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나의 관계 모르는 아이들 교회 떠나 성경을 살아있는 역사로 가르칠 때 신앙 쑥쑥
“처음 접한 교회 주일학교 현장은 충격이었어요. 성경을 먼 이야기로 여기는 것은 우리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성경을 족집게식이 아닌 통으로 가르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설교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핸드폰 게임에 빠져있거나 예배 끝날 시간만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지은 전도사(사진/45, 남서울교회)에게 충격이었다.
예배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바로 성경을 제대로 아이들에게 심어주지 않은 어른들의 문제인 것을 깨닫고 자신의 자녀부터 성경을 차근차근 가르쳤다. 그것이 성경교육교재를 집필하고 '청소년·학부모 바이블 캠프'를 진행해 온 계기가 됐다. 놀라운 것은 하루 16시간씩 성경교육을 강행하는데도 아이들이 듣고 배우기를 즐거워하며 집중하는 것이다.
# 하나님과 나의 관계
제대로 된 성경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큰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모태신앙으로 자란 아들인데 어느 날 “교회 출석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었다. 이유인즉 “하나님이 믿어지지 않으니 주일날 늦잠과 재미있는 TV프로를 포기하면서까지 교회에 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전도사가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감지한 건 그때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온 가족이 교회생활을 우선시하고 학원보다 교회 수련회를 선택했지만 그게 결코 아이의 신앙 성숙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의 모습에서 저의 껍데기뿐인 신앙생활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채 교회만 오간다고 신앙이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아이의 눈에 부모의 생활 속에 예수님이 보이지 않았고, 진정한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던 것이 아이가 하나님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든 결과가 되었던 거죠.”
어떻게든 아이의 마음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에 중등부 교사를 자원했는데 주일날 아이들이 예배드리는 광경을 보면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예배에 참석한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어떤 열망이나 진지함을 찾아볼 수 없었고 예배가 끝나기만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 같았다. 분반공부 시간에 아이들의 입에서 제일 먼저 튀어나오는 말은 “언제 끝나요?” 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 전도사는 교회가 당면한 심각한 위기를 느꼈다.
교회 교육은 일주일에 한 시간 뿐이고 진정 말씀으로 양육하고 아이의 신앙을 견고히 자라가도록 가르쳐야 할 곳은 가정이라는 자각은 이 전도사를 성경 교육으로 이끌었다.
아이를 말씀으로 무장시켜 흔들림 없는 신앙을 심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시간을 정해 '성경 과외'를 시작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방법을 알 수 없지만 그동안 교회에서 성경공부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참여하며 배운 것이 도움이 됐다. 하나님과 성경에 무관심한 아이를 위해 직접 교안을 짜서 '하나님은 누구시며 나는 누구인지'를 알아가도록 가르쳤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매일 교안을 직접 만들었다. 그런데 그 소식이 주변에 전해지면서 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성경 과외'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수가 늘어갔고, 결국 '바이블 캠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성경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말씀만 가르쳐도 아이들이 듣는구나”였고 아이들에게도 말씀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됐다.
# 성경은 우리의 역사
“하나님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성경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경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 과연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음 세대에게 어떤 관점으로 성경을 가르칠 것인가를 생각해봤어요. 성경은 그들에게 역사 그 자체잖아요. 그런데 창세기 12:3에 보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신 목적에 '모든 족속'이라는 말이 나와요. 즉 성경은 '모든 족속'을 향하신 하나님 백성들에 대한 역사이기에 우리 역시 역사를 공부하듯 성경에 다가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육적인 역사와 영적인 역사 모두를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 전도사는 창세기부터 우리의 국사를 가르치듯 성경을 역사적인 관점으로 가르친다.
그렇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성경 속으로 함께 들어갈까”를 연구하며 하루하루 정성스럽게 만든 교안은 〈나도 성경을 가르칠 수 있다〉(바이블하우스 펴냄)는 제목으로 현재 구약편 상·하에 이어 최근 신약 상편이 발간됐다. 자신과 같이 자녀의 성경 교육, 신앙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가정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책 발간을 하게 됐다. 아이들이 성경을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과 다양한 삽화를 넣었다. 그리고 청운교회, 사랑의교회, 남서울교회, 대안학교 등에서 바이블 캠프를 주관하며 아이들이 말씀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바이블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은 처음엔 '성경 공부'라는 걸 알고 얼굴이 굳어진다. 그런데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은 이내 몰입되고 구약 16시간, 신약 13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에 집중한다. 아이들이 환호하고 놀라는 내용이 다름 아닌 성경 이야기라는 사실에 부모들도 신기해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이 전도사가 강조하는 부분은 “어설픈 교훈으로 결론짓지 말라”는 것이다.
“성경을 가르치면서 공부 열심히 해라, 착하게 살아라, 거짓말 하지 말아라 등등 자꾸 결론을 내리려 하니 아이들은 '성경' 하면 부담감과 식상한 이야기로 인식하는 거예요. 성경 인물을 이야기할 때도 그들의 삶을 그대로 전하면서 하나님과 어떤 관계로 살았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또 아이들의 변화를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캠프 후에 부모들로부터 “우리 애가 달라졌다”거나 “성경을 더 알고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더러 듣지만 이 전도사는 “아이들의 심령 가운데 말씀이 새겨지면 언제가 성령님께서 그 삶을 어루만지시고 변화시키실 것”이라며 어른들의 조급함이 아이들을 성경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이유가 됨을 지적했다.
# 교회의 살 길
이 전도사는 다음 세대에게 성경을 바르게 가르치고 하나님과 자신의 관계를 알아가도록,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알게 하는 것이 교회의 살 길이라고 말한다. 교회 성장 둔화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고 현재도 주일학교 인원이 급속히 줄어든다는 보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유럽의 '노인교회'나 술집으로 변한 교회 이야기는 머지않아 한국교회의 모습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지은 전도사가 교회나 가정에서도 성경을 가르칠 수 있도록 만든 책. 〈나도 성경을 가르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음세대를 길러야 할까?
이 전도사는 당연히 성경 교육이라고 말한다.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고 하나님께서 어떤 일들을 행하셨는지 가르쳐주어 하나님만을 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주체는 교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매일 아이들을 만나는 부모여야 한다면서 “뿌리가 깊은 나무는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도 끄떡없이 견디듯이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성경에 깊이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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