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최근 쌀값하락에 대한 단상
2022년, 금년 봄부터 국내 쌀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번 가을 추수철이 되면 쌀값 폭락이 걱정된다. 세계 곡물가격은 오른다던데(밀에 비해 쌀은 적게 오른 듯), 한국은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쌀값 추이와 원인을 대략 살펴보자. 어이없는 가짜 뉴스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쌀값은 국제시세보다는 크게 높지만, 지속적인 국내 소비감소로 하락하여 왔다. 농민단체는 정부에 벼 수매가격 인상 등 강력한 쌀값 지지정책을 계속 요구하여 왔다. 전반적인 농지의 감소 추세와 논의 타작물재배 장려 정책 등을 통해 쌀 재배면적은 계속 줄고 쌀 생산량도 줄어 왔지만, 쌀값 하락 추세는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다 2018년부터 이상하게도 쌀값이 크게 오르기 시작하였다. 쌀 생산량은 과거와 같이 조금 줄었지만 당연히 소비도 줄었을 것이니, 가격의 하락 추세는 지속되어야 하는데 갑자기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 농민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있었다. 문재인정부가 비밀리에 북한에 쌀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쌀이 북한으로 넘어가서 파주 연천 등 접경지역의 농협창고에는 쌀이 하나도 없다는 믿기 어려운 풍문이 떠돌았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려는 의도는 있겠지만 비밀리에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가 이웃 농민들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나를 순진한 사람 취급하고 믿지를 않았다. 대부분 농민을 이러한 가짜 뉴스를 사실처럼 믿고 있었다. 앞으로 국내 쌀 부족은 더 심해지고 쌀값은 계속 오를 것이다. 어떤 농민은 이제는 도시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밥도 먹기 어려워 질것이라는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
과거 쌀값 하락 시기에는 RPC라고 불리는 대형 정미소 등 쌀 유통가공업체는 쌀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수익에 유리하였다. 그러나 반대로 쌀값 상승기에는 가능한 쌀 재고를 많이 갖고 있어야 수익에 도움이 된다. 쌀 재고를 거의 제로 수준을 유지하던 쌀 유통가공업체들이 가짜뉴스를 믿고 재고를 최대한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쌀 수요는 갑자기 늘고 쌀값은 더 오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쌀 재배 면적 감소추세는 둔화되고, 농사만 지을 수 있는 농업진흥구역의 논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다 2021년에는 풍년이 들어 감소하던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증가하였다. 쌀 유통가공업체의 재고도 목에 찼고, 2022년에 들어서 정권교체까지 되었다. 북한에 대한 쌀 지원도 없을 것이라 생각된 것이었다. 시장에 쌀 공급이 갑자기 늘어나고 쌀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쌀 사재기를 일찍 시작해서 먼저 끝낸 쌀 유통가공업체는 돈을 벌었을 것이고, 늦게 사재기를 시작하거나, 욕심이 많아 지금까지 재고를 많이 갖고 있는 쌀 유통가공업체는 손해가 클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자본주의와 시장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농민 뿐 아니라 쌀 유통가공업체까지 지원해야 할까?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정책당국자들도 2018년부터 황당한 가짜 뉴스가 농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나 같은 일반인까지 알았고 유튜브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을까?
무책임하고 직무유기가 심하다. 문재인정부의 또 다른 실책이다. 집값 집세의 흐름과 쌀값의 흐름은 원인과 결과가 비슷하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유사하다.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 정책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에 의해 시장이 왜곡되고, 많은 국민들은 피해를 보았다. 일부 발 빠른 사람은 이익을 보았겠지만 다수는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 살면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진다. 일반인들은 쉽지 않다. 가짜뉴스는 항상 그럴듯한 모습으로 치장하기 때문이다. 정책당국 적적인 대처와 신뢰가 꼭 필요한데 기대하기 어렵다.
첫댓글 자극적이고 그럴 듯 하게 포장된 가짜뉴스.. 퍼지면 속수무책.
생산.유포자를 강력 처벌, 제재할 수 없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