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박사 과정에서 5년 동안 연구했던 결과와 1993년 이후 한국 농업의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면서 연구했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2013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했다. 2004년 『21세기 농업CEO 이제는 경영이다』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 10년 만에 집필을 시작했다. 필자는 학부와 석사 과정에서 농업경제를 공부했고, 박사 과정은 경제학과에서 경제 정책과 경제 성장에 대해 연구했다. 필자는 그동안 농업 연구지도 기관인 농촌진흥청을 시작으로 강원도농업기술원과 경기도농업기술원, 행정기관인 경기도청, 금융 및 금융관리 기관인 농협중앙회,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한국 농업의 다양한 현장에서 20년 이상 일하면서 연구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고도성장한 한국 경제는 짧은 기간에 가난과 빈곤을 극복하고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가 되었다. 1997년 금융 위기로 국가적인 부도 상황과 혹독한 구조 조정을 겪으면서도 국민과 정부가 합심해서 위기 상황을 단기간에 극복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오히려 IMF 금융 위기 이후 10년 동안 지난 50년 간 이룩했던 GDP 규모의 두 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국가 GDP가 두 배 가까이 성장하는 동안 농업 GDP는 어떻게 되었을까? 같은 기간 동안 농업 GDP는 성장을 멈추고 정체되었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배업 GDP는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농업은 이제 성장을 멈추고 사양 산업이 되었다는 것인가?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를 두고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20년’ 이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그리고 한국의 경제 상황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일본과 같은 장기적인 불황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전망과 경고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10년 이상 성장을 멈춘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한국 농업의 성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농업이 미래의 성장 산업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희망적인 가능성에 대한 전망들이 대부분이다.
현대 경제에서 많은 나라들이 경제 성장을 최고의 정책 목표로 두고 있으며, 많은 경제 문제들이 경제 성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때로는 경제 성장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국민들이 잘 살기 위해 경제가 성장해야 하는 것인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경제 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렇다면 경제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 것인가? 반대로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얼마나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미래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경제 활동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등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필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도 국가 경제의 개발과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1990년대 말 이후 한국 농업이 왜 성장을 멈추고 정체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성장을 멈춘 한국 농업이 다시 도약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고민을 연구하면서 경제 체제와 경제 사상의 변천 과정, 국가 경제의 개발과 성장과정, 아직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후진국 경제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 경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지나온 길을 다시 살펴봐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농업에 관련된 분들 외에도 일반 독자들과 공감하고자 하는 부분들이다.
이 책은 제1부 경제의 정의, 제2부 경제 성장과 농업, 제3부 미래경제와 창의혁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경제의 정의Justice에서는 경제의 의미를 알아보고, 경제 체제와 경제 사상의 발전 과정, 먹거리 식량 문제와 한국 농업의 발달 과정에 대해 썼다. 경제를 표현하는 ‘경세제민’과 ‘오이코스’를 통해 경제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또한 근대 자본주의 이전에 등장했던 경제 체제와 자본주의 경제의 사상과 이론을 통해 인간이 어떤 문명을 만들며 살았는지 그 속에서 경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본다.
인류가 직면하게 된 첫 번째 경제 문제는 먹거리인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식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상 어떤 형태의 공동체를 구성하든 모든 공동체의 첫 번째 의무는 구성원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먹거리와 식량 문제는 해소되었으나, 아직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굶주림의 문제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글로벌 공동체 모두의 문제이다. 가장 중요한 먹거리인 곡물에 관한 문제는 곡물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공급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곡물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인간의 먹거리 이외에도 개발도상국의 육류 소비 증가로 사료 곡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오 에너지 원료용 곡물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기후 변화로 인한 다양한 기상 이변 등으로 인해 곡물의 공급 시스템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 한국 농업의 개발과 발전 과정에 대해서도 근대화, 자본화, 세계화의 세 가지 측면에서 소개하고 있다.
제2부 경제 성장Growth과 농업Agriculture에서는 경제 성장을 가져오는 원천이 무엇이고, 생산을 가져오는 3요소가 어떻게 축적되었고, 생산에 참여한 대가를 어떻게 보상 받는지 그리고 그동안 한국 농업이 무엇으로 성장해왔는지 소개한다. 고도성장하던 한국과 동아시아 경제는 경제 성장의 필수 관문이라도 되는 듯이 금융 위기를 겪었다. 경제 성장과 금융 위기를 가져오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금융 위기가 발생한 현실에 대해서만 소개하고, 경제 성장에 대한 것만 집중해서 다룬다.
고전학파 경제학은 경제 성장을 가져오는 원천이 기술진보와 인구 증가라고 보았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기술진보와 경제 성장을 억제하는 인구가 어느 것이 더 많이 증가하는가에 따라 경제가 성장할 수도 있고 쇠퇴할 수 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경제 성장의 원천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경제는 노동과 자본 같은 생산 요소의 투입 증가와 기술진보에 의해 성장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해서 경제 성장의 원천을 생산 요소의 투입과 기술진보로 여겨지는 총요소생산성으로 분해해서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 솔로우 성장회계 모형이다. 그러나 신고전학파 성장 이론의 한계는 기술진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성장이론에서는 연구개발R&D 투자가 기술진보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파악하였고, 경제 성장 모형 내에서 R&D 투자를 증가시켜 경제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분석 모형을 제시하였다.
