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김희선
내 안의 무게들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수많은 생각 속에 바지랑대를 세워 봐
햇살이 지나간 자리 고이 접어 거두도록
빨래만 널 일이 아냐 마음도 널어 봐
햇살에 말리고 바람에도 맡겨 봐
자신도 깨치지 못한 갖가지 얼룩들을
시
김희선
길은 여러 갈래
나침반은 각자의 몫
쉽게 쓰는 나의 시는
나만의 북극성
일탈의
도반 내게 와
길을 잃게 하시라
꽃꽂이
김희선
네 모습
주지主枝로 삼아
어엿이 꽂아놓고
정겨운 그 마음들
포인트로 심어 줄게
내 마음
수반이 되어
너를 담아도 되겠니 ?
팥죽을 먹으며
김희선
내 새알은 칠십 개야
문득 아득하다
셀 수 없는 날들이
담을 수 없는 새알로 남아
스치는 말 한 마디에
모락모락 겉돌고 있다
어떤 한 쪽
김희선
마늘 한 톨 까는데 한 쪽이 썩어 있다
마늘 한 톨 까는데 한 쪽만 살아 있다
저 먼저 썩어버리고 저 혼자 살아남고
한 톨은 여섯 쪽 모태는 단 한 쪽
바람도 햇볕도 토양도 한가진데
맛있는 양념 되는 건 애오라지 너의 몫
햇살 머금다
김희선
기나긴 장마 끝에
밝은 햇살 내리네요
오늘 밤엔 보송보송
햇살 깔아 드릴게요
촉촉이
적셔온 시름
모두 꺼내 널어봐요
카페 게시글
김희선 작품
오늘동인 33집 (2021년) 원고
토향고택
추천 0
조회 67
22.01.11 05:5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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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랫만에 싸이트에 들어 와 보았습니다.
햇살을 소재로 한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뻐근한 몸이 시원스레 풀릴 듯 싶습니다.
오늘 왠지 들어오고 싶었네요. 저도 자주 들어오지 못했거든요. 찾아 주셔서 감사해요. 늘 보고프고 생각나는 가족이란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