카스테라 밴드'라는 친한
밴드가 입장부터 긑까지 연주해 주었고, 콘서트처럼 줄곧 음악이 함께했다. 버진로드는
너무 길고 쑥스러워 우리가 연극 연출을 할 때처럼 레스토랑 마당에 있는 큰 나무 뒤에
천을 세우고 무대에 등장하듯 입장했다. 주먹받는 게 부담스러워 결혼식은 주례 없이
꼭 해야만 하는 것들(혼인 서약서, 예물 교환 등)로 최소화시켜 20분 만에 긑냈다.
축가를 아예 뒤로 빼서 식이 끝난 뒤부터는 다 같이 편하게 맥주 마시면서 놀았다.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면 연결된 업체와 함께 진행해야 했다. 어차피 우리가
테이블, 의자 같은 것까지 준비할 수는 없으니까. 전체적으로는 커다란 꽃 장식만
그쪽에서 맡고 콘셉트부터 섭외, 초대장, 자잘한 장식들은 우리가 만들었다. 드레스는
'shopbob'이라는 외국 사이트에서 샀다. 살 계획은 없었는데 대여하고 피팅하는 비용이나
구입비가 비슷해서 관세까지 포함해 130만원 정도에 샀다.
내 맘대로 결혼식을 꾸민 이유
결혼식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다. 어차피 극 연출이 우리 업이니까 결혼식도
직접 우리가 연출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장애물
하객 수. 결혼은 아무래도 집안 어른들이 많이 오는데 하우스 웨딩의 문제는 많아봤자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님을 줄여서 불러야 하는 게 부모님 입장에선
난감한 일이었다. 각자 150명씩 불렀는데 친구들도 선별해 불러야 돼서 곤혹스러웠다.
우리의 무기
부모님은 결혼식을 이렇게 올리는 것에 대해 우리만큼이나 좋아하셨다. 다만 장소가 외져
교통편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민했지만 다른 방식을 권하진 않으셨다.
비용
혼수, 예물 다 합쳐서 2천만원 정도.
장점
내 결혼식을 직접 꾸민다는 그 뿌듯함.
단점
이것도 완벽한 우리만의 결혼식 되지 못한다는 점. 우리가 이효리처럼 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 업체의 도움을 받아 진행해야 되고 그만큼 계속 타협을 해야 하는 지점들이 생긴다.
우리 위주로 많이 배려를 받았음에도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또
하나는 국내에 하우스 웨딩를 한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결과물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오그라드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자기들끼리만 좋아서 미치는 느낌이 나는 건 아닐지,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결혼식보다 더 의미를 둔 유대인 식의 약혼식
장신웅(31세)♥성이경(31세)
우리는 약혼식을 했다. 작은 레스토랑에서 신부는 원피스, 신랑은 정장을 입고 가족들,
신랑 신부 각각의 증인 한 커플씩, 서약해 주시는 목사님까지 18명 정도가 모여
스파게티를 먹으며 캐주얼하게 했다. 요즘은 약혼식을 거의 하지 않는 추세하 식순
샘플을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었다. 약혼식에 필수 사항인
언약과 약속 선포, 증인의 서명을 넣었다. 서약서는 신랑이 직접 만들었고, 약혼 선물은
아예 반지로 정했다. 우리가 모델로 삼았던 유대인 약혼식에는 '향낭'이라는 주머니를
주고받는 전통이 있다. 찾아보니 우리 전통에도 있는데 신부가 향주머니를 가지고
기다리면서 신랑을 향으로 기억하는 의미가 좋아 우리도 만들었다. 향낭을 포함해
약혼식에 쓰인 모든 소품은 직접 만들었다. 초대장부터 초 두 개를 꼬아 하나로 만든
약혼 초에, 반지까지.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슐라못 반지'라는 것을 주문 제작했다.
보석도 글씨도 아무것도 새기지 않은 온전한 모양의 링인데, 디자이너가 이런 주문에
익숙지 않았는지 자꾸 뭔가를 새겨주려 해 세번이나 다시 제작했다.
내 맘대로 약혼식을 꾸민 이유
우리 둘 다 의미를 찾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성격이다. 결혼 역시 마찬가지. 뭐가
진짜 의미 있는 건지 공부하다가 유대인의 결혼 문화에 끌렸다. 약혼식은 혼인에 대한
약속이고, 일년 뒤 하는 결혼식은 축제라는. 약혼식의 의미가 좋아 소수만 모여서
서로에 대한 약속을 받고 싶었고 그렇게 준비하다 보니 결혼식보다 약혼식이 더 힘들었다.
가장 큰 장애물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화에 휩쓰리면 내 아이들도
결혼에 대해 다른 인식을 갖기 힘들지 않을까? 약혼식을 해야 하는 이유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우리의 무기
우리의 신념과 이루고 싶은 가정에 대해 설명을 하며 결혼의 의미에 대한
남다른 확신을 보여드린 것.
비용
레스토랑 대관비 없이 1인당 메뉴 값만 1만5천원씩 계산해 총 30~40만원 정도 들었다.
사진도 가족들이 찍어줬다.
장점
하나하나 준비하면서 더 많은 걸 배우게 되고 서로를 더 사란하고 가치 있게 느낄 수
있었다. 약혼식을 준비하면서 결혼의 본질에 대해 더 고민을 하고 시간을 들여야 했기
때문에, 약혼식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결혼식 이후엔 정말 하나가 되었다는 걸 느꼈을 정도.
단점
가까운 가족들이 '이 정도는 해야 된대. 이렇게 안 하면 양가에서 어떻게 생각할 거고'
친구들도 '말은 그렇게 해도 그게 아니야'등등 자꾸 이야기한다. 신념이나 생각이
완전히 서 있지 않으면 휩쓸릴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세 커플의 리얼 D.I.Y웨딩 스토리를 보셨는데 어떠셨어요??~
이 세 커플을 보면 결혼 준비를 하는 모습에서 정말 행복해하는 것이 느껴지네요^^
한편으로 부러울따름입니다~
D.I.Y웨딩을 안하고 싶은 예비 신랑 신부님들이 어디 있을까요^^
하고는 싶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걸 해결해야하니 엄두가 안나실겁니다ㅜ
그래도 용기를 내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지금 현재도 결혼 준비 하시는 모든 예비 신랑 신부님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