자본주의 이전의 전통경제에서 본원적인 생산 요소는 노동과 토지였다. 산업혁명 이후 농경 사회가 산업 사회로 전환되면서 토지 대신 자본이 본원적 생산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농업은 자연과 토지에 의존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생산의 3요소인 노동와 토지, 자본 모두를 본원적 생산 요소에 포함시켜야 한다. 필자가 박사 과정에서 연구했던 내용이 1970년 이후 40년 동안 솔로우 성장회계 모형으로 분석한 한국 농업의 성장 요인이다. 농업경제를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 표와 그래프, 수식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일부 내용이 교과서처럼 표현되어 있는 것에 대해 일반 독자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제3부 미래경제와 창의 혁신Creative Innovation에서는 문명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의 특징과 미래 경제의 트렌드를 소개한다. 아울러 필자가 소개하고자 하는 프론티어Frotier 경제와 창의 혁신 경제의 성장 모형을 제시하였다. 자본주의 경제는 세계화, 무한 경쟁의 시장 경제, 오프쇼오링Offshoring과 경제 공동화,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저성장 등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의 지속성에 대한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가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를 가졌던 것이 성장회계 모형과 프론티어 생산 함수였다. 아마도 필자가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가 되었다면 두 분야에 대해 계속 공부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새로운 산업과 경제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을 프론티어 경제라고 표현하였다. 프론티어 경제의 구체적인 대상은 4차 지식 산업, 5차 생명 산업, 6차 감성 산업이다. 프론티어 생산 함수에서 말하는 프론티어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며, 위의 산업들이 프론티어 산업이라고 학문적으로 정의하는 것도 아니다. 프론티어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요구되는 창의와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혁신 생산 함수와 전략을 소개하였다.
마지막 8장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경제와 농업을 위한 창의혁신 ITKHG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ITKHG 프로젝트는 창의성과 아이디어(I), 프론티어 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혁신 기술(T)이다. 경제 개발과 경제 성장에 필수 요건인 자본(K)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는가? 마지막으로 프론티어 경제와 창의혁신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장인 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겸비한 인적 자원(H), 위험과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는 거버넌스(G)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농어촌 구조개선 사업이 처음 시작된 1992년 농업연구직 공무원이 되어, 1993년 이후 농촌진흥청과 강원도농업기술원,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농업경영 연구와 지도사업을 수행했다. 행정 기관인 경기도청에서는 농정기획과 농림사업에 대한 평가, 외자유치 등 1990년대 추진된 농어촌 구조개선 사업의 현장에서 일했다. 2000년 공무원을 퇴사한 이후 농협중앙회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서 농업 금융과 재정, 투자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농어촌 구조개선 사업의 재원이라고 할 수 있는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융자금 관리, 새로운 농업금융 시스템으로 도입된 농업종합자금 심사 및 컨설팅 시스템 개발, 새로운 투자금융 시스템으로 도입된 농식품모태펀드 개발과 운영 등에 관한 일을 하면서 필자가 한국 농업의 성장과 발전 현장에서 경험하고 연구했던 것들이 이 책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연구직 공무원으로 농업 연구기관에서 일하다가 IMF 금융 위기 시기에 행정기관인 경기도청에서 일하게 되었다.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동안 산업과 경제 현장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공무원을 퇴사하고 한국 농업의 변화를 가져왔던 농업종합자금과 농식품모태펀드가 만들어지고 정착되는 과정을 연구하며 참여했다.
이제 필자의 개인적인 관심과 부담은 이러한 경험과 지식을 어떻게 공유하는가 하는 것이다. 농업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해 박사과정은 농업경제학과가 아닌 경제학과를 입학했다. 경제 정책과 경제 성장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동안 필자가 몸담고 있던 한국 농업의 발전 과정과 성장에 대해 연구했다. 1970년 이후 40년 동안 한국 농업의 발전과 성장에 관해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필자가 고민하던 것들을 연구하면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독자들과 나누는 것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라고 스스로 답하면서 2년간의 집필을 마친다. 직접적인 집필 동기는 농업에서 시작했지만,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과 성장 과정, 미래 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정책 기획, 사업자와 농업인, 학생 등을 떠 올리며 2년의 시간을 지내왔다. 국가 경제의 성장과 농업의 도약을 희망하고, 그 방법을 고민하는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가난과 기아 문제를 깊이 생각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의 경제 발전 과정을 배우며 성장해온 것처럼 한국의 경제 개발과 농업 발전 과정이 이들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새마을 운동은 경제 개발과 농업 농촌 개발의 모범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농업 개발에 관심 있는 국가들의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이 순간이 있기까지 아낌없는 격려와 지도로 도움을 주신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이광훈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책의 내용에 대해 조언해 주신 송국헌님, 김철웅님, 임은미 회계사님,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선임연구위원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준기 연구위원님, 충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서상택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출판을 허락해 주신 북셀프 권영민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아울러 교육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공부하며 집필 기간 동안 조언해준 아내와 교정 작업을 함께해준 윤석이와 윤건이가 보내준 사랑과 응원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나눌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기도와 격려로 함께해 주신 어머니와 장인, 장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아버지께 이 책을 바칩니다.
2015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