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
김희선
티끌도 내로라하는데
돌인들 다소곳하랴
바람 저리 거센데
돌인들 온전하랴
바람에 나부끼기엔
깃발 너무 무겁다
아주 작은 감투 하나에도 어깨가 한껏 올라가는데, 하물며 정말 대단한 자리는 어떠하랴. 자리를 차고 앉아 칼을 휘둘러대도 그 자리인들 언제까지나 온전할까? 올라가면 내려오는 게 인생인데, 눈앞만 바라보는 이들이 안쓰럽다.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철저히 이기적인 사람과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나눌 수 있겠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에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남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기를 내세우며 쉽게 갑질을 하려든다. 존경을 받을 만한 위치의 사람들 중에도 의외로 철저한 이기주의자들이 다반사다.
반면에 자신을 낮출 줄 알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두 부류의 사람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는 자명하지만,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삶 속에서 이미 길들여진 것이어서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바람은 끝없이 불어오는 것이지만, 그 바람을 타고 나부끼기엔 깃발이 너무 무겁다
토향정원의 연꽃
수련
가시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