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작고 하얀 여자를 만나서 남영역 굴다리 밑으로 가야지. 서쪽으로 가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잠깐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봐야지. 그러면 문득 비는 내리고 바람은 머리카락을 흔들 테지. 빗소리에 잠이 깬 고양이는 더 어두운 바퀴 밑으로 사라질 테지. 나는 아무 것도 고백하지 않을 테다. 그냥 잠깐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볼 거니까.
노란 등불이 켜지는 나날은 이제 없는 거지. 옛날 노래가 흐르는 창가로 가서 그녀의 젖은 발목을 숨겨 줘야지. 흐린 술을 마시고, 옛날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사람에 대해 잠깐 생각해야지. 그러나 금세 고개를 흔들며 그녀의 작은 입에 구운 참새 한 마리를 넣어줘야지. 이제부터 세상에 혹독한 시절이 올 것이므로 우리에겐 더 많은 이별이 필요해. 그녀는 웃고 나는 곧 고요해지겠지.
아주 작고 하얀 여자를 생각하는 시간 동안에도 물이 끓고 나무들은 야위어 가고 신발끈은 허약해지네. 그래도 나는 남영역 굴다리 밑으로 가야지. 아주 작고 하얀 여자를 만나서 아무것도 고백하지 말아야지. 내가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동안에도 이별은 고백보다 늘 빨리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