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에는 여러 부처님을 모셔놓은 갖가지 집들이 있다. 이 부처님
들을 우리는 통칭해서 불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불상들은
나름대로 각기 교리적 배경을 갖고 있는데, 이것을 佛格(불격) 또는
덕이라고 한다.
불상은 깨달은 이 즉, 覺者(각자)로서의 격을 갖추고 있는 부처님
을 형상화시킨 것이다. 대승 불교에서는 누가나 다 부처가 될 수
있고, 또 어느 때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과거, 현
재, 미래를 막론하고 수많은 부처님이 계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석
가모니불을 비롯하여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약사불, 미륵불 등과
53불 1천불상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1.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석가모니불은 불교를 창시하신 교주이시다. 대승 불교시대(BC 1
세기경 이후)에 들어와서 다양한 부처님이 예배되고 불상 또한 다
양하게 만들어지지만, 불교의 창시자이자 교주인 석가모니불이 가
장 숭앙 받았으며 따라서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석가모
니 불상이 가장 많이 만들어졌다.
우리 나라의 석가모니 불상은 초기에는 서 있는 입상(立像)일
경우 시무외.여원인(施無畏.與願印; 오른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이면
서 손가락을 위로 펴고, 왼손은 아래로 내려 손바닥을 밖으로 보이
는 손가짐)의 수인(手印)을 지으며, 앉아 있는 좌상(坐像)을 경우에
는 선정인(禪定印; 왼손 위에 오른손을 놓고 엄지를 맞대는 모양)의
수인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통일신라 시대 이후 특히 조선 시대
에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오른 손을 무릎 아래 쪽으로 향하게
하는 모양)을 하는 것이 거의 통례였다.
대웅전(大雄殿)에 주불(主佛)로 봉안되며, 응진전, 나한전, 영산
전, 팔상전 등에도 주불로 봉안되는 경우가 많다.
협시보살상은 문수(文殊) 보살상과 보현(普賢) 보살상이 좌우에
배치되거나 관음보살상과 허공장보살상, 또는 관음이나 미륵 보살
상도 배치된다.
2. 비로자나불(毘盧?? + 蔗}那佛)
현상계에 나타난 부처님의 원래 모습인 진리 자체를 상징하는
부처님이 비로자나 부처님, 즉 대일여래(大日如來)다. 그래서 진신
(眞身) 또는 법신(法身)이라 말하고 있다.
비로자나(Vairocana)는 변일체처(遍一切處) 또는 광명변조(光明
遍照), 즉 불의 광명이 어디에나 두루 비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
면 비로자나 부처님은 진리의 몸이 온 누리에 두루 비치는 큰 빛을
내어 모든 이들을 이끌어 주시는 부처님이다.
그래서 이 불상이 봉안된 불전을 대광명전(大光明殿), 대적광전
(大寂光殿)등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불전에는 비로자나불을 본
존(本尊)으로 하고 좌우에 문수, 보현 보살이 협시하는 경우가 많지
만 불전이 클 경우 좌우에 報身(보신) 노사나불(盧舍那佛)과 응신
(應身) 석가모니불이 협시하는 이른 바 삼신불(三身佛)을 모시는 것
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 불상은 화음경의 주존불(主尊佛)로 화엄종에서 주 예배불로
존중받아 크게 유행을 본 불상이다.
비로자나불은 지권인(智拳印)을 짓고 있는데, 신라 시대에는 주
먹을 가슴에서 아래 위로 포개고 밑의 왼쪽 검지를 오른손 주먹이
감싼 모양이, 그리고 고려 후기에는 주먹쥔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
싼 모양이 각각 유행되었다.
3. 아미타불(阿彌陀佛)
아미타(阿彌陀; Amitabha)불은 영원한 수명(無量壽;Amitayus)과
무한한 광명(無量光;Amitabha)을 보장해 주는, 즉 시간적이거나 공
간적으로 영원한 부처님이라는 뜻인데 서방 극락정토를 주재하면서
뭇 중생들에게 안락과 수명을 보장해 주는 대자대비의 부처님다.
이 부처님은 먼 옛날 법장(法藏)스님으로 수행을 하시면서 48가
지의 큰 서원(誓願)을 세워 훌륭한 나라를 실현할 것을 다짐하고
자신과 남들이 함께 성불하기를 원하여 극락정토를 이룩하신 부처
님으로 이 세상의 괴로움 속에서 허덕이는 어떤 중생이거나 착한
일을 하고 아미타불을 지극정성으로 부르면 서방 극락의 아름다운
정토(淨土)에 이끌어 주시는 분이다.
아미타불의 형식적 특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수인(手印)인
데, 내영인(來迎印)을 하고 있다. 내영인은 오른손을 들어 부처를
보이고 왼손은 내려놓아 중생을 오라 하는 모습이다. 손가락을 엄
지와 중간 손가락을 마주하도록 둥그렇게 하는 모습 등이 있는데
이것은 극락 세계를 표시하는 것이다.
