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9월 하순경의 농촌에서 나는 먹을거리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다. 아마 먹을 것이 크게 부족했던 예전에도 추석 한가위 때 쯤에는 먹을 것이 많아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듯하다. 실제 농촌으로 이사와 살아보니 9월 중순 정도부터 자연이 주는 먹을 것이 풍성해진다.
가장 큰 것이 쌀일 것이다. 벼도 이때부터 익기 시작해 빠른 경우 햅쌀을 먹을 수 있다. 쌀 말고도 먹을 것이 많다. 산에는 밤과 개암 등도 있고, 사과 배 등의 과일도 많이 나온다. 머루랑 다래도 이때 먹을 수 있다. 우리 집에 머루와 다래를 심었는데 머루는 작년부터 열리기 시작했고, 다래는 아직 안 열린다. 머루는 작고 씨가 커 먹을 과육이 작다. 작년에는 맛도 시원치 않았는데 올해는 맛이 아주 좋아졌다. 틈틈이 먹는다. 다래는 내년에는 열릴 듯하다. 머루와 다래는 예전에 굶주릴 때 산 가까이 사는 아이들의 아주 중요한 먹을거리였다. 이웃 중 한 분이 어려서 지리산 근처에서 어렵게 살았는데, 다래로 끼니를 때운 적이 많았다고 가끔 이야기한다.
다래는 한국에서 자생하는 나무이고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는데, 과일로는 잘 재배하지 않아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과일이다. 최근에는 재배 농가가 늘고 있는데 저장성이 약해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다래는 장점이 많은 과일이다. 한국에서 나는 과일 중 당도가 가장 높은 축에 들고, 껍질 채 먹어 음식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비타민 종류도 많이 함유되어 있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다래 농가를 포함 한국 농촌이 잘 살려면, 농사가 술이나 식초와 같은 고부가가치 가공 산업과 연결되어야 한다. 유럽 농촌이 잘사는 이유는 밀 농사나 축산업의 경쟁력보다는 와인이나 맥주 위스키 같은 술 산업이 발전해서 일 듯하다.
과일 말고 채소도 예전에는 8월 9월이 흔했을 것 같다. 지금은 채소를 비닐하우스에 많이 재배해 제철보다 훨씬 일찍 나왔다 들어간다. 토종 오이와 호박을 노지에 심으면 늦게 열린다. 우리 집은 9월 초부터 지금까지 오이와 호박의 수확이 가장 많다. 가족끼리는 다 먹을 수 없어 주변에 나누어 주는 것이 큰일이다. 상추도 여름에는 귀하다가 지금부터 잘 자란다. 배추와 무도 비슷하다. 배추와 무는 아직 충분히 크지는 않았지만 솎아서 김치 담기는 딱 좋을 정도이다. 토마토도 철이 조금 지났지만 아직 수확을 할 수 있고, 가지와 풋고추도 조금씩 수확이 가능하다.
농촌에 살면 자연이 주는 먹을거리가 많아 요즘이 생활비가 가장 적게 드는 시기인 듯하다. 특히 요즘 도시에서는 배추 등 채소값이 비싸 식당에서 김치를 주지 않는 곳이 있다고 할 정도인데, 도고에 살면서 싱싱한 채소를 충분히 먹는 호사를 누린다. 농촌도 자연이 주는 먹을거리가 부족한 때가 있다. 당연히 겨울에서 초봄까지 그렇고, 7월도 과일과 채소가 귀하다. 어떻게 하면 가능한 연중 끊임없이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직접 재배해 먹을까 고민하고 있다. 비닐하우스를 만들면 겨울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비닐하우스 짓지 않고 무슨 방업이 없나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