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 125

[청암5158]

-* 강 설 *-


진리(眞理)의 순수성(純粹性)!
사물사물 그대로가 순수한 진리이다 그것입니다.
그래서『화엄경』을 가장 좋아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전부 제 잘난 맛에
사는 것이라고 그럽니다.
따라서 단합이 잘 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화엄경』을 좋아하는 국민은 개개가 다 잘났고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못 이해하면 전부 제 잘난 맛으로 살고 단합이 안 되는 쪽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일본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경전이『법화경』입니다.
『법화경』은 진리의 종합성(宗合性)을 가장 잘 이야기하는 경입니다.
같은 진리를 설명하고 있어도 그 설명하는 입장이 다른 것이지요.

『법화경』은 '회삼귀일(會三歸一)'이라 하여 전부가 모으는 것입니다.
어디 가도 다 모아 가지고 이해하고 감싸고 용서하는 게 『법화경』의 주된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국민들은 협동을 잘하고 단결이 잘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화엄경』은 그게 아닙니다.
처음부터 전부가 다 세간의 주인인 것입니다.
물은 물대로, 불은 불대로, 다 신격시하여 주수신, 주화신, 주풍신, 주공신 하잖습니까.

이 세상 만물을 다 신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 신(神)이라는 말은 최고, 가장 위대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거기에다가 진리라고 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공은 허공대로 진리요, 땅은 땅대로 진리요, 숲은 숲대로 진리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 진리 아닌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시각이다 보니가 취사 선택할 것이 없고 분별하고 간택할 것이 없습니다.

순수하다는 점에서는 좋지마는 개개가 잘났다는 입장이 되다 보니가 잘못하면
단합이 안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수가 있습니다.
잘못 이해하여 나는 잘났고 너는 그렇지 않다라고 되어 남을 배척하고 협동이 안되는
페단이 되기도 합니다.

『화엄경』을 바르게 공부하면 그런 생각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나도 잘났고 너도 잘났다, 사람도 위대하고 식물도 동물도 똑같이 위대하다,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결국『화엄경』을 잘못 이해해 가지고 나만 잘났다 너는 못났다,
사람만 잘났다 다른 생물들은 못났다 이렇게 되어 가지고 반쪽자리 보살밖에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법화경』의 에를 들자면 일단은 못난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래 놓고는 전부 다 감싸주고 용서해 주고 안아 주어서 모든 부처의 세계로 나아가게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오줌을 싸서 모래를 뭉쳐 가지고 이것이 불상이라고 해 놓고
거기에 떡을 올리는 장난을 쳐도 그것으로 성불(成佛)한다는 정도로 모든 것을
다 받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돌똘 뭉치기를 잘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그런 경향을 띤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화엄경』을 이해할 때 그 이해의 열쇠가 바로 이것입니다.
무엇이든지 현재 있는 모습 그대로가 순수한 진리의 가치로, 신(神)의 가치로,
보살의 가치로, 부처의 가치로 보는 시각이 우리들의 마음 속에 무르녹을 때
모든 문제 해결이 거기에서 열린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경전에서 사실을 나타낼 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원만(圓滿)을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화엄경』에서는 잘나고 못난 것이 있으면 원만이 아닙니다.
모두가 잘났기 때문에 원만인 것입니다.

모두가 잘났다는 그 의미를 보다 더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원수(圓數), 즉 십(十)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늘 살펴 왔다싶이 법문을 꺼냈다 하면 꼭 열 개를 채웁니다.
비슷비슷한 내용을 반복하여 반드시 열 개를 채우는데
어느 하나도 빠뜨릴 수 없다는 뜻에서 그렇습니다.

쌀이 좋으면 겨도 중요하다 이겁니다.
겨가 있음으로 해서 쌀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쌀만 중요하고 겨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것은 큰 잘못입니다.
물론 먹는 데에는 쌀이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쌀로 먹도록까지에는 겨가 없으면 쌀이 되지 않아요.
그것을 알아야 된다는 사실입니다.

『화엄경』의 도리는 바로 그것입니다.
모난 돌은 모난 돌대로, 둥근 돌은 둥근 돌대로,
그대로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완전함을 나타내고자 언제나 원만수, 십(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구절에만 잡혀 있으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종종 전체적인 『화엄경』의 정신을 파악하도록 보충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