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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재생,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혁신교육지구…,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 온 서울시. 혹시 서울시가 어떤 그림을 그려 왔는지 눈치 채셨나요? 그것은 바로 주민을 주체로서 등장시키고, 주민들에게 결정과 권한을 위임하는 과정들이었습니다.
2016 협치학교 [지역협치분야] 기본교육은 이렇게 등장한 주민들과 행정이 함께 힘을 합쳐 조금 더 재미있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해 함께 알아보기 위한 시간들이었습니다. 4개 권역별로 나눠 진행된 이번 교육은 지난 11월 22일 동남권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교육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어디에서 교육을 진행할 것인지 긴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기본교육인만큼 어려운 용어가 아닌 보다 쉬운 사례를 통해 협치를 알아보려 했고, 문제해결 워크숍을 통해 직접 협치로 변화할 마을을 상상하며 의견을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서울의 중심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가능한 한 다양한 자치구에 거주하는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11월 한달 간 4개 권역을 돌며 진행했던 협치기본교육.
예년보다 추운 날씨에도 참여해 주신 분들의 열기로 후끈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앞서 올려드렸던 현장스케치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들을 조금 더 상세히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러저러한 사유로 교육에 참가하지 못하셨던 분들께는 협치에 대한 이해를 위한 시간이 되고, 교육에 참가하셨던 분들께는 다시 한 번 교육 내용을 되새기며 협치 실행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협치 이해하기>
[시민의 등장]
▲ 기본교육 1~4회차를 이끌어주신 소셜픽셔니스트 김산 선생님.
각 권역별, 조별 상황에 따라 적절한 비유와 사례로 눈높이 교육을 해주셨습니다.
원래는 요리사이셨다니, 놀랍죠?!
“협치는 정부 혼자가 하는 정치가 아닌 함께하는 정치로,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파트너는 바로 시민입니다.(김산)”
소셜픽셔니스트인 김산 선생님은 협치의 가장 중요한 주체이자 파트너인 시민의 등장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인류는 제정과 과두제, 왕정과 같은 제도를 거쳐 민주공화국까지 왔습니다. 국민들이 실권을 가지고 권역을 위임받은 존재로서 관료들이 뽑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료들이 모든 권력을 가져가 시민의 역할이 희미해지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국가가 주도하고 국민들은 동원의 형태로 참여하게 됩니다. 가까운 예로 1980년대의 새마을운동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전 국민이 참여하였지만 모두 동원이라는 수동적인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민주화와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가 주목을 받으면서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중앙에 집중되어 있던 권력을 각 지역으로 분산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도 뿌리, 즉 시민의 참여가 많은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에 행정은 여전히 불투명했고 참여의 기회는 여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 2007년 태안 원유 유출 사건.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자원봉사나 성금을 모금했고,
그 결과 예상보다 훨씬 빨리 푸른 바닷가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례로 2007년 태안 원유 유출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2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해안가의 기름을 닦아 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만큼의 참여만 가능했을 뿐 관련 제도나 규정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아젠다를 공유할 도구도, 정치적으로 참여할 창구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삶의 형태가 훨씬 다변화되었고, 그에 따라 겪는 문제와 그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해졌습니다. 하나의 정책을 모든 지역에 시행할 때, 자치구 단위, 동 단위로도 그에 대한 반응이 극명히 달라집니다. 지금까지의 행정체계로 대응하기 버거워 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문제를 발견했을 때 민원을 제기하고, 행정에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협치는 전혀 다른 형태입니다.
[협치의 단계]
▲ Arnstein(1970)의 시민참여 8단계.
1970년대에 이미 시민들을 주체로, 결정권을 위임하고 시민이 컨트롤하는 단계까지 논의가 되었네요.
아른슈타인(Arnstein)의 시민참여 8단계를 보면, 단순 게시 수준에 이르는 일방향 정보소통에서부터 댓글을 달 수 있는 게시판과 같은 소극적인 형태의 쌍방향 정보소통, 공청회와 같은 정보 제공, 국민으로부터 자문을 듣는 의견 수렴, 정책 의제 단계에서부터 함께 선정하는 유화단계, 정책을 함께 결정하고 책임도 함께 지는 동반자, 정책에 대한 거부권을 보장하는 권한위임, 정책에 대해 투표하고 감사하며 조례 제정까지 하는 시민통제까지로 나누어집니다.
