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이인식
지난 12번의 수업이 있었던 첫 학기를 마치면서 한 번 정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오늘은 이런 글을 한 번 써 보았습니다. 라고는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조금 게을러져서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쓴 이유도 사실은 있습니다. 다음 달 부터는 세 달 동안 필리핀으로 가게 되어서 떠나기 전의 마지막 수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요.
먼저 1학기 과정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는데요. 사람들은 모두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누구나 그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읽은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실제 만나 본 사람들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 점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이곳에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어떤 때는 나름 정리하고 다듬어보기도 했지요.
이 모든 일이 혼자였다면 가능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듣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있나요. 그리고 의지 부족으로 금방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저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시고 아직 미숙한 점이 많은데도 그 중에서 어떻게든 장점이라는 부분을 찾아내서 칭찬해주시며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임을 주관해주신 사부님의 정성 가득한 코칭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아무렇게나 써놓은 글에다 사부님께서는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스스로 쓰면서도 여기는 꼭 알아봐주셨으면 하는 부분에는 빠짐없이 밑줄을 그어 주셨고요. Very good! 멋진 문장이다! 라는 메모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말이나 결론에서는 어느 부분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언급해주셨습니다. 사실 모난 곳 투성이인데 제가 잘 아는데 그것을 한 번도 지적하시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그 다음 글을 또 써 올 수 있었습니다.
사부님께서는 글을 쓰는 것도 하나의 창조라고 하셨습니다. 이 창조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질서의 혼란 상태를 질서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지요. 그렇게 저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된 제 글에 질서를 부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시고 도와주셨습니다. 이 모든 섬세한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노력한 나에게 감사합니다. 그랬던 저에게 글쓰기 학교는 축복이었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태껏 글을 잘 쓰고 싶었는데 이제는 글 쓰는 것이 즐겁습니다. 이전에는 부담스럽고 아무리해도 정리가 안 되고 복잡하기만 했는데 이제 저는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 느끼고 더 발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해당 주간의 책을 완전히 다 못 읽고 분량을 채우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나태해졌던 것이지요. 그런데도 사부님이나 다른 모든 분들 중 누구도 뭐라고 하시는 법이 없었습니다. 지적을 전혀 안 해주시니 제가 자신에게 했습니다. 자책에 빠졌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글을 다시 읽으면서 고쳐보기도 하고 어떻게 썼으면 더 자연스러웠을지 많은 고민을 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오늘까지 해서 12편의 글이 나왔는데요, 정말 뿌듯한 마음입니다. 제 자신에게도 고맙다고 하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