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김희선
꽃 피운 순간에도
그렇게 혼자였지
눈길도 손길도
바라지 않는 뜻은
세상에
거스름 없이
닿으려 함이라고
국화
김희선
한 송이
또 한 송이
소복이 모여앉아
별인 듯
보석인 듯
어린아이 눈망울인 듯
노랗게
펼치는 웃음
함께여서 더 곱다.
선운사
김희선
선운사 가는 길엔
온 몸에 물이 든다.
여며둔 이야기도
울긋불긋 단풍든다.
동백꽃
때 이른 꽃이
피지 않고 어쩌랴
나이
김희선
보이는 모든 것은
세월 속에 잦아지니
보이지 않는 그 곳
가만히 다가선다.
더불어
내게 주시는
영혼의 붉은 열매
마음자리
김희선
작은 물건 하나도 앉혀둔 자리 따라
미웠다 고와졌다 제 빛을 달리하니
어지런
내 마음자리
어디에다 두고 볼까
단풍
김희선
자신을 불태우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한생을 타올라 가진 것 다 바치고
끝내는 소신공양하는 저 빛을 바라보라.
누군들 그 앞에서 옷 여미지 않으리
재 되어 흩날려도 기억으로 되살아날
미련도 후회도 없는 불꽃 같은 시간 앞에
천리향
김희선
내뿜는 향기만을
나라고 하시나요
피우지 못한 향기
더 짙은 줄 아시나요
어여삐
피워낸 꽃도
때로는 허울이죠
한겨울 추위 속에
앙다문 뿌리들이
제 뼈를 드러내며
굵게 엉겨 붙은 뜻은
깊숙이
숨겨둔 눈물
향기보다 진하다고
감동을 주는 시
시는 일상의 삶 속에서 태동한 내 안의 철학입니다. 다가선 사물 하나하나의 속성을 자신만의 눈으로 길어 올려, 깊은 사유를 거쳐 재단하고 옷을 입혀나가는 지난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그러므로 변죽만 울리고 지나가는 얕은 감성의 언어로는 뭇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고, 가슴을 울리고 지나가는 그 무엇이 없는 시는 좋은 시가 되지 못합니다.
얼굴 하나야 / 손바닥 둘로 / 푹 가리지만 // 보고 싶은 마음 / 호수만 하니 / 눈 감을밖에 (정지용의 호수)
그립다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그리워지는 이러한 절제된 감정과 언어, 저절로 무릎이 탁 쳐지는 이 깊이 있는 사유의 결과물이야말로 일상의 삶 속에서 건져 올린 진실로 시다운 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형수님 동인지에 실린 작품들인가 봅니다.
우리 말 고운 것과 형수님 시심 참 따스함 많이 느끼고 갑니다.
늘 건필하십시요.
형님께도 안부 전해 주시구요.
연말 연시에 성윤이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만 행여 공부에 방해될까 걱정도 되네요.
연말 잘 지내고 계신지요?
올 한 해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네요.
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있습니다.
행복한 나날 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