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 Budapeŝto, en 31a de julio, 2016
7월 30일 세계대회 폐막식 후에 니트라역에서 출발 시간이 되자 주로 부다페스트로 가는 에스페란티스토들이 몰려들었다. 여기서 노베잠키까지 가는 기차는 완전 지방 완행이다. 냉방이 안 되지만 문을 열고 가기 때문에 참을 수는 있었다.
노베잠키에서는 다행히 우리 기차는 정시에 도착하고 프라하-부다페스트 기차가 몇 분 늦어 어렵지 않게 바꾸어 탈 수 있었다. 바꿔 타는 시간이 6분밖에 없었는데 잘 되었다.
기차에서 함께 내린 후 이미 마중 나와 있는 율리아(Júlia Szalainé Tímár; Sándor)부부가 환전과 시내 교통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호텔에 짐을 두고 나와 3호선 전철을 타고 큰 백화점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슈퍼에서 과일 등을 산 뒤 호텔로 돌아왔다.
7월 31일(일) 부다페스트 관광
아침 7시 호텔 식사 중 맛있는 수박과 멜론이 특징이다. 이 호텔은 가격 대비 위치가 좋고, 식사도 아주 마음에 든다.
9시에 율리아 부부가 와서 시내관광이 시작되었다.
호텔에서 역 쪽으로 나오면 바로 바치 거리다. 이 거리는 헝가리에서 가장 ‘부자거리’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산 물건은 늘 자랑거리가 된다고 하는데, 그만큼 비싸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아직 이른 아침이라 조용한 거리를 감상하였다. 가끔 가게 앞에 고추를 다발로 엮어 걸어놓은 것이 특이하였는데 이곳 전통이라고 한다. 농경사회였던 옛날 문에 고추를 걸어 말리던 관습이 전통이 되어 생긴 문화라고 한다.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뉴브강 가에 있는 비가도 광장까지 갔다. 부다페스트에서 유명한 콘서트장으로 이곳에서 1929년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가 열렸을 것으로 본다. 1856~1859년 건물을 지었고 프란시스코 요셉 1세 오스트리아 황제도 이곳 콘서트를 관람하였다. 유명한 리스트나 브람스 같은 거장들이 콘서트를 가졌고, 많은 세계적 가수들이 노래를 불렀던 곳이다. 1873년 부다와 페스트 그리고 오부다가 통합할 때도 여기서 선언하였고, 1898년 난센의 강연도 여기서 이루어졌다. 2차 대전 때 무너졌던 것을 다시 세워 전시회, 콘서트, 회의하는 곳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은 바로 다뉴브강 가라서 강가를 다니는 전차도 보이고 강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유람선도 보이며, 특히 건너편 언덕에 엄청난 규모로 세워진 부다페스트 궁전이 압권이다. 건너편 궁전도 아침 햇빛을 받아 아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 영웅광장과 농업박물관
다시 1호선을 타고 영웅광장에 이르렀다. 영웅광장(Hősök tere, Heldenplatz)은 타원형의 호프부르크 궁 정면으로 탁 트이게 펼쳐진 광장을 말한다. 1896년 헝가리 건국 1000년 기념을 위하여 조성한 상징 조형물중 하나이다. 영웅광장은 부다페스트 "안드라시" 거리 마지막에 자리 잡고 있다. 광장 중앙에는 36m 높이의 기둥이 있는데, 꼭대기에는 가브리엘 대천사의 조각상이 있다. 광장 중앙의 탑 주위에는 헝가리의 선조인 부족장 7인의 기마상이 서 있다. 탑을 에워싼 반원형의 기단에는 시대별로 헝가리를 빛낸 14명 영웅들의 입상을 세워 놓았다. 영웅광장에는 유명한 두 장군의 기마상이 마주 보고 있는데 궁전 바로 앞에 서 있는 기마상은 합스부르크 통치시절 가장 강력했던 사보이공국 출신의 오이겐 장군, 그리고 맞은편 기마상은 나폴레옹과의 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칼 장군의 동상이다. 원주 양 옆의 열주에는 헝가리 왕의 동상들이 쭉 늘어서 있어, 헝가리의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영웅광장 뒤에 있는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섬이 하나 나오는데 입구에 인상적인 성문이 나온다. Vajdahunyad 성을 그대로 본 딴 것이라고 한다. 바이다훈야드가 기록에 나온 것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것은 1265년이었고, 1919년까지는 헝가리에 속했다. 그 성에 대한 첫 기록은 1446년이고 이 성을 지은 사람은 요하노 훈야디였으며 그의 아들 마티아소 1세가 1481년 완성하여 그 성을 아들 요하노 코르빈에게 선물하였다. 성문을 들어서자 왼쪽에 성당이 나오고 오른쪽 큰 건물에 농업박물관이 있다. 우리는 국립박물관에 갈 계획이 있어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율리아는 농업박물관 관람을 강력하게 추천하였다.
농업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 안익태 선생의 기념비가 있으니 찾고 싶다고 했다. 율리아가 몇 사람에게 물어보고 그곳 관계자들에게 물어보았으나 아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공원을 가로 지르는 길을 따라 가고 있었는데 우리가 길 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는 안익태 선생의 흉상(47.517138, 19.080421)을 찾아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흉상과 양쪽에 두 나라 말로 약력을 쓴 대리석이 놓여 있고 앞에 잘 가꾼 작은 꽃밭이 있어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이었다. 이 기념비는 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서울시가 기증한 것이다. 안익태 선생은 리스트 음대 출신이다.
