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은퇴한 교사가 하는 작은 편의점. 이 편의점에 한때는 그저 거리의 부랑자였던 사람인 독고씨가 일하게 된다. 처음에 사람들은 독고씨를 무서워하기도 하고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점점 그가 만들어주는 특유의 분위기에 빠져든다. 주변 사람들의 고민들을 독고씨가 듣고 작은 해결책을 주기도 하고, 독고씨와 함께 있으면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는 사람도, 그를 통해서 영감을 얻는 사람도 생긴다.
나는 보통 소설을 읽을때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나 판타지를 좋아한다.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면 나한테는 저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 이야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각자의 꿈을 앉고 가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무거워보이지 않는 어려움, 하지만 그 누구보다 우리를 괴롭히는 어려움이 닥치니까 말이다. 오전시간을 맡아주는 아줌마는 명문대를 나온 아들이 손을 놓고 게임만 하는 것에 불평을 한다. 독고씨에게 일을 가르쳐주었던 알바생 시현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의욕이 없고, 희곡작가인 인경은 작품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중이고, 한 집의 가장이자 회사인인 경만은 회사로부터 사직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드라마틱한 소설 속에 나오는 어려움에 비하면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들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원래 좋아하는 책들과는 결이 다르게 누군가 곁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으로 읽혔다.
그렇다면 왜 이 소설의 제목은 불편한 편의점일까?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과 있으면 불편해진다. 어색하고, 말을 먼저 걸어야 할까 싶기도 하고, 괜히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고민을 털어놓기에 있어서 때로는 친한 사람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서로 친하지 않으니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고 또 단순히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질때도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을때는 그 고민으로 사이가 어색해지거나 틀어질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친한 사람한테는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도 있다. 그럴때 나는 친한 사람보다는 새로운 사람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라디오에 익명으로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 고해성사를 하는 사람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같은 마음 아닐까.
그래서 나는 독고씨가 불편하지만 편안한 사람이라 이 제목이 불편한 편의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