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위기징후와 대응방안
한국경제가 심상치 않다. 정치인들과 정책당국자들이 하는 일을 보면 생각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경제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은 1997년과 2008년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었고 국민의 고통이 컸다. 그때의 어려움과 교훈은 다 잊은 듯하다. 현재 한국경제 상황은 대체로 1997년보다는 좋지만 2008년 보다는 나쁜 듯하다. 특히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고 부동산 거품이 더 심하다. 여기에다 수출입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위협받고 있다. 미래는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상한 짓과 정책당국자들의 안이한 대처가 계속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위기도 오게 된다. 정책 담당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을 외환당국 금융감독당국 통화당국으로 나누어 간단히 제시해 보려한다.
첫째 외환당국(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통화스왑을 기대하면서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를 조금씩 소진하면서 미달화의 강세가 멈추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 있자니 답답하고 걱정이 많이 된다.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미달러화의 강세가 곧 멈춘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달러화강세가 장기화되거나, 지정학적 위험(우크라이나전쟁, 대만병합, 남북문제 등 많다)의 악화 등 또 다른 충격이 온다면 원화환율이 폭등할 수 있다. 외환위기는 국가부도 상태와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태를 대비해야 한다. 미국과의 통화스왑은 도움이 되겠지만, 영국의 사례를 볼 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영국은 미국과 상시 통화스왑이 체결되어 있지만, 트러스 전 총리의 이상한 정책에 따른 파운드화의 폭락 사태는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은 1997년 때와는 달리 순 채권국으로 풀뿌리 외환보유고가 있다. 외환당국은 이를 활용해야 한다. 기업과 개인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국내에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혜택을 주어야 불안한 한국으로 돌아온다. 1997년과 금모으기 운동과 같이 애국심에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했던 다수의 국민은 자신들이 배신을 당하고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을 두 번 속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책 방안은 팔리지 않는 채권과 가격이 크게 떨어진 주식을 매입하는 위기대응 특별펀드를 조성하고, 이 펀드에 해외에서 돈을 들여와 일정기간 이상 투자하는 경우 비과세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은 기대효과가 아주 많다. 환율 안정효과,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안정효과, 국내 주식시장의 내국인투자 비중 증대효과 등이다.
둘째, 금융감독당국(금융위 금감원)은 2008년 12월에 했던 채권시장안정펀드과 비슷한 것을 만들고, 한국은행의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먼저 지금은 2008년과 달리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 자체가 의심을 받고 있으며, 또 하나는 한국은행의 정책기조가 물가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환수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자신의 본분인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을 확실히 하고 옥석을 가려주어야 할 때이다. 증권사의 경우, 다 알려진 부동산 PF금융의 부실화 가능성과 함께 외환건전성까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뿐 아니라 캐피탈사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도 유사한 부실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제라도 법규위반 검사보다, 본래 해야 할 건전성검사에 충실해야 한다. 모든 증권사나 모든 PF금융이 부실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외부인은 이를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은 항상 최악의 상태를 상정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문제가 없는 증권사까지도 유동성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PF금융과 보유 외화자산의 건전성을 정밀 심사해 개별 증권사의 생존 가능성을 검사하고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 자본적정성이 훼손된 증권사에 대해서는 대주주에게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안 되는 경우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이어 증권사뿐 아니라 캐피탈사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으로 건전성 검사를 확대해 나가면 큰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1997년 위기 때에도 종금사가 먼저 문제가 되었는데, 이를 방치하여 부실이 은행에 까지 파급되어 위기가 더 커진 것이다. 보유자산의 건전성 검사는 어려워도 원칙대로 미래지향적(Forward Looking)으로 하여야 한다.
셋째 통화당국(한국은행)은 반성 먼저 해야 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집값 하락과 가계부채의 동향을 보면, 그간 집값 폭등과 가계부채 누증의 핵심 원인이 과도한 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했던데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총재 때의 일이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과 집세가 오르고 금융불균형이 심화되었다는 것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한국은행권인 돈의 가치를 지켜 다수 국민이 재산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즉 물가가 확실히 안정될 때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소비자물가지수에는 미국과 같이 집값이 포함되도록 통계청에 요구하여야 한다. 만약 안 되면 미국의 연준이 중요시하는 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지수와 같은 새로운 물가지수를 만들어 정책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통화정책과 금융의 핵심은 신뢰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린다. 경제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미국 달러에 쓰여진 글귀(IN GOD WE TRUST)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정책당국자들이 이러한 제안에 대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래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써본 글이다. 민주화가 요원해 보이는 어려운 시기에, 담벼락에라도 대고 이야기해야 언젠간 민주화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 한 분이 있다. 지금은 SNS가 있어 그 때 보다는 희망을 가져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