행정의 태도 변화와 협력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아 보이지요. 서울시의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슬로건 뒤에는 이런 바탕이 깔려있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민관협치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다시 정리하고 있습니다.
▲ 서울 협치 5단계. 지금 서울은 3단계와 4단계 사이라고 하네요. 동의하시나요?
여러분은 서울시의 거버넌스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기본교육에 참여해 주신 분들은 3단계에 가장 많은 표를 던져 주셨습니다. 서울시는 지금 3단계와 4단계의 중간 지대에 있습니다. 그동안 서울시는 ‘열린시정 2.0’ 프로젝트를 통해 정보 공개율을 97.8% 달성하였고, 주민설명회, 공청회, 청책 토론회, 원탁회의 등이 활성화되어 거버넌스 3단계까지는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앞으로 민관의 협업 수준을 강화하여 최종 단계인 ‘권한부여’로 진화하려는 시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권한을 되받아 스스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참여예산제 등의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인데요, 이런 그림을 구상하면서도 왜 당장 권력을 나누지는 못 하는 것일까요?
▲ 협치에 대한 민관 인식차이 설문조사.
서로의 차이를 좁히는 것도 협치의 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협치에 대한 민과 관의 인식차이 때문이 아닐까요? 행정에게 협치란 주민의 의견을 듣는 것이지만, 시민에게 협치란 직접 결정하고 실행에 참여하는 것까지를 의미합니다. 협치에 대한 민관의 인식 차이는 설문조사 결과에서 크게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행정에서는 50% 이상이 주민들이 자문‧심의위원회에 참여하거나 정책 계획 수립 단계에 참여하는 것이 협치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60% 이상이 정책의 집행 단계까지 참여하는 것을 협치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일방향적인 행정에 익숙해진 관에서는 의견을 듣는 것을 협치라고 인식하고, 실행과 그에 따른 책임은 여전히 관에게 부과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민에서도 협치를 민원을 보다 구체적으로 넣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직접 실행까지 옮기는 것을 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책과 조례에까지 손을 뻗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협치에 대한 민관 인식 차이가 큰데, 이를 줄여 나가는 것 또한 협치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치의 개념]
협치의 한자어를 풀어보면 맞을 협(協 / 맞다, 화합하다, 합하다), 다스릴 치(治 / 다스리다, 관리하다) 입니다. 즉, 함께 힘을 합하여 다스리는 것을 말하는데 요즘 시대에는 힘을 합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다양한 이해집단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자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결정된 의사를 협력적으로 추진하는 매커니즘을 협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어려우신가요? 아무래도 그동안 우리는 특정 몇몇의 국정운영에 익숙해있기 때문에 함께 힘을 합쳐 다스린다는 것이 멀게 느껴질 수 있겠지요.
▲ 열정적인 김산 선생님과 그보다 더 열심인 교육생 분들.
사진은 3회차 동북권(관악구청) 교육 모습이에요.
서울시는 민관협치에 대해 조례를 통해 ‘민간과 서울특별시가 공동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 평가하는 시정 운영 방식 및 체계’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협치는 한 두 개의 사업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진행하는 행정 방식이자 체계인 것이죠. 관에서는 이 새로운 방식을 위해 걸음마를 떼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시민이 삶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직접 제안하는 것에서부터 협치를 향한 걸음이 달음이 될 것입니다.
협치를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필요합니다. 눈에 보이는 자본에 익숙하신 분들에게 사회적 자본이란 개념은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요, 사회적 자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와 그로 인해 나오는 가치를 말합니다. 사회가 다원화 된 만큼 구성원 간의 이해와 통합이 큰 힘을 발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서로에 대한 신뢰가 우선되어야겠지요.
다음으로 규범 준수와 호혜성의 믿음이 나왔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규범은 단순한 법률이나 규칙을 말하는 게 아니라 호혜성을 기반으로 한 규범입니다. 즉 사회적 교환이나 상호 작용 과정 속에서 상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경향성을 모두가 공유하길 권하는 것입니다. 위를 기반으로 사회적 참여를 하며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소속감과 함께 정보를 얻고 문제를 공유함으로써 해결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협치는 과정 자체를 말합니다.
