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운명
박종수 박사(前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
I. 우크라이나 전쟁 평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를 점령한 상태에서 치열하게 교전 중이다. 종전은커녕 휴전조차 기약이 없다. 양측의 인적·물적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늘고, 심지어 핵전쟁의 공포감마져 감돈다. 이 전쟁은 예방할 수 없는 불가피한 군사적 충돌이었는가? 장기화되는 배경은 무엇인가?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또 다른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 입장에서 살펴본다.
1. 전쟁의 이유 (원인,遠因))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어떤 나라인가? 민족이 같고 역사가 같고 종교가 같고, 언어가 유사하다. 통상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는 같은 슬라브 민족국가로 분류된다. 이 세 나라의 원형은 882년에 형성된 ‘키예프 루스’다. 1917년 사회주의혁명 후 러시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자카프카스 공화국이 연합해 소비에트연방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1991년 12월에 이 공화국들이 ‘독립국가연합(CIS)’을 창설하면서 소련연방이 해체됐다. 러시아 정교회는 988년 키예프 루스의 블라디미르 대공이 비잔틴제국의 동방정교회를 수용해 정착시킨 국교다. 그후 정교회의 정통성이 키예프에서 모스크바로 옮겨졌다. 오늘날 음악, 미술, 건축 등 두 나라 예술의 모든 영역은 정교회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전략·안보·경제·역사·종교의 핵심지역이다. 소련 해체 후에도 자국의 세력권으로 인식한다.
2. 전쟁의 이유 (근인,近因)
첫째는, NATO의 동진 정책이다. 1990년 2월 미·소 회담에서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동쪽으로 1인치도 이동하지 않겠다’고 세번이나 공언했다. 그러나 2023년 NATO 회원국은 31개국으로 늘어났다. 이제 남은 것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뿐이다. 친서방의 젤렌스키 정권은 2019년 NATO 가입을 헌법에 명문화하고, 그해 9월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둘째, 러시아의 공세적 방어전략이다. 2000년 5월 푸틴은 취임과 동시에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천명했다. 러시아가 설정한 핵심국익의 침해를 더이상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인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안보전략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셋째는 지도자들의 개인적 성향이다. 라스웰의 지적대로 ‘사적 동기의 공적 전위’다. 바이든은 부통령 당시 푸틴에 대해 ‘눈을 봤을 때 영혼을 볼 수 없다’고 인신공격했다. 푸틴도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 ‘미국은 세계 경제를 좀먹는 바퀴벌레와 같은 존재’라고 맹비난했다.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푸틴에 대한 국내 지지율이 85%를 유지하는 배경은 ‘강대국의 자존심을 위해 그까짓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다’는 국민 정서의 반영이다.
3. 전쟁의 성격
첫째, 미·러간 대리전이다. 촘스키 MIT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크라이나가 없다”면서 “러시아가 도발당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국가다. 반면 미국에게는 러시아의 제국적 부상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급소다.
둘째, 약육강식의 경제전쟁이다. 미국 중심의 자유 자본주의와 중·러 중심의 국가 자본주의 간 대결이다. 아울러 서방권의 금융자본주의와 사회주의권의 산업 자본주의 간 진검승부다. 중국과 러시아는 탈냉전 후 미국의 달러패권을 와해시키는데 협력해 왔다.
셋째, 전방위적 하이브리드전이다. 이번 전쟁의 ‘최대 희생자’는 ‘진실’이다. 이른바 정보전이라는 미명하에 가짜뉴스가 전 세계 매스컴을 도배한다. 이미 설정된 이분법적 선악구도 하에서 침략자 푸틴은 악마요, 침략당한 젤렌스키는 영웅이다. 그러나 전쟁은 힘의 대결일 뿐이다.
4. 러시아의 전략
첫째, 러시아는 10차례의 서방 제재에 맞서고 있다. 주요경제지표가 양호한 편이다. 루블화 환율은 강세를 유지하고 IMF가 발표한 2022년 경제성장률은 –2.2%이며 실업률은 1992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외환보유고는 6천억달러로 세계 5위이며 2022년 러·중 교역액은 1850억 달러로 사상 최대규모다. 국제결제시스템(SWIFT) 퇴출후 대체결제시스템(MIR)을 구축했다. 유라시아경제연합, 인도, 튀르키예, 베트남, 한국 등이 이용하고 있다.
