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한 귀먹은 사람의 이웃이 병들었다. 귀먹은 사람이 생각하기를, “저 불쌍한 친구를 방문한다 해도 나는 그의 말을 한 마디도 못 알아듣겠지?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척하면 나를 무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게야. 그러니,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할는지 예상해 보기로 하자. 먼저 내가 좀 어떠냐?” 고 물으면 그가 “그만하다”거나 그 비슷한 말을 하겠지. 내가 다시, “잘 됐군. 뭘 좀 마셨나?” 하고 물으면 그가 “소다수를 마셨네.” 또는 “콩국물을 마셨어.”라고 대답할테고, 나는 다시 “좋았어! 어느 의사가 자네를 보살피고 있나?” 하고 물으면 그가 “의사 아무개 씨”라고 대답하겠지. 그러면, “그런 훌륭한 의사를 만났으니 자넨 행운아일세.”하고 말해 줘야지.
준비를 치밀하게 한 다음, 귀먹은 사람이 조심스럽게 이웃집 병자를 찾았갔다.
“좀 어떤가?”하고 묻자 환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하기를,
“죽어가는 중일세”
“잘 됐군! 뭘 좀 마셨나?”
“독(毒)을 마셨지.”
“좋았어! 어느 의사가 자네를 보살피고 있나?”
“저승사자라네.”
“그런 훌륭한 의사를 만났으니 자넨 행운아일세.”
이렇게 말을 주고받은 다음, 귀먹은 사람은 스스로 매우 흐뭇해서 돌아갔다.
한편 병자는 도대체 자기가 무슨 못할 짓을 했기에 저 사람이 나를 이토록 미워할까, 그것이 궁금했다.
<루미지혜>
잠자리에 눈을 뜨자마자 기지개를 폅니다. 해야지, 하는 생각없이도 자연스레 두 다리와 두 팔이 절로 움직입니다. 그렇지만 들려오는 한 말씀이 이루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흘낏 들리는 한말씀, 있습니다.
“눈뜨는 꽃!”
오, 응? 다시 뒤따라 오는 말씀,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체근하는 것도, 나무라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듣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하루, 이 말씀을 붙잡고 살아보겠다, 마음 먹습니다.
8시 30분 경, 아침 명상과 차담이 끝나고 풍경소리방에서 일평(一平), 중정(中正), 두더지와 함께 금요일 인터뷰 준비를 합니다. 지난 번에는 배움지기일꾼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이렇게 사랑어린마을배움터를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누렸습니다. 내 삶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마음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복된 일이지요.
12시 30분에는 順天판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해남, 나무 이효립 작가가 오셔서 전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정과 함께 만났는데 귀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무리때 나무의 방식대로 마음모으기를 하시겠다고, 풍경소리방에서 3명이 서서 나무가 이끄는 대로 손짓과 마음짓과 노래로 했습니다. 참좋았습니다.
4월 1일 흙날 점심무렵부터 와서 1주일간 틈틈이 설치작업을 하시게 될 것같고. 그 과정에서 우리들이 함께 할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오픈은 4월 9일 해날, 10시로 정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곧 알리겠습니다.
2시 30분부터 밥모심하고 나서 빛나는, 다정, 자허가 만나서 살림이야기를 잠시 나누었습니다. 빛나는이 쇠날 마을인생순례를 떠나니 챙기고, 나누고, 이런 저런 일들이 많네요. 길위 순례자들은 그들대로, 남은 우리들은 남은 순례자대로 주어지는 일들을 기꺼이 받고 나누어야겠습니다. 이래저래 도서관살림모임이 순탄하지만은 않네요. 일정잡기가, 영, 하하.
원주 류하(김용우)선생님과 여울이 오셔서 다정과 마중하러 터미널에 갔어요. 오랜만에 만났어요. 함께 저녁밥모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이틀정도 머무신다고 하니 더 좋네요.
오늘도 고마운, 특별한 날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관옥나무보살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