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 모두가 미쳤다고 해도,
사랑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을 느껴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그 곁을 떠나려 해도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사랑.
내게는 단 한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그 자리를 옮길 수 없는 것처럼
마음의 자리를 결코 옮길 수 없는 사랑.
당신들의 시대에도 그런 사랑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왜냐하면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그 사람과 함께하지 않는 모든 시간이 통곡의 소리를 내고,
그 사람과 함께하지 않는 기쁨은 빛을 잃어버리는 운명의 사랑.
그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 막막한,
그리하여 8할이 슬픔인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랑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죽음에 이르는 병, 사랑 _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中...
살아온 날이 너무 많아 내 속에서 추억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제의 일도 먼 과거로 먼 과거가 내일로 옮겨다니며
서로의 어둠을 잡아먹고 살더니
날이 바뀌어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고 언젠가 한번 만났던 사람,
언젠가 한번 보았던 곳에서 언젠가 했던 말을 하며
그 조합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멀리서 지켜보는 또 하나의 나
이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까? 조차도 눈 앞에 보여
이미 너무 많은 삶을 알아 그 삶을 모조리 읽어내고 암기하고 있어,
나는 너를 모두 알고 그래서 떠나고 마치 한 권의 소설을 읽고 던져버리듯이
추억은 더이상 나를 울리지 못해
바라건대 제발 너의 자리로 돌아가,
아주 먼 옛날처럼 가슴 깊이 묻혀 다시는 지상으로 나오지 말고
안녕하길, 지상에서 단 한 번 있었던 나의 사랑이여
-황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