함께 결정하고 함께 실행하고 함께 책임지는 그 모든 과정을 아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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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사례 : 하늘아래구 행복동 이야기]
▲ 하늘아래구 행복동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공원을 되찾았을까요?
궁금하시죠? 드디어 공개합니다~!
협치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사실 협치란 크고 거대한 정치 담론 안에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작고 소소한 우리의 생활 의제 속에서, 조금씩 변화해 나아가는 과정에서부터 등장하게 되는데요. 협치를 통해 다시금 행복을 찾은 하늘아래구 행복동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조금 각색을 하긴 했지만, 실제 사례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하늘 아래구 행복동은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교통이 편리하고, 다양한 상점가가 활성화되어 있어 살기 좋은 동네라 꼽힙니다. 서울 시내임에도 행복동에는 푸르름 가득한 공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마을, 이 공원에 좋은 모습만 있을까요?
보통 공원이라고 하면, 상쾌한 나들이 장소의 이미지가 큰데요. 역으로 많은 사람이 오가며 쓰레기와 소음을 발생시키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행복동도 이런 공원의 문제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다양한 지역과 계층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곳곳에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거나, 노상방뇨를 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으며 밤이면 취객과 놀러오는 사람들이 공원 옆 거주지역까지 침입하여 소란을 피우고, 젊은 연인들의 과도한 애정 행각에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습니다. 아침이면 아이들의 등굣길에 술에 취해 누워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변화하는 공원의 모습에 주민들의 불만은 높아졌고, 같은 불편을 겪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감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골목길에서 마주쳐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을의 문제를 위해 따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생겨났습니다.
견디다 못한 몇몇 주민들이 모여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주민센터에 제출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그리고 가장 쉬운 민원 해결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공원은 구청에서 관리하고 있었고, 쓰레기나 방범, 취객, 소음 등의 문제는 모두 관할 부서가 달랐습니다. 주민센터에서는 책임 권한과 요구사항의 수용 범위 문제 등으로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 이제 더 이상 지역의 문제를 주민끼리, 행정에서만 해결할 수는 없는 시대
민과 관이 함께 모이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납니다.
행복동 주민들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함께 강구하는 주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행정에 요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현수막과 포스터를 통해 모인 주민들은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서로의 의견을 모아 몇 가지 실행 아이디어를 결정했습니다.
주민방범대를 구성하여 순찰을 돌거나, 자고 싶다고 쓰여진 베개를 들고 호소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등 주민 단위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실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민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주민들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구청장과 구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이 문제를 지역사회의 중요한 해결과제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민과 관이 함께 풀어나가자는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행을 위해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담당 공무원과 경찰 등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들을 심도 있게 나눴습니다. 그리고 간담회의 결과로, 공원과 관련한 문제와 해결책을 논의하는 거버넌스 기구인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모여 행복동 하늘공원의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키로 하였습니다.
▲ 때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지역의 예술가나 활동가들이 결합하기도 하고,
민의 협력 하에 행정에서 시행하기도 합니다.
사진 왼쪽은 경의선 숲길에서 진행한 ‘연트럴 파크를 재워주세요’베개 퍼포먼스
오른쪽은 강북구의 강풀 만화거리 (특성화거리) 조성 사례
이젠 행정이 함께 하기 때문에 더 큰 범위의 움직임이 가능해졌습니다. 구청에서는 공원으로 몰리는 사람들을 공원 인근의 상점가로 분산시키기 위해 인근 상점가를 특성화 거리로 지정했습니다. 외지인(관광객)들이 다닐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을 만들면, 굳이 주거지역과 가까운 공원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취객과 소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구성되었던 자율방범대는 경찰서와 함께 공원 안점 지킴이를 결성하여 힘을 보탭니다. 공원에 쌓인 쓰레기는 주민들이 주기적으로 청소하며 안내하는 대신 행정에서 쓰레기통과 청소도구를 제공하는 형태로 협의되었습니다.
이렇게 민과 관이 손을 잡고 노력한 결과, 주민들은 밤에도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 우범 지역으로 공원을 피해 다니던 아이들은 안전하게 등‧하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원은 성공적으로 변화되었고 주민들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행정 역시 상습 민원 지역을 주민들과 함께 함으로써 해결한 경험을 겪고 주민에 대한 믿음이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서로 힘을 합쳐 다양한 방면으로 협의체 활동이 퍼져 나갔습니다.
