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금) 오후 3시
대전 민족사관
영화 패치 아담스를 보고
오늘은 영화 ‘패치 아담스’를 시청하고 나누었다. 두 녀석 모두 책을 이해하는데 힘들어 해서 오랜만에 다시 영화를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 책에 대한 문해력이 떨어지니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나 내용을, 제작 의도 혹은 그 안에 담긴 여러 가지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을 힘들어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집중해서 보지 못한다. 더군다나 자막이 있는 외국 영화인데다 코믹이나 액션 영화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 혼자만 이야기하는 시간도 아니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을 가지고 이런 저런 대화들을 이어나갔다. 특히 치유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누었는데, 두 녀석 모두 별 관심이 없다. 아직은 나이도 어리기도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깊이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참 답답하다.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왜 이 녀석들은 변화가 없는지, 어떤 질문과 내용으로 이 녀석들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지 오만 가지 생각이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기성이와는 많이 친해졌다. 기본적으로 성품은 착하고 순하다. 조금만 어려운 질문을 한다든지, 자신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거의 노코멘트로 일관하기에 답답하지만, 그대로 녀석의 기본적인 마음은 순수하고 착하다. 더불어 그동안 자주 얼굴을 봐서 그런지 어색해 하는 것도 많이 사라졌다. 최근에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솔직하게 밝힌다. 특히 이번 영화를 보면서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좇아가는 주인공에 대해서 부러움을 이야기한다. 돈 많이 벌고 싶고, 자신과 같이 어려움을 당한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은 많지만 지금까지 자신에겐 늘 실패와 좌절만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성이에게 외부의 소리가 아니라 내부의 소리,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좇아가라고 당부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게 뭐냐고 묻는다. 패치 아담스가 깊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의 목표로 삼은 것처럼, 기성이에게도 그런 전환의 시점이 찾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녀석에게도 주인공처럼 삶의 대전환의 기회가 반드시 찾아오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