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금) 오후 3시
대전 민족사관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오늘 성진, 기성이와 나눈 책은 ‘우아한 거짓말’이다. 이야기의 소재는 요즘 한참 논란이 되는 ‘학폭’이다. 어떤 특정 인물과 드라마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부분을 녀석들과 나누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다. 녀석들이 제도권에 있지 못하고 나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주된 원인은 원 가정에 있겠지만, 많든 적든 폭력적인 요소들이 거기에 다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오늘 수업을 진행했다. 다행히 녀석들도 잘 따라와 주었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심씩 나누어 주어서 고맙다. 독서 감상문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수업 시간에 이런 저런 대화를 통해서 자신들의 경험과 후회, 반성과 아픔들을 살짝만이라도 드러내놓고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
특히 오늘 따라 기성이가 잘 집중해 주었다. 보통은 말을 돌리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강한데, 오늘은 질문에 대답도 잘 해 주고, 자신의 의견 특히 감정을 잘 표현해 주었다. 디테일한 표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에 언급한 적이 없던 감정의 표현들이 있었다. 분명 이 녀석들에게도 드러낼 수 없는, 감추고 싶은, 그래서 ‘우아한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 속에서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오늘 나눈 책이 그런 부분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다면 좋겠다. 시간이 부족, 직접 얼굴과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상황의 한계 때문에 늘 아쉬움이 남지만,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잠깐이지만 녀석들의 마음에 무엇이 담겨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감사하다. 제발 그 아픔과 상처에서 온전히 치유되고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