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목사가 사임하려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손재익 목사
목양 관계의 엄중함
목사와 교인의 관계, 즉 ‘목양 관계’(pastoral relation)는 교회의 머리요 양의 큰 목자요 목자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온다(벧전 5:4; 히 13:20). 목사는 “내 양을 치라” “내 양을 먹이라”(요 21:16-17)는 그리스도의 위임을 받아 개체교회를 목양한다. 이 일에 치리회인 노회가 관여한다. 궁극적으로 목양 관계는 목사와 교인들이 서로 동의함으로 성립된 관계가 아니라 노회의 승인을 받아 성립된 관계다. 이 관계는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그렇기에 목양 관계는 함부로 해제할 수 없다. 중대한 이유 없이 경솔하고 조급하게 깨뜨려서는 안 된다. 목사는 교인을 주님께서 맡기신 양으로 여기며 사랑으로 양육해야 하고, 교인은 목사를 ‘목자’(pastor; 행 20:28; 엡 4:11)로 여기고 존중해야 한다(딤전 5:17). 당회는 특히 목사의 목회를 방해하는 교인은 없는지 평소에 살펴야 한다(참조. 행 20:28-30; 딤전 4:12; 5:18).
목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교인이 따르지 않으면 교회는 바로 세워지지 않고, 교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목사가 별로이면 교회는 바로 세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좀 부족한 목사와 좀 부족한 교인이라도 서로 돕고 협력하면 교회가 바르게 세워질 수 있다.
교인들은 목사에게 청빙서를 제출할 때와 위임식에서 하나님 앞에서 서약할 때, 약속한 대로 목사를 위해 기도하면서 열심히 돕고, 가르침과 치리에 순종해야 한다.
목사가 사임하려 할 때 교회가 할 일
목사가 사임하려는 의사를 교회에 밝혔을 때,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임을 덜컥 수락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담임목사가 자주 바뀌는 것은 교회에 아무런 유익이 없다. 목사의 목회는 시간을 더할수록 더욱 탄탄해진다. 목사가 자주 바뀔 때 교회는 가르침을 받는 일에 혼선이 생기고, 말씀을 깊이 알아가는데 지장을 받는다.
사임 의사를 들었다면 그 이유를 최대한 살펴야 한다. 목사는 사임하기까지 여러 고민과 내적 갈등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 그 내용을 일일이 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사임 의사를 밝혔을 때는 그 이유를 청취할 필요가 있다. 합당한 이유가 없을 경우 마음을 돌이키도록 권면해야 한다. 목사도 허물과 실수가 많은 존재이므로 섣부른 선택일 수 있다. 목사의 판단이 잘못될 수 있으며, 교회 역시 하나님의 뜻을 조용히 물을 필요가 있다. 교회가 설득하여 사임을 만류한 경우는 흔하다.
사임 이유가 건강 때문일 경우 교회는 건강이 회복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울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일정 기간의 휴양기간을 주는 것도 좋다. 어느 교회는 목사가 탈진(burn-out)하여 우울증을 앓았는데, 교회의 적극적인 지지로 회복하여 은퇴할 때까지 목회를 잘 감당했다.
사임 이유가 목사와 교인 몇 사람과의 갈등일 경우,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부부간에도 갈등이 있는데 목사와 교인의 갈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선뜻 헤어지려고 하기보다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회는 갈등과 분쟁을 극복하는 공동체지, 갈등과 분쟁을 불신앙적인 방법으로 외면하는 공동체가 아니다. 그밖에 교인 중에 목사에 대한 거짓 소문이나 비방을 하는 일은 없는지(참조. 딤전 5:13, 19), 교인 중에 목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목사의 평안치 못함은 결국 그로 하여금 사역하기 어렵게 만들어 사임을 결심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한 개인의 평안치 않음을 넘어 온 교회를 평안치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목사를 청빙할 때 청빙서에 “귀하께서 시무하는 기간에는 본 교인들이 범사에 편의와 위로를 도모하며, 주 안에서 순복하고”라고 기록하여 약속했으며, 위임식 때 “겸손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의 교훈하는 진리를 받으며, 치리에 복종하고” “목사가 수고할 때에 위로하며, 가르치고 인도하며 신령한 덕을 세우기 위하여 진력할 때에 도와주기로” 하나님 앞에서 서약했는데, 그 서약을 굳게 지키고 있는지를 온 교회는 돌아보아야 한다.
사임 이유가 생활비 문제일 수 있다. 목사는 생활비 문제를 비롯한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을 선뜻 말하기 어렵다.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수차례 참다가 결국 다른 교회의 청빙에 응했거나 사임 의사를 밝혔을 수 있다. 그러므로 혹여나 위임식 때 약속한 대로 생활비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혹은 그 이후 여러 환경의 변화로 인해 더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교회는 목사의 안정된 생활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목사의 필요를 교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교회의 형편에 대해 충분히 양해를 구하고, 형편이 좋아지면 더욱 감당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 좋다. 그럴 때 상식적인 목사라면 어느 정도 수긍하기 마련이다.
목사가 사임하려는 이유를 최대한 살핀 뒤, 다른 목사가 온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현 목양 관계를 최대한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임 이유가 합당할 경우 교회는 목사의 마음속에 주신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 주어야 한다. 억지로 붙잡는 것 역시 교회와 목사에게 유익하지 않다.
최종적으로 목사의 사임이 합당하다고 판단될 경우라도 교회는 노회의 승인 없이 임의로 목사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 교회는 노회 승인 없이 목사를 그만두게 하거나 다른 목사를 청빙할 수 없다.목사가 사임서를 노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할 뿐이다.
목사의 사임서를 접수 받은 노회가 할 일
목사의 사임은 노회가 최종적으로 승인한다. 목양 관계는 목사와 교인의 동의로 성립된 것이 아니라 노회의 승인으로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목사가 사임서를 제출했을 때, 노회는 사임서를 즉시 승인하지 말고, 목사와 교회 대표자를 불러서 그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목사가 바른 진리를 전했음에도 교회가 반대나 핍박을 하지 않았는지(렘 26:8-9; 29:19; 마 23:34-35; 딤후 4:2-5), 목사에게 합당한 생활비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목사를 궁핍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위와 같은 이유 외에 다른 이유들을 살핀 뒤, 목사의 사임 이유가 타당하다면 목사의 의사를 존중해 사임을 승인한다.
목사 사임 후 교회가 할 일
노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목양 관계가 해제되었을 때, 교회는 목사의 앞날을 위해 기도해 주어야 한다. 목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다른 곳에서 사역할 때 힘주시기를 기도하며, 하나님의 복을 구해야 한다.
교회와 목사의 갈등으로 사임한 경우라도 불화에 대한 소문을 내거나 거짓 증거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목사의 명예를 보호해 주고, 연약한 점을 슬퍼하고 덮어주며, 때에 맞지 않게 진실을 말하거나 그릇된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이라 할지라도 험담하거나 비난하거나 수군거리는 일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죄다(제9계명;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144-145문). 당회는 교인들이 그러한 죄를 범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우리 교회에서의 사역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다른 교회에서의 사역은 훨씬 좋은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그런 경우를 교회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첫댓글 오랫만에 카페에 방문하였습니다.
단톡에 목사님 올려주신 글을 읽으려구요.
목사님께서 한길교회를 잘 목양해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가르침에 겸손한 자세로 늘 순종하며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