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정 선생님이 쓰신 제 신간 관점을 세우는 화페금융론에 대한 서평입니다.
금융을 보는 눈이 생기다
『관점을 세우는 화폐금융론』 (정대영 지음) 서평
1.
우리는 매일 매일을 돈과 함께 살아간다. 우리에게 돈은 공기처럼 익숙한 존재다. 그런데 돈은 고정된 형태만을 취하지 않는다. 우리가 손으로 쥐고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의 돈은 돈의 일부에 불과하다. 돈의 더 많은 부분은 고정된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돈은 오묘한 존재다. 우리는 과연 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돈은 흘러야 하는 존재다. 돌고 돌아야 하는 존재다. 돈은 돌고 도는 흐름 속에서 수많은 복잡 미묘한 현상을 일으킨다. 돈(金)이 일으키는 융(融)의 현상, 즉 금융(金融) 현상이다. 현대인의 삶은 금융과 떨어질 수 없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는 순간 우리는 복잡 미묘한 금융의 세계로 들어간다. 금융 또한 공기처럼 익숙한 존재다. 그러나 금융은 공기만큼이나 우리에게 그 실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는 금융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2.
공기처럼 익숙한 존재이지만 나를 포함한 일반인들이 돈과 금융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점을 세우는 화폐금융론>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을 위해 탄생한 돈과 금융에 대한 해설서다. 일반인이 출퇴근길의 지하철에서도 읽을 수 있는 화폐금융 해설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물화폐 조개껍질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이르는 돈에 대한 기초적 교양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원시적 형태의 금융인 고리대금업부터 뉴욕 월가의 최신 금융에 이르는 금융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관점을 세우는 화폐금융론>은 일반인을 위한 화폐금융 교과서라 할만하다.
그런데 나에게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화폐금융에 대한 교과서적 지식을 쉽게 얻게 해주었다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의 미덕은 금융에 대한 깨달음이랄까, 통찰력이랄까 하는 것을 제공해준 데에 있다. 즉 금융을 보는 눈을 뜨게 해준 데에 있다.
3.
저자에 의하면 금융은 자선과 약탈의 중간자적 존재다. 금융에 대한 이러한 통찰력은 금융의 본질을 꿰뚫는다. 금융이란 무엇인가? 오로지 인간 세계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현상이다.
금융현상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다. 천사와 악마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나의 생각으로는 그들의 세계에서도 금융현상은 나타나지 못한다. 자선은 선한 행동이다. 천사의 행동이라 할만하다. 천사의 세계에서는 자선만이 존재할 것이다. 반면에 약탈은 악한 행위이다. 악마의 행동이라 할만하다. 악마의 세계에서는 약탈만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자선과 약탈의 중간적 존재인 금융은 그 가장 단순한 형태조차도 인간 세계에만 나타날 수 있다. 금융의 가장 기초적 형태는 미래의 어느 날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기(주기)로 약속하고 돈을 빌려주는(빌리는) 행위다. 이러한 금융 행위는 천사와 악마의 중간자적 존재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행위는 자선보다는 악한 행위이지만 약탈보다는 선한 행위이다. 선(자선)과 악(약탈)의 중간자적 행위다.
그런데 어쩌면 이 금융 행위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행위다. 자선보다 열등하고 약탈보다 우월한 행위가 아니라 약탈은 물론 자선보다도 더 위대한 행위다. 자선은 지극히 선한 행위지만 자선만으로는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없다. 약탈이란 악한 행위로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자선과 약탈의 방법으로 돈을 돌게 만드는 데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자선과 약탈의 행위만으론 돈의 복잡 미묘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자신의 돈을 남에게 그냥 내주기만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된단 말인가. 세상의 어느 누가 자신의 돈을 기꺼이 약탈당한단 말인가. 자선과 약탈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돈은 흐르지 못한다.
돈이 흐르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가 번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경제가 번성하려면 돈은 흘러야 한다. 흐르지 못하는 돈은 경제의 번영에 기여하지 못한다. 어떻게 돈을 흐르게 만들 것인가? 자선과 약탈 사이의 중간적 존재인 금융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이 인간 세계에 경제적 번영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지극히 인간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간 세계의 경제적 번영은 자선과 약탈이라는 천사와 악마의 행동만으로 이루지 못한다. 그것은 자선과 약탈의 중간적 행위인 금융행위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4.
돈이란 무엇이고, 금융이란 무엇인가. 돈과 금융에 대한 지식과 교양이 필요하다면, 돈과 금융을 보는 통찰력을 얻고 싶다면, 정대영의 <관점을 세우는 화폐금융론>이 있다.
이기정 (미양고등학교 교사)
첫댓글 정말 축하해, 정 소장.
다른 채널로도 축하해 줄 수 있었으나, 이 난이 가장 살가와서.
그동안 쓰느라 넘넘 고생 많았겠고, 그런데다 내 책까지 좀 봐달라 했으니, 어휴.
물론 부분적으로는 어디 기고했던 글도 있고, 또 틈 날 때마다 부문부문 써둔 것도 있었겠지만,
너의 주관에 대한 올곧음, 학자적 끈기와 열의, 이런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루었구나.
나두 시내 나가 한권 챙겨야겠다.
고생 많았다. 그라구 존경한다. 또 사랑한다.
2018-05-28 신현익 소
고마워, 신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