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개편 논의에 대한 단상
정현철(금속노조 시흥안산지역지회 지회장)
‘노조여 세상을 바꾸려면 호봉제부터 바꿔라’ 주간지 시사인에서 올해 초(1.25.) 작성한 기사 제목이다. 기업별 임금 격차 해소,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의 분절과 차이 해소,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맞는 임금체계를 위해 연공급(호봉제) 대신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호봉급은 임금 격차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직무급제 도입은 ‘청년 초임을 높이고 비정규직, 여성의 임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주장도 주요한 노동이슈 중 하나다.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경계에 있는 노동자들과 사용자들 사이에서 주된 분쟁이 되며, 이 때문에 ‘14시간 미만으로 쪼개기’ 같은 편법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이 반영된 주장이다. 기본급 구성에서 주휴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7%정도다. 이 16.7%를 최저임금으로 반영하면 주휴수당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최저임금도 인상할 수 있어서 청년 노동자, 최저임금노동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금관리의 3요소는 임금수준, 임금체계, 임금형태를 말한다. 임금수준은 ‘얼마를 지급할 것인가’이다. 임금의 본질에 관한 내용으로, 노사간 가장 많은 이견이 보이는 영역이다. 임금협상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기업은 임금수준이 기업의 지불능력과 경쟁력, 다른 회사들의 지급상황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자들은 생계비,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성과와 노동생산성 등이 기준이 되기도 한다. 임금체계는 임금결정 체계와 임금구성체계로 나뉜다. 임금결정체계는 연공급(호봉급), 직무급, 직능급과 같이 기본급 결정기준을 말한다. 임금구성체계는 기본급, 각종수당, 상여금 등 임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말한다. 임금형태는 시급제, 월급제, 연봉제 등 임금의 산정 및 지급방법을 의미한다. 임금에 대한 논의는 노사관계의 핵심영역이면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고용노동부)는 수년 전부터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람중심의 속인주의 연공급은 고도성장시기에 적합한 모델이며,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서는 직무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임금체계가 없는 사업장이 전체의 60%에 달한다. 소규모사업장일수록 임금체계가 없는 비중이 높다. 이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이기 때문에 임금체계라는 것 자체가 없다. 임금체계를 개편하려고 하면 임금체계가 없는 사업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또한 연공급(호봉제), 직능급, 직무급 중 어느 하나의 임금체계가 반드시 다른 임금체계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 이는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몇 년 전 통상임금 이슈(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여부)가 터졌을 때, 많은 기업들에서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했다. 기업의 입장에서 정기상여금이 어차피 통상임금이라면 분리해 놓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부에서도 임금체계 단순화를 명분으로 정기상여금의 기본급화를 부추겼다. 노동자들도 ‘정기상여금’이 정기상여금으로 있으나, 기본급으로 있으나 금액의 변동이 없는 한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의 몇가지 꼼수가 있었고, 몇 년이 지나자 정기상여금을 유지한 회사와 기본급화한 회사간 차이가 발생했다. 정기상여금이 년600%인 사업장의 경우 정기상여금 전체를 기본급으로 전환하면 기본급이 30%이상 인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당시 임금인상률이 3~5%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는 지나치게 높은 인상률로 여겨졌다. 때문에 많은 사업장들에서 정기상여금의 일부만 기본급으로 전환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급은 꽤나 높은 수준에서 인상되었다. 때문이 이듬해나 그 이듬해에 임금인상률이 동결되거나 최저수준에서 결정되었다. 그사이 최저임금이 대폭올랐다. 결국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한 사업장은 최저임금수준으로 기본급이 수렴되었다.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지 않은 사업장은 기본급은 최저임금이라 하더라도 정기상여금은 그대로 살아있어서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한 사업장과 30%이상의 임금격차가 생겨났다. 이처럼 임금체계 개편은 여러가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복잡한 양상을 띤다.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최저임금을 높이자는 주장은 최저임금 적용노동자에게는 유리할 수 있으나 나머지 노동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최저임금을 올릴경우 약 16%수준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져 이후 몇년간은 최저임금 인상의 요인을 상실하게 되어 결국 모든 노동자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초 국정과제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 체결시 근로형태나 업무 성질상 법정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이 당연히 예정돼 있는 경우나 계산의 편의를 위해 노사 당사자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을 미리 정한 후 매월 일정액의 제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사실상 불법에 가까운 임금체계여서 정부에서 규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포괄임금제 규제지침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으므로 당사자간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한 직무급제로의 임금개편은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실효성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정착시키려면 산별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기업별 노사관계로 묶여있는 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