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고스서원을 마치며 >
약 1년 동안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박미라의 「치유하는 글쓰기」, 김기현의 「공격적 글쓰기」, 「공감적 글쓰기」, 은유의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조정래 「황홀한 글감옥」, 윌리엄 스트렁크 2세 「영어 글쓰기의 기본」, 이영애 「책읽기를 통한 치유」, 이 외에도 몇 권 더 있다. 다양한 글쓰기 책에서 많이 인용된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몇 달 전에 구입해 드디어 읽게 되었다. 글쓰기 책을 이미 여러 권 읽다보니 공통점이 많아, 내용이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읽어볼 만하다 권한다. 아니면 글쓰기의 첫 책으로 추천한다. 저자가 심취해있던 선(禪) 체험과 글쓰기의 접목이 단순한 글쓰기의 기술이 아닌, 의미 있는 글쓰기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17쪽) 나는 격하게 동의한다. 글쓰기를 배우는 삶에 발을 딛자마자 나의 삶의 태도가 먼저 드러났다. 특별한 일도 없는데, 분주하고 바쁜 삶, 규모 없는 일상, 깊은 관찰과 성찰이 부재한 관계와 시간. 도전과 인내 없는 태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떠내려가는 인생. 그간의 생활 양태가 고스란히 올라오며 그 뿌리를 드러냈다. 부실했다.
이런 이들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너무 막막해서 지레 글쓰기를 포기하게 될텐데, 아니면, 부실한 삶을 허세글로 치장하다 끝내 포기하던가.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내려가라 한다. 내면의 본질적 외침을 듣고 적으라 한다. 자신의 느낌을 믿고, 자신의 인생을 확신하라고. 그리고 ‘그냥 쓰라, “그래! 좋아!” 라고 외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라. 살아 있으라. 쓰라 그냥 쓰라. 그냥 쓰기만 하라.’ (164쪽) 고 도전한다. 그리고 변화는 시작된다.
사실, 이 중요한 격려의 이야기는 로고스 서원에서 매번 들은 지침이다. 매주 한 권의 글을 읽고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평이란 것을 처음 대했을 때의 그 낯설음이란. 사부님과 글벗들은 박수와 칭찬으로 부실한 삶이 담긴 빈약한 글에도 반응해주었고 감격해주었다. 시간이 흘러,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예의바른 비판과 기분 좋은 조언도 곁들어 주었다. 글은 계속 되었다. 첫 번째 글은 나만의 글이었으나, 두 번째 글부터는 아니었다. 내 글에 귀 기울이고 그 느낌을 나눠준 사부님과 글벗이 나와 함께 존재하는 글이 되었다.
이렇게 글쓰기를 배우는 동안 삶의 태도도 자연스레 바뀌어갔다. 올 한 해,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었고, 책에 흥미를 가져 10개월 간 70여권의 책을 읽어냈다. 로고스 서원에서 쓴 글을 포함해 평균 매주 1편씩 30여 편의 글을 썼고, 내 내면을 더욱 솔직하게 바라보려고 글쓰기 수업 첫 시간 교재였던 「아티스트 웨이」의 모닝페이지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써가고 있다. 조금 더 깊이 사물을 관찰하고 과거를 반추하며 관계를 성찰하여 글감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동일한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여 매일 엉덩이로 글을 쓰는 훈련은 여전히 부족하다. 항상 메모하고 정확한 자료를 찾아보는 태도는 아직 습관이 들지 않았다. 글을 쓰려고 하면 지저분한 책상이, 싱크대의 설거지거리가, 기한 내 납부할 공과금이, 갑자기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지인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글쓰기는 우선순위가 되지 못하고 뒤로 밀린다. 글쓰기의 뮤즈가 찾아오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제대로 배웠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로고스서원을 통해 알았다.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시간이 고통스럽지만 얼마나 매혹적인지. 그리고 그 글로 벗들과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깊이 있고 의미 있는지, 글만으로도 서로를 알아가고 위로하며 격려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로이 깨달았다. 글쓰기가 가진 힘이었다. 또한 글벗이 주는 힘이었다.글쓰기와 글벗으로 생은 깊어지고 충만해졌다.
로고스서원 25기는 3학기로 마무리되었다. 일단 나는 서울로 적을 옮겼고, 남은 두 명의 길벗들도 글쓰기 교실에 참석하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4학기를 수료하기가 쉽지 않다고 익히 들어왔는데, 역시 그러하다. 삶은 늘 우리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젠 매주 정기적으로 함께 한 로고스서원 25기의 시간은 문을 닫는다. 하지만, 영원한 로고스서원 25기로서 또 다른 글세계의 문을 열기 바란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뼛속까지 써내려간 충실한 삶과 글을 가지고 또다시 대면할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