극락 세계는 아홉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를 구품연화대라 하
고 상.중.하품에 따라 손가락을 엄지와 제1 손가락, 엄지와 중간 손
가락, 엄지와 셋째 손가락을 서로 둥글게 하여 마주 대는 모습이다.
아미타불은 오랜 옛적 과거 세에 세자재왕불의 감화를 받은 법
장(法藏)이 2백 10억의 많은 국토에서 훌륭한 나라를 택하여 이상
국토를 건설하기로 서원하고 48원(願)을 세워 자기와 남들이 다 함
께 성불하기를 소원하면서 오랜 수행을 쌓고 성불하였으니 이 분이
곧 아미타불이시다.
협시보살은 좌우에 관음보살, 세지(勢至) 보살이 가장 보편적이
며 관음 보살과 지장보살이 배치되거나 또는 4명씩의 8대 보살(관
음, 세지, 문수, 보현, 미륵, 지장, 제장애, 금강장)이 배치되는 경우
도 있다.
그리고 이 불상이 봉안되는 불전을 무량수전, 극락전, 아미타전
으로 부르고 있다.
4. 약사불(藥師佛)
약사(藥師; Bhai sajyaguru)불, 약사 여래불은 동방 정유리 세계
의 교주이시다.
이 부처님은 과거에 12대원을 발하여 이 세상 사람들의 온갖 아
픔을 고쳐 주시고 사람들이 오래 살도록 해 주시며, 재난과 근심을
없애 주시고, 옷과 음식을 많이 주어 잘 살수 있도록 해 주시며, 부
처님의 진리를 잘 실천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주시는 부
처님이다. 약사유리광여래(藥師 璃光如來), 또는 대의왕불(大醫王
佛)이라고도 한다.
약사불은 다른 불상과는 달리 왼손에 지물(持物)을 가진 계인(契
印)을 짓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왼손에 약이 든 약합 같은 약
그릇(藥器)을 들고 있는 것이다. 또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이 밖으로
향하도록 하고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펴는 시무외인(施無畏印)을 맺
어 중생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없애주고 안심을 주는 형상을 하고
계신다.
일광(日光)보살과 월광(月光)보살 또는 약사12지신상(藥師十二支
神像)을 거느리고 있는 것 역시 특이한 점이다.
5. 노사나불(盧舍那佛)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수행하신 공덕으로 나타나신 부처님
으로 복과 덕이 가득하게 이 세상의 불쌍한 모든 사람을 구제하시
는 부처님이다. 삼신불의 하나이신 보신불이라고도 한다.
6. 미륵불(彌勒佛)
메시아로서 널리 알려진 미래불(未來佛)이 곧 미륵불(Maitreya)
이다. 자씨(慈氏)이며 이름은 아일다(阿逸多)라 하는데 인도의 바라
내국 바라문 집에 태어나 석가모니불이 열반하신 후 56억 7천만년
이 지나서 이 세상에 강림할 미륵은 현재는 도솔천 내원궁(內院宮)
에서 보살로서 존재해 있으나 이미 수기를 받은 부처님이시다. 그
러므로 미륵은 도솔천을 주재하고 그 곳에서 항상 설법하고 있는
입장으로 볼 때는 미륵 보살이라 함이 타당하고, 또 그의 하생(下
生)의 입장에서는 이미 미륵불로 불려지게 된다.
사회가 불안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지상 낙원의 세계를
꿈꾸게 된다. 이러한 혁명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알맞은 복음
적인 부처님이 바로 미륵불이다. 후삼국 시대의 궁예가 스스로를
미륵이라 자칭한 것은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미륵불은 석
가모니불이 미처 제도하지 못한 중생들을 모두 구제하기 위하여 용
화수라고 해서 이 불이 봉안된 불전을 용화전(龍華殿)이라고 부른
다.
7. 연등불(燃燈佛)
연등불(Dipamkara)은 과거 머나먼 옛적에 출현하여 현재의 석가
모니불에게 미래 세에 반드시 성불하여 호를 석가모니라 할 것이라
는 수기(授記)를 준 부처이시다. 정광여래(錠光如來) 또는 정광불
이라고도 한다.
이를 음역하여 제화갈라(提和竭羅)라고 하며 또는 보살의 칭호
를 붙여 제화갈라보살, 갈라보살 이라고도 한다. 즉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하는 경우 좌우의 보처불(補處佛)로서 과거불인 제화갈라보
살과 미래불인 미륵보살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 들 중 석가모니
불 다음 세상에 부처가 될 분이 미륵이므로 과거 현재 미래의 3세
불(世佛)로서 등장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