협치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협치 상상하기>
이어진 협치 상상하기는 조별로 모여 앉아 명함을 만들고 서로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이 명함은 조금 특별합니다. 이름을 적는 것으로 시작하여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지역 내 갈등과 해당 갈등의 직접적인 주체들을 적어봅니다. 만들어진 명함을 들고 서로 소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갈등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제 앞서 <협치 이해하기>를 통해 바라본 협치에 대해 직접 정의해 볼까요?
[협치란 OOO이다]
▲ 각자가 생각하는 협치에 대해 적어보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
각자 커다란 포스트잇을 가지고 내가 생각하는 협치 키워드를 적어보았습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협치에 대한 정의도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도 ‘소통, 이해, 참여, 협력, 신뢰’등의 단어가 먼저 등장하는 건 똑같네요. 이렇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협치에 한 발짝 더 다가갑니다. 교육생 분들의 의견을 몇 개만 소개할게요.
참여와 책임 :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책임의식을 가져야 함
함께 실행 :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공동의 실행으로 이어질 때 유의미한 것
민주주의 : 의견을 모으고 결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것
상생 : 협의와 참여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것
듣기 : 편견 없이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것, 소통을 위한 첫 걸음
비주류의 참여 : 뒤에서 묵묵히 참여하는 것도 필요함. 새로운 사람들의 발굴
시도, 도전 : 부족하거나 두려워도 용기를 가지고 실천하는 것
기다림 : 지난한 과정을 같이 견뎌내는 것
사회적 참여 : 공동의 이익을 위한 개인의 참여 의식
[마쉬멜로 챌린지]
▲ 높이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흔들리지 않게 기초를 단단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멀리, 오래갈 수 있으니까요.
본격적인 협치 시뮬레이션에 들어가기 전, 함께 논의하기의 장벽을 낮추고자 가벼운 게임을 하나 했는데요. 주어진 재료만을 가지고 마쉬멜로를 제일 높이 올리는 게임입니다.
20개의 스파게티면, 10개의 마시멜로, 그리고 테이프. 단순한 재료를 가지고 탑을 쌓으며 얻게 되는 것은 설계 능력이나 창의력도 있겠지만 구성원들이 자연스레 힘을 합치며 느끼는 협동의 경험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의 리더와 설계자, 실행자 등의 역할을 구분하게 되어 이어지는 실습에서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협치 시뮬레이션]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끝난 뒤 협치 시뮬레이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조원 분들이 한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가상의 지역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데요. 살고 싶은 동네, 이상적인 구성원들로 채워진 마을과 삶에서 겪어본 갈등들을 모아 극으로 몰아넣은 마을까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 상상하는 건, 곧 현실이 됩니다.
지역의 문제를 설정하고, 협치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협치 시뮬레이션
논의하시는 모습이 열정적이죠?
위 사진에서 상상한 마을에는 환승역이 있고 교육시설이 많아 전통시장이 먹자촌거리로 활성화되어 붐비네요. 어린이집에서부터 대학교까지 교육시설이 골고루 존재해 연령대의 폭도 넓습니다. 주민들의 대화가 활발하고 참여에 대한 욕구가 커, 사회적기업과 작은 도서관 같은 자발적 기관도 다수 존재합니다. 동 안에 마을학교와 시민학교도 만드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상상동에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해 보았습니다. 폐쇄한 뒤에 방치되어 있는 놀이터의 사용 방안을 둘러싼 갈등, 주민 센터 이전으로 생긴 유휴공간 사용을 둘러싼 갈등, 낯선 음식 냄새와 분리수거 등 외국인 노동자들과 선주민 사이의 갈등, 지역의 자원을 독점하는 봉사단체를 둘러싼 갈등. 이 네 가지 갈등 중 하나의 문제 상황을 골라 갈등 요인과 해결 모습, 해결 방법 등을 상상해 보는 실습이었습니다.
각 조별로 가상의 동을 설정하고, 지역의 갈등 문제를 결정한 뒤에는 지역 내 구성원들의 욕구와 그에 따른 갈등의 요소를 추론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마을 안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이상적으로만 보이던 지역에서도 서로의 이해에 따라 갈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갈등의 상이 잘 떠오르지 않는 분들을 위해 김산 선생님께서 구체적인 사례들도 제시해주셨는데요. 각자가 마을의 구성원에 이입해보면 쉽게 나올 수 있습니다.
