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은 심오한 사상을 품위있으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데, 우리는 십이분교와 삼분을 통해 이런 경전의 서술과 구성을 이해할 수 있다.
십이분교는 문체, 문장 및 기술의 형식과 내용 등을 12가지로 분류한 것으로 경전이 성립 이후 그 원형이 끊임없이 개작되어왔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제1차 결집 때 석가모니불의 말씀을 충실히 전하다가 변화를 거듭하면서 소설체와 같은 기술, 회화 문답 형식과 시문, 찬가의 내용이 차츰 복잡하게 되고, 또한 삼분이 발달하여 경전은 희곡체의 고급 문학작품의 형식을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12분교
12분교는 불멸 직후 열린 제1결집 후에 분류된 것으로 문체, 문장 및 기술의 형식과 내용 등을 기준으로 경전을 12가지로 분류한 것을 말하는데 12부경, 12분성교, 12분경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12분교에서 인연과 비유, 논의 등 세가지를 뺀 아홉가지를 9분교라 부르기도 합니다.
1) 경(經)은 범어 sutra를 번역한 말인데 수다라(修多羅)라 음역하며, 이는 사상적으로 그 뜻을 완전히 갖춘 경문을 말합니다. 즉 단순한 이야기, 또는 비유만의 서술이 아니라 예컨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과 같은 사상을 완전히 표현한 경문을 경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2) 고기송(고기송)은 범어 gatha 의 번역으로, 게송 또는 송이란 뜻입니다. 가타(伽陀) 게타(偈陀), 또는 게(偈)라 음역하기도 하는데, 이는 운을 부친 시체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운문으로서 술한 경문을 말하는데, 산문체로 된 경전의 1절 또는 총결한 끝에 아름다운 귀절로서 묘한 뜻을 읊어 놓은 운문 부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경전에는 본문의 내용을 거듭 읊은 중송이 있기도 하지만, 고기송이라 번역되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본문과는 관계없이 노래한 운문을 말합니다.
3) 중송(重頌)은 범어 geya 를 번역한 말인데, ‘기야(祈夜)’라 음역되기도 합니다. 이는 앞의 고기송과는 대조적으로 운(韻)을 부치지 아니한 시체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시체이나 운을 안부치고 그 앞의 산문으로 된 본문의 뜻을 거듭 설명하는 부분을 가리킵니다.
4) 무문자설(無問自說)은 범어 udana의 번역으로 감흥어(感興語)라 번역되기도 하며 우타나(優陀那)라 음역되기도 합니다. 이는 부처님이 종교적 체험을 감격한 그대로 말하는 부분인데, 경전에 보면 부처님은 제자나 신도의 질문에 의해 설교하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누구의 질문에 의하지 아니하고 설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을 udana, 즉 무문자설이라 하는 것입니다.
5) 미증유법(未曾有法)은 범어 abhuttadharma 를 번역한 말로 희법(稀法)이라고도 하며 아부다달마(阿浮多達磨)라 음역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경 가운데 불가사의한 일을 말한 부분입니다. 다시 말하면 범부(凡夫)는 경험하지 못하는 성자 특유한 심경(心境), 또는 정신적 기적 같은 것을 설한 부분입니다.
6) 여시어(如是語)는 범어 iti vuttaka 를 번역한 말로 이제불다가(伊帝弗多迦)라 음역되기도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경전 첫 머리에 보면 ‘여시아문(evam maya-srutam) 즉 ‘이와같이 나는 들었노라’라는 말은 곧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설하셨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 말 속에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므로 그대로 믿고 의심치 않는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7) 인연(因緣)은 범어로 nidana를 번역한 말로 니타나(尼陀那)라 음역되기도 합니다. 이는 어떤 경전을 설하게 된 사정이나 동기 등을 서술한 부분을 말합니다.
