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携帶電話, けいたいでんわ, 휴대전화]
흔히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시간관념이 철저하다는 말을 한다. 실제로 일본인과 만날 약속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속 시간 5분 전에 약속 장소에 나온다. 언제 도착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전철이라는 사회적 인프라도 일조를 한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인의 시간관념을 뒤흔드는 물건이 하나 나왔다. 바로 휴대폰이다.
일본어로 휴대폰은 '케이타이(けいたい, 携帶, 휴대)'라고 부른다. '케이타이뎅와(けいたいでんわ, 携帶電話, 휴대전화)'를 줄여놓은 말이다. 이것 외에도 '핏치(ピッチ)'라는 것도 있다. '간이형 이동전화'가 공식 명칭인 'PHS' 휴대폰의 애칭이다. 요금이 싸서 한때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전파가 약하다는 단점 때문에 지금은 '케이타이(けいたい, 携帶, 휴대전화)'가 시장을 석권해 버렸다. '케이타이(けいたい)'는 일본어지만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 탓인지 외래어처럼 카타카나로 'ケイタイ'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케이타이(けいたい, 휴대폰)'가 일본인들의 시간관념을 뒤흔들게 된 것일까. 일본인들은 남들에게 '메이와쿠오 카케르(めいわくを かける, 민폐를 끼치다)'하는 것을 무척 두려워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는다는 말을 전에 한 적이 있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은 상대에게 '기다리는 괴로움'을 주는 엄청난 메이와쿠(めいわく, 迷惑, 민폐)다.
하지만 케이타이(けいたい, 携帶, 휴대폰)가 보급된 뒤로는 약속시간에 늦어도 상대에게 아주 큰 민폐는 끼치지 않게 되었다. 늦는다고 전화하면 되기 때문이다. 많이 늦을 것 같으면 근처의 커피숍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고 커피값을 내주면 그만이다. 일본인과의 약속시간에 늦을 것을 대비해 한마디만 알아두자.
스미마셍. 스코시 오쿠레마스(すみません。すこしおくれます。미안합니다. 조금 늦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