앞의 마을에서는 주차시설이 부족한 점이 갈등에 불을 붙입니다. 상가에서는 소문을 듣고 몰려오는 고객들이 차를 댈 곳이 없어 생업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자녀가 출가한 분들의 경우 대부분 생활상의 편의를 위해 단독주택 1층을 선호하시는 데요. 주차시설이 없어 가족들이 자가용을 타고 찾아오기 불편해 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주차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학교나 공공시설의 공간을 개방하여 주차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건의합니다. 그러나 학업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주민들의 쉼터의 역할을 하는 공간에 차가 들어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존재합니다. 오히려 학생들의 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죠.
이제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림을 그려봅니다.
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은 누구 하나의 독단이 아닌 팀원들과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는 형태로 찾아갑니다.
팀이 랜덤으로 구성된 만큼 다양한 시각이 부딪히며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 서로 논의하며 하나씩 채워 나갑니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양보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누며 새로운 방식의 협치를 경험하게 됩니다.
앞서 예를 든 마을에서는 주민참여예산 등을 통해 행정에 안건을 올려 지역사업으로 예산을 받고 상인회와 같은 주민조직들이 직접 출자하는 등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지하주차시설을 만들고 지상에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을 건의했습니다. 지상 1층만 만들면 품은 적게 들지만 가용공간이 좁아 주민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주차공간은 지하로 깊게 빼고 대신 놀이터를 지상에 만든다면 효울도 높아지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을 전체가 공유하며 주민위원회가 직접 운영한다는 계획입니다.
주차장과 놀이터를 개별 안건으로 가지고 갈 경우 민과 민이 서로 부딪히는 것뿐만 아니라 행정의 입장에서도 어느 하나만 지역문제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양보하고 함께 추진함으로써 실행의 확률을 높인 겁니다.
방안을 협의하고 난 뒤에는 누가 가장 많은 양보를 하게 되는 지 짚어봅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양보했지만 시설을 개보수하는 방향도 신설하는 방향도 물질적인 것이 필요합니다. 관이 공유지를 내주는 것도,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양보의 하나로 볼 수 있겠죠? 주차×문화 복합시설을 만드는 데에 있어 필요한 금액을 출자한 개개의 사람들도 조금씩 양보해주었습니다.
양보한 주체들을 찾아보니 도출해 낸 방안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어떤 부분에서 누구와 협의해야 하는 지가 명확해집니다. 이 경우에는 예산을 할당받기 위한 행정과의 협의, 시설의 설치를 위한 사람들의 자발적 출자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해야겠지요.
협치기본교육의 끝은 각 조에서 구성하고 논의한 내용을 공유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 각 조별로 만든 가상동과 갈등, 해결방안 등을 함께 공유해 봅니다.
협치기본교육은 협치에 대한 관심을 가진 다양한 분들이 직접 신청, 참여해 주셨는데요. 지역을 기반으로 교육, 봉사, 사회적기업 등의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나 협치가 궁금한 일반 시민분들, 그리고 공무원과 구의원도 오셨습니다. 덕분에 협치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협치에 대해 좀 더 맑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셨길 바랍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시민 단위의 직접적인 참여와 실행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들었는데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사회혁신계획과 각 자치구 단위로 시도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 그리고 민·민, 민·관의 협력을 위해 구성되는 시민협력플랫폼을 통해 직접 참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협치를 정착시키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각 사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본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정보와 함께 카페를 방문해주세요. 블로그는 지역협치교육운영단의 개별 블로그로 교육을 중점적으로 올라오고 있는데요, 지역협치 카페는 서울시와 자치구의 소통방으로 좀더 넓은 차원의 사업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자치구 소통방 : http://cafe.daum.net/seoul-localgv
서울시의 지역협치 추진계획 : http://cafe.daum.net/seoul-localgv
▲ 뾰로롱, 뿅!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한다면, 해결 못 할 문제가 있을까요?!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마법, 협치.
협치를 통해 바뀌어갈 새로운 세상에 힘을 보태주세요!
[출처] [현장스케치]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마법, 협치|작성자 서울시지역협치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