8) 비유(비유, avadana )를 번역한 말로 아파타나(아파타나)라 음역되기도 하며, 이는 경 가운데서 비유나 우언(寓言)으로써 교리를 설명, 해석한 부분을 말합니다. 불교 경전에는 이 비유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며, 경에 따라서는 이 비유의 이야기만으로 구성된 경전도 있습니다.
9) 본생(本生) 범어 jataka 를 번역한 말로 자다가 또는 자타가라 음역되기도 합니다. 이는 부처님의 전생의 이야기를 적은 경문으로, 부처님이 전생에 하신 육바라밀의 행업 등을 말한 부분이다. 파알리어 삼장에는 550종의 본생이 기록되어 있고, 한역 대장경에는 생경이라던가 육도집경 또는 불본행집경 등의 경이 모두 이 본생을 담은 경전들입니다.
10) 수기(授記, vyakarana) 를 번역한 말로, 화가라나(和伽羅那)라 음역되기도 합니다. 이는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다음 세상에서 성불하리라는 것을 낱낱이 예언하는 경문의 부분인데, 보통 문답식으로 의론을 전개하다가 최후에 부처님이 인가를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11) 논의(論議)는 범어로 upadesa를 번역한 말로 달리 축분별소설(逐分別所說)이라고도 한역되며, 우파제사(優波提舍)라 음역합니다. 이는 해석, 논술로써 연구 논문 형식의 경문을 말하는데, 부처님이 논의하고 문답하여 온갖 법의 내용을 명백히 말한 부분을 가리킵니다.
12) 방광(方廣)은 vaipulya 를 번역한 말로 방등(方等)이라고도 번역되며, 비부략(毗浮略), 비불략(毗佛略) 또는 비부라(毘富羅) 등으로 음역되기도 합니다. 이는 부처님의 설교가 문답을 추구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면서 논리적으로 깊고 넓게 의미를 확대하고 심화(深化)하여 철학적 내용이 성격을 띤 경문을 말합니다.
3분 - 서(序), 정종(正宗), 유통(流通)의 삼분(三分)
중국에서 경전을 서지학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불교학자인 동진의 도안은 한 경전의 조직을 보면 서분, 정종분, 유통분의 3단으로 되어 있다고 갈파하였는데, 이 3단번은 극히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그 후의 학자들은 모두 이를 채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분은 경문의 첫 머리에 ‘여시아문’ 이하 그 경을 설한 때와 장소, 그리고 대상 등 일체의 사정을 서술한 부분이고, 정종분은 석존의 설법을 서술한 경의 본체이며, 유통분은 경문의 마지막에 그 설법을 들은 대중의 감격이라던가 계발의 정도, 그리고 장래에 이 경을 읽는 사람의 이익이나 공덕, 또는 그 경의 이름 등을 기록한 부분입니다.
이와같은 삼분을 염두에 두고 경전들을 살펴보면 단편의 경전은 정종분만 있는 것도 있고 또 서분과 유통분이 극히 간단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편의 경전은 반드시 이 삼분을 구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후의 이분이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서
분과 유통분만 아니라 전후의 이분이 분명하게 서술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는데, 서분과 유통분과는 석존이 설법한 언사를 기록한 것이 아니고 석존의 설법을 들은 사람의 말이거나 쓴 사람의 기술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경전이라는 것은 석존의 설법만을 문자화하여 책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불교학자들은 서분의 기술 여하에 의해서 그 경전의 사상이라던가 내용의 심천 등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하여 매우 중요시 했습니다. 정종분도 또한 오로지 석존의 설법만이 아니고 제자들의 문답 왕복과 제천(諸天)의 말, 시방세계(十方世界) 보살들의 말 등이 석존의 말씀보다 더 많이 기록되어 있는 경전이 적지 않습니다. 유명한 ‘화엄경’과 같은 80권이나 되는 장편의 경전도 석존의 말씀은 겨우 2,3장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석존 이외의 사람의 말이 기록되어 있고, 그 짧막한 말도 간단한 설명 또는 회화가 아니라 시가(시가), 운문, 비유, 논설 등 이른바 십이분교의 제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