율리아가 우리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바로 세체니 온천장(Széchenyi Thermal Bath, http://www.szechenyibath.hu/) 이었다. 세체니는 유럽에서 가장 큰 온천 스파 가운데 하나로 페스트 지역에서 가장 먼저 건설된 온천이다. 광산 엔지니어였던 Vilmos Zsigmondy가 시립공원에 온천 탐색 정을 박아 찾아내 1881년 자연히 분출하는 온천물에 목욕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많은 수요자가 발생하자 1913년 목욕탕을 짓게 되었고 1923년 남녀 공용의 공중온천장으로 확대되었다. 1960년 물리치료 부분이 더해졌고, 1999년 온천수를 걸러내고 순환시키는 기계를 설치하고, 회전복도, 거품발생기, 물마사지기계 같은 다양한 시설이 추가되었다. 율리아는 몇 번이고 부다페스트는 하루 이틀 구경해서는 제대로 못 본다고 강조하였는데, 바로 이런 시설에서 하루쯤 푹 쉬었다가 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부다페스트만 해도 이런 시설이 몇 군데 더 있다고 한다. 부다페스트는 온천의 도시라는 말이 있다. 헝가리 전국에 국제 기준에 달하는 온천이 450개나 있고, 부다페스트에만 100개 이상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다시 오페라 극장 근처에 예약한 Pesti Diszno라는 식당에 와서 굴랴슈로 낮밥을 먹었다. 율리아가 특별히 예약을 해 놓은 곳이다. 낮밥을 먹고 난 뒤 율리아 부부는 박물관까지만 안내해 주고 돌아갔다. 서교수님과 금박사만 박물관을 보고, 나머지는 국회의사당 구경을 갔다.
■ 부다페스트성의 역사박물관
왕국의 언덕 남쪽에 있는 네오바로크 양식의 부다 왕궁은 부다페스트의 상징이다. 13세기에 벨라4세가 몽고의 침입 이후 높은 언덕 부다에 최초로 건립한 왕궁으로, 17세기에는 합스부르크 제국에 의해 현재의 크기로 개축되었으며 오늘날의 부다 왕궁의 이미지는 대대적인 보수를 거쳐 1905년에 단장된 것이다. 정원의 빈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된 곳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유물이 발견되어 사적지로 보호하는 곳이다. 왕궁 문 왼쪽에는 마자르족 전설의 새인 투룰이 있으며, 머리는 용, 몸은 독수리로 칼을 잡고 있다. 역사박물관, 헝가리 노동운동박물관, 국립미술관이 모두 이곳에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왕궁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의 모습은 1950년대에 완성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된 것을 복구하면서 수많은 유물들이 발굴되었고 이 유물들은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노동운동 박물관에는 헝가리 투쟁운동과 사회주의 아래의 헝가리의 모습을 담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국립미술관에는 11세기부터 현재까지의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박물관에는 Avar 무덤을 발굴한 유물 등 아주 다양한 시대의 전시를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바로 부다페스트 성 자체를 발굴한 것이다. 지하를 내려가며 오토만제국에 의해 파괴되었던 옛날 성들을 발굴하여 잘 보존하고 있었다.
성벽을 따라 가며 부다페스트의 파노라마를 구경하였다. 역시 여기서 다뉴브강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 시내를 조망하는 것이 가장 으뜸가는 경치다.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의 사이를 흐르고 있는 다뉴브 강은 이 곳 헝가리 부다페스트뿐만 아니라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를 지나고 있는 약 2,850km의 긴 강으로 헝가리어로는 두나(Duna), 영어로는 다뉴브(Danube), 독일어로는 도나우(Donau) 등으로 불리는 강이다.
전차를 타고 세체니 다리(Széchenyi Lánchíd)를 건넜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의 서쪽 지구 부다와 동쪽 지구 페스트 사이에 있는 도나우 강에 놓인 현수교이다. 이 다리는 부다페스트의 도나우 강을 가로질러 놓인 최초의 다리이며, 1849년에 개통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러 에르제베트 광장(Erzsébet tér)을 갔는데 광장에 있는 얕은 온천탕 같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도 모두 그들 사이에 끼어 앉아 시원하게 발을 담그니 정말 피로가 확 가셨다. 바삐 걸어가다가도 아무나 앉아서 시원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쉬었다 가는 곳으로 가거나 오거나 누구에게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너무 자연스러운 곳으로, 우리도 시청 앞에 이런 시설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호텔에 돌아왔다.
엊저녁 늦게까지 부다페스트 성 야경을 구경하고 왔는데 바람이 몹시 불고 비도 왔다.
11시까지 쉬고 나서 체크 아웃한 뒤 3시간 동안 관광을 하였다. 먼저 다뉴브강 가를 달리는 전차를 타고 마지막 역까지 가서, 마르깉(Margit, Margaret) 다리를 걸어서 마르깉섬 입구까지 갔다 다시 돌아오면서 섬 전경도 보고 반대편인 다뉴브강 남쪽 전경도 구경하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국회의사당과 부다지구 성이 아름답게 어울려 멋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다시 전차를 타고 국회의사당(Parliament)으로 갔다. 국회의사당은 네오고딕양식의 큰 규모로 지어졌으며 1902년에 완공된 건물로 길이가 268m, 높이가 96m나 되는데 특히 헝가리민족이 유럽에 최초로 정착한 896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높이를 96m로 지어졌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건물은 유네스코에 지정되어 세계문화재로 보전되고 있으며, 1956년 반공혁명 때에는 탱크로 진압하는 소련군과 맞서 치열하게 싸우던 곳이기도 하다. 현재 국회와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기도 하다. 오전 햇빛에 빛나는 아름다운 국회의사당을 감상하는 사이에 마침 위병 교대식이 있어 구경하였다.
시간은 이미 12시를 넘었다. 다시 같은 전차를 타고 중앙시장까지 가서 과일과 먹을거리를 사서 호텔 길 건너 공원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