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은 달라졌을까? 매주 한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11개월을 보낸 나에게 변화가 있었을까? 로고스 서원 25기를 마무리를 하면서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 보게 된다. 나는 무슨 변화를 원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글 솜씨가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곳에 지원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스스로도 모호해졌다. 처음에는 박수 받는 것보다 다른 이의 글에 대해서 평을 하는 게 더 힘들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좋은 평’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다지 잘 쓴 글인지도 모르겠고,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글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싶은 마음도 불쑥 올라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글’이 아니라 ‘얼굴’이 보였다. 처음에는 마냥 밝고 친절한 분들로 보였는데 다들 한가락 사연들을 지니고 있는 삶들이었다. 무슨 마음으로 이들도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 이 곳에 왔을까? 스스로도 표현못할 자신을 활자로 표현하느라 얼마나 끙끙거렸을까? 나 역시 똥폼을 잡느라 고생 많이 했다. 스스로를 너무 드러낼까봐, 혹은 너무 감출까봐 어설프게 화장한 중딩처럼 자판을 두드렸다. 이런 나를 놓아버리고 좀 더 편안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된 것은 그들의 얼굴이 보이고, 삶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나를 좀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몸에 힘을 빼고, 머리를 유연하게 할 때 벌어지는 틈으로 ‘나’를 조금 더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잘 쓰고 싶지만, 좀 더 스스로를 인정하면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만 변하게 아니라 다른 동기들도 변했다. 다른 이들의 글 역시 다시 읽어보면서 혼자 킥킥 거리다가도 뭔가 울컥하게 된다. 유독 우리 동기들만 그런가? 삶의 굴곡도 겪으시고, 삶의 모습도 다양한 분들만 모아 둔 것 같다. 재혼하신 분, 암환자, 국제 결혼 하신 분, 나이 지긋하신 부부, 아이를 4명이나 둔 엄마...글을 통해 조금씩 공개된 그 분들의 삶을 보았고, 자신들도 서서히 스스로의 삶을 열어 주셨다. 동시에 그들의 글도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망설이지 않고, 주춤거리지 않고, 의식하지 않고 쓰는 글들을 기다리게 되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사실은 서로가 서로의 글들을 닮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가면 갈 수록 각자의 특징이 다른이의 글에서도 보이기 시작하고, 서로 주고 받는 모습들이 나타났다. 철옹성처럼 굳건하던 자신의 스타일들이 부드러워졌다. 같이 글을 나누고, 밥을 먹고, 삶을 공유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글들속에 남아 있었다. 그냥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사람들보다 우리는 더 진하게 서로에게 서로를 남겼다. 글을 통해 삶을 나누며 먹는 밥의 위대한 힘인가? 곧 맞이할 27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이렇게 살아오고 살아갈 사부님은 얼마나 괴롭고, 얼마나 행복할까? 수많은 삶과 글과 밥을 나누며 도인이 되어가시는 것 같은 사부님, 이제 그저 허허 하며 바라보며 수용하는 경지가 되시는 것 같다. 로고스 글쓰기 학교를 빙자한 로고스 인생 학교를 진행하시느라 행복한 고생이 많으시다. ‘난’ 달라졌을까? 글을 나누며, 삶을 공유하며, 즐겁게 밥을 먹으며 ‘나’는 변했을까? 로고스 25기를 공식적으로 마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말인데 비공식 로고스 25기는 계속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우리는 책도, 글도,박수도, 밥도 먹을게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