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들이 외치는
“미투! 미투!(Me too! Me too!)” 소리일까, 생각했다.
수탉들이 교미할 생각이 없는 암탉들의
등에 타고 목을 쪼아대며 강하게 밀어붙이는 건가?
“꼬끼오! 꼬끼오!”
닭들과 함께 생활한 지 만 4개월이 되었다. 병아리 때 들어와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다 보니, 이제는 피붙이 같은 정이 든 녀석들이다. 동틀녘도 되지 않았는데 울어대는 수탉들의 합창 소리에 잠이 자연스럽게 깬다. 하도 시끄러워서, 더 자려고 한들 소용이 없다. 알람시계가 고장 나더라도 고칠 필요가 없겠네, 진짜!
잠을 더 청할 바에야, 차라리 빨리 일어나서 뒷동산에 있는 닭장에 올라가야겠다. 지난 밤에 내린 닭집의 작은 나무문을 열어 주어야지. 작은 나무판으로 만든 이 나무문을 족제비가 닭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저녁에는 닫았다가 이른 새벽이면 연다. 이 문을 올리지 않으면 아침 일찍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닭들은 갇힌 꼴이 된다. 닭장의 안마당으로 나오지 못한 닭들은 스트레스가 어찌나 큰지,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를 아수라장의 비명 같은 울음으로 표출한다.
(중략)
그런데 며칠 전에는 명상 시간 동안 닭의 울음소리가 달리 들렸다. 평소보다 닭장에서 들리는 소리가 훨씬 컸다. 평소와 달리 짧은 “꼬끼오! 꼬끼오!”가 아니라 비명 같은 것이 끊임없이 들렸다. 하지만 명상 시간이었기 때문에 신경을 끊고 꼼짝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잠시나마 암탉들이 외치는 “미투! 미투!(Me too! Me too!)” 소리일까, 생각했다. 수탉들이 교미할 생각이 없는 암탉들의 등에 타고 목을 쪼아대며 강하게 밀어붙이는 건가? ‘미투!’라고 외치는 소리일 뿐이지! 이렇게 설득하면서 말이다.
(중략)
이게 도대체 웬일이지? 필자가 가장 아끼는 비둘기처럼 생긴 흰 청계 암탉이 닭장 입구 왼쪽에서 죽어 있었다. 닭장의 안마당 바닥 여기저기에는 흰털이 수북이 흩어 있었다. 세 군데서 큰 더미를 이룰 정도로 뽑힌 털들이 수북했다. 죽은 암탉의 대가리와 목에는 털이 하나도 남지 않아 가죽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살까지도 누군가 뜯어먹은 것처럼 보였다. 죽은 암탉과 늘 친하게 지내던 까만 청계 암탉이 죽은 친구 옆에 하염없이 서 있었다.
어제까지도 내 손목에 앉아서 내 손바닥 위 모이를 쪼았던 암탉인데…. 어디서 들었던 이야기처럼, 수탉 한 놈이 한 짓일까? 들개도 닭장에 침입해서 닭을 죽인다는 이야기도 어디서 들어본 기억이 났다. 들개의 짓일까? 그러나 필시 들고양이는 범인이 아닌 것을 알았다. 작은 병아리가 아닌 한, 들고양이는 닭을 이토록 잔인하게 공격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닭장 안을 다시 둘러보았다. 닭은 한 마리도 안 보였다. 닭장 밖 숲속을 내다보았다. 평소보다 훨씬 더 멀리에서 놀고 있는 수탉이 보였다. (다음 편에 계속)
출처 : 최보식 의 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