둘째, 러시아의 예상시나리오를 4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제1안은 종전도 휴전도 없는 장기전이다. 제2안은 동남부 4개 주를 병합한 상태에서 한반도식 휴전협정이다. 제3안은 흑해의 좌안을 점령한다. 우크라이나를 내륙국가화하고, 전략요충의 흑해를 독점하며, 역사적 고토인 노보로시야를 완전히 회복한다. 제4안은 러시아가 4개주를 병합한 상태에서 서부지역을 폴란드와 분할한다.
셋째, 핵사용 가능성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공격무기 지원으로 수세에 몰리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푸틴이 만지작거리는 핵카드의 단계별 로드맵은 1단계로 흑해의 공해상에서 ‘포세이돈’급 핵실험을 단행하고, 2단계로 1~5kt의 저위력 핵폭탄을 교전지역 인근에 투발하며, 3단계로 10~50kt의 전술핵을 사용하는 수순이다.
II.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운명
1. 남북한의 입장
남북한은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 한국은 개전 초부터 우크라이나편, 북한은 러시아편에 섰다. 한국은 유엔의 대러 비난성명·경제제재 및 무기지원·복구작업에 참여함으로써 러시아로부터 비우호국으로 지정됐다. 북한은 2021년 말부터 찰떡공조하에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을 지지하고 돈바스공화국을 승인했다. 또한 남북한은 각각 무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무기 지원 가능성 표명(4.19)에 러시아의 보복 입장 천명이다.
2. 북한의 전쟁특수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엔데믹 ‘출구전략’ 및 경제·핵미사일 병행 ‘입구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확보했다. 또한 서방의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호기로 삼았다. 전후 복구를 명분삼아 대규모 노동력을 파견하고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해 외화를 획득하고, 이를 군비증강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러시아 용병단체인 '와그너 그룹'에 무기 제공 및 병력충원을 통해 신형무기를 시험하고 군인들의 실전경험을 쌓게 한다. 또한 돈바스 공화국의 중공업 설비 부품과 코크스를 저렴하게 수입하고 북한산 마그네사이트를 수출한다. 냉전 당시에도 없었던 ‘좌중우러’라는 사회주의의 두 맹방을 옆에 끼고, 중국-‘쌀’, 러시아-‘총’의 양다리 외교로 전쟁의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3. 북·러관계 : 혈맹(血盟) 넘어 혼맹(魂盟)?
북한은 개전 전부터 러시아와 군사적 연대를 과시했다. 이러한 배경은 소련과의 ‘자동군사개입’ 동맹조약을 2000년 2월 갱신해 ‘즉각 접촉’으로 수준을 낮췄지만 여전히 군사동맹 성격을 유지했다. 2000년 7월 푸틴의 방북때, “강력한 미싸일 보유 로조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미국놈들을 죽탕쳐 놓을 수 있다”며 군사적 연대를 과시했다. 2014년말 양국은 상선 보호를 목적으로 러시아 군함의 나진항 입항에 합의했다. 2019년 4월말에 러측은 블라디보스토크 북·러외상회담 후 동맹관계를 간접 확인했다. 2022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항을 군항으로 다시 지정했다.
4. 한국의 대응은?
최근 한반도 정세는 2010년 11월 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보다 더 엄중하다. 어느 때보다도 정교한 외교력이 요구되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한국이 분단국·해륙국·통상국·동맹국이라는 객관적 현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첫째, 지정학적 중간 국 외교다. 한국도 우크라이나처럼 미·중과 미·러 사이에 끼인 지정학적 중간 국이다. ‘제로섬’ 보다는 ‘포지티브섬’ 시각이 바람직하다. 둘째, 명실상부한 자강 외교다. 미·러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자리는 없다. 스스로 힘을 키우지 않으면 주변 강대국 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자주 국방력을 강화하고 남북한 군비 통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셋째,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다. 젤렌스키 정권은 미·러간 전략적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대외정치적 입지를 좁혔다. 동맹 관계인 미국, 전략적 동반관계인 중국과 러시아는 21세기 한국의 생존과 국가적 번영을 좌우하는 글로벌 강대국이다.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춘계강연회>
1. 일시: 2023년 5월 17일(수요일) 오후 3-5시
2. 장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강당 (종로구 삼일대로 469 서원빌딩 14층)
3. 강연 프로그램
- 사회 : 곽태환 박사(전 통일연구원장/경남대학교 석좌교수)
- 발제 : 박종수 박사(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윈원장)
- 주제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미래”
- 토론 : 이상수 박사(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오는길 :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우측 10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