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에 실패한 뒤 하강하여 닭장 흙 바닥에서
나를 죽이려는 듯 응시했다.
나는 중얼거렸다. “매다!”
닭들은 하나같이 저 멀리서 놀고 있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풍경... 토종닭이든 청계든 암탉이든 수탉이든 할 것 없이 산속 깊이 들어간 것은 진짜로 놀기 위해서일까? 혹시 내가 가장 아끼는 비둘기 같은 암탉을 죽였기 때문에 벌이라도 받을까 봐 도망간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수탉들이 암탉의 목에 난 털을 하나씩 뽑아서 목의 뼈가 드러나도록 살을 뜯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교미하던 수탉이 자기 부리로 암탉의 머리를 쪼아 중상을 입힌 후 죽일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는 들어보았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 생각 저 생각 두서없이 떠올리다가, 문득 닭장 안에 있는 닭 한 마리를 발견했다. 지금까지 내 눈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었던 닭이 움직이고 있었다. 저것의 짓인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닭은 도망치려는 듯 위로 날아오르다가 닭장의 지붕 역할을 하는 그물에 부딪혀 떨어졌다. 닭이라면, 머리가 나쁠지언정, 위로 솟아오른들 그 망을 통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 텐데? 우리 닭이라면, 땅에서 기어 올라와 닭장 울타리를 넘어가는 너구리와 족제비, 아니면 주변 나무에서 살면서 닭장을 습격하는 부엉이나 올빼미의 공격으로부터 자기들을 보호하는 천장이라는 사실을 한순간도 망각할 리 없다.
어라!!! 너무도 놀란 나머지 나는 한 번도 내지 않았던 탄성을 또 질렀다. 어라!!! 내가 잠시나마 닭이라고 생각했던 새는, 탈출에 실패한 뒤 하강하여 닭장 흙 바닥에서 나를 죽이려는 듯 응시했다. 나는 중얼거렸다. “매다!”
이러한 일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창공을 날아다니는 매의 눈에 닭장이 보이지 않도록, 일부러 깊숙한 산속에 닭장을 지었는데, 매라니? 매는 과연 어찌하여 이곳을 습격할 수 있었을까? 암탉에 비해 그 수가 너무 많은 우리 수탉들의 끊임없는 합창 소리를 들어서일까? 목젖이 끊어지도록 울어대는 그 소리 때문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당면한 급선무는 이러쿵저러쿵 따지면서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일이 아니었다.
“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닭장을 습격할 것입니다.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매를 다루는 법을 전혀 알지 못하거니와 경험조차 없는 나는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늘 친절하게 도와주는 타대오 형제에게 전화로 SOS를 청했고, 그는 곧바로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낚시에 사용되는 뜰망이 들려 있었다. 타대오 형제는 바로 닭장 안으로 들어가 침착하고 과감하게 매를 잡았다. 그리고 장갑 낀 손을 뜰망 안에 집어넣더니, 매의 다리를 잡고 밖으로 꺼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약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서움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사나운 눈빛으로 자기를 둘러싼 사람들을 한결같이 응시하는 매의 자태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만의 당신 같은 존재였던, 평화를 상징하는 흰 암탉의 목살을 산 채로 먹기 시작한 그 맹금류를 원망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원망할 수 없었다.
“타대오 형제님, 매를 잡지 맙시다! 그저 자기 본능대로 했을 뿐이니 방생해야 합니다.”
“신부님! 어차피 매는 나라에서 보호하는 천연기념물입니다. 닭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게끔 우리에 넣어두었다가, 강원도 같은 먼 데로 가서 풀어주면 됩니다.”
이미 나는 매를 용서한 상태였다. 그러나 죽은 암탉의 가여운 시체를 보니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수탉들은 왜 자기들이 매우 좋아하는 흰 암탉이 매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도 보호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어른 닭들은 그 힘이 매보다 더 셉니다. 하지만 매를 보기만 하면 겁을 내고 완전히 마비됩니다.”
“그런데 닭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수탉들이 힘을 모아서 같이 방어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닭의 세계에는 그런 의리(義理)가 없어요.”
이른 아침에 명상하는 동안, 평소와는 달리 비정상적인 닭의 비명이 끊임없이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삼매경에 빠져서 내가 총애하는 암탉을 구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일주일 내내 반성했다. 잡힌 상태에서도 한결같이 사람들을 응시하던 매의 눈빛이 나에게서 결코 떠나지 않았다. 낮 동안 닭들이 넓은 숲에서 뛰놀 수 있도록 방목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인가? 가축의 복지를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닭장에서 평소와 다른 울음소리가 들려온다면, 나는 장화 신을 겨를도 없이 닭장으로 달려가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알아보던 중에 이야기를 하나 얻었다. 비가 며칠간 이어지는 날씨라면, 동물을 먹이로 삼는 매와 같은 맹금류들이 닭 같은 쉬운 사냥감을 찾기 위해 농촌으로 온다는 이야기다. 털이 비에 젖어 무거워진 날개로는 정상적인 사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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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최보식의 언론(www.bosik.kr)
https://www.bosik.kr/news/articleView.html?idxno=2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