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탈출3.5)
하느님께서 불타는 떨기 속에 나타나시어 모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80세에 이른 어느 날, 모세는 양 떼를 이끌고 광야 끝으로 가다가 하느님의 산 호렙에 다다릅니다.
거기서 그는 가시나무 떨기에 불꽃이 이는데도 타서 없어지지 않는 광경을 보고 신기하게 여겨 다가 갑니다.
바로 그때 하느님께서 떨기 가운데서 모세를 부릅니다.
"모세야, 모세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호렙은 히브리말로 - 황무지, 불모지, 버려진 땅 - 을 의미하는데 모세의 초라한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시나무 떨기' 역시 모세가 처한 상황을 반영합니다. 왕궁을 떠나 양을 치는 모세, 처가살이를 살고 있는...
주님의 부르심은 이렇게 바닥으로 내려가서야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는 신발을 왜 벗으라고 셨을까요?
집안에 들어 갈 때는 신을 벗는 것이 마땅한 예의이자 존경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신발을 신고 갈곳 안 갈곳 헤메고 다닙니다.
자신의 욕심과 포부를 이루어 보겠다고 분주히 돌아 다닙니다.
모세도 젊어서는 정의감에 불타 억압받는 동족들의 편을 들고자 용맹한 행동을 감행했지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집트인을 때려 죽임으로써 자신이 누리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 버립니다.
불의에 대항하려 했던 의도는 좋았지만, 자기 힘에 의존해서 그릇된 방법을 택한 것이 잘못이었지요.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내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요?
위령성월인 지금, 헛된 세상의 욕망, 자신의 뜻과 고집을 내세우며 체면을 중시하는 마음을 벗어버리고
하늘의 명, 하늘의 뜻에 따라 살겠다는 결심을 할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