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째 날
2017.12.18(월) 날씨: 오늘도
여전히 쾌청하지만 추웠다.
#1. 또
지각했다.
이 번 주에는 틀림없이 시간 맞춰 가려고 했는데,
이런! 또 늦어버렸네~.
서평을 마무리 하느라
끙끙대다가 시간을 놓치기도 했고, 가면서 빠른 길이라 생각한 선택이 잘못되어 더 돌아가는 바람에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중간
중간에 메모하며 책을 읽어서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 놓은 터라 약간의 정리하는 시간만 투자하면 금방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 밤 서재에 앉으니 너무 추워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작은
난방기가 있지만 전기세 폭탄 맞을까 봐 묵혀둔 지 오래다.
‘틀까? 그러지
말고 따뜻한 방에 가서 마무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노트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잘 쓸 수 있을 거야!’라는 나의 기대는 사라지고, 따뜻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싸며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깰까 봐 불을 끈 상태에서 노트북 화면의 조명만을 의존한 채 작업을 하였는데, 자판을 안 보고 타이핑하는
데에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지라 쉽게 써 내려갈 수 있었다. 문제는 눈꺼풀이 내게 보내는 사인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집중이 잘 안 된다. 애써 이겨보려
하지만 그 무게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연의 무게다. ‘아~ 글을
써야 하는데…’하면서도 제 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안
되겠다. 내일 아침에 마무리 하자. 자자.’ … 쿨~
(지각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게 그리 잘 나 보이진
않은 것 같아 이만 하련다.)
#2. 피드백
드디어 내 글을 읽을 차례가 왔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담담하게 읽었다. 끝나고 받는 박수세례 아니 박수폭탄이라는 하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를 그것과 곧 이어지는 피드백… 한 마디로 황홀한 시간이었다. 칭찬과 칭찬으로 이어지는 말의 잔치가
펼쳐지는 듯 하는데, 속으로 말하길 ‘내가 이 정도는 아닌데…’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 중에 들었던 몇 마디를 주어 담으면
“님의
글에서 내공이 느껴집니다. 논리적으로 잘 써신 것 같아요. 글의 표현 속에서 숨은 에너지가 전해져요.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절절함이 전달되는 듯 합니다.”
낮 간지러운 말들이었다.
분명한 건 ‘내공, 논리적, 에너지, 절절함’이라는
네 단어가 또렷이 내 기억의 언저리에 남아 있다. 뜻하지 않은 칭찬을 들으니 마음이 므흣..하다. 누구보다 나를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실제로 내 솜씨가 그 정도는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듣고
있으니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묘한
자신감이 생겨나는 걸 느꼈다. 아~ 이래서 과한 박수와 칭찬을
매주마다 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참으로 탁월한 장치라고 여겨진다. 이
다음에 소그룹 인도할 일이 생기면 나도 써먹어야지~. 목사님께 이 아이디어를 Ctrl
C, Ctrl V 해도 될지 확인해 봐야겠다.ㅋㅋ
셋 째 날
2018.1.8(월) 날씨: 오늘은
왠지 포근한 느낌? 저자를 만나는 기대감 때문일까
#1. 피드백을
축복의 시간으로
어김없이 돌아오는 피드백, 약간 부담되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에 글을 읽고 평을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아서일까. 성격상
집에 가서 꼼꼼하게 잃어봐야 정리가 될 것 같은데, 즉석에서 뭔가를 발설 해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더군다나 다들 애써 써오신 귀한 글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나 역시
그렇다. 물론 부족한 글이지만 나름 씨름하며 다듬고 또 다듬어서 내 놓은 나의 자식과 같은 녀석이라고
할까? 하하하.
다들 나 보다 나은 것 같다. 오랜 경험이 묻어나는 노련함을 보여주는 글들, 엄마의 마음으로 혹은
아내의 마음으로 가족을 향한 따뜻함이 묻어나는 글들, 자신을 성찰하는 진지하면서도 단아함이 묻어나는
글들이다. 글에 온도가 있다면 이들의 글들에서 느껴지는
건 따뜻함이다. 그러나 차가운 글도 있다. 내 글은 약간 딱딱해서인지
무미건조한 느낌이 든다. 어쩜 저렇게 일상 속에서 맛있는 요리를 내어 놓듯, 맛 갈 나게 글을 쓸까? 맛있는 향기가 나기도 한다. 부럽다.
박수칠 때 요령이 생겼다. 그 분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축복의 메시지를 날리는 것이다.
‘oo님의 바램 대로 말씀을 먹이는 큐티하는 엄마가
되셔서 은혜로 풍성한 주변을 만들게 되길 바랍니다.’
‘글쓰기 학교에 오신 목적을 꼭 이루시고
자녀와도 좋은 관계 유지하는 멋진 엄마 되세요’
그랬더니 뻘 줌 함이 한결 나아졌다.
#2. 희림
군과의 멋진 만남
건강해 보였다. 본인도 인정했듯이 ‘덩어리’같은 체구로 실제로 몸도 건강해 보였고, 마음도 건강해 보였다. 말에서도 건강함이 느껴진다. 성실하게 답변하는 말투에서 진지함이 묻어났다. 신앙과 아버지와 기독교대안학교에
대하여 말할 때 고민과 갈등들을 틀어놓는 방식이 놀랍다.
하나님 앞에서의 진솔함이 있었다. 목사의 아들이라고 그저 좋게만 보이려고 하는 예스맨 같진 않고, 납득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선을 긋는 단호함도 느껴진다. (이건 순전히 내가 받은 주관적인 인상일 따름이다.) 특히 프로이드의 ‘아버지 살해 이론’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듣는 내내 그의 말에 설득되었다. 하하하.
공동저자로서 자신을 설명하면서 아버지의 후광으로 사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하나님 앞에서 살아내려는 의지와
깊은 씨름이 느껴졌다. 이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책밖에
모르던 ‘간서치’, ‘활자중독증’이었던 희림 군에겐 오히려 축복이었으니 말이다.
첫댓글 특별한 박수가 그 어떤 필설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게 분명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