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7일(수) 저녁 8시
열 명이 넘던 녀석들. 준비한 글을 씩씩하게 발표하며 밝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었던 녀석들. 하지만 이젠 센터에 남은 녀석들은 4명이 전부다. 지난 한 주를 쉬는 동안 아픈 소식이 들려왔다. 센터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글을 나누는 대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녀석들의 소감을 나누기로 했다. 녀석들의 얼굴을 보니 한 명만 빼고 나머지 3명은 오랫동안 열심히 글을 읽고 나누었던 녀석들이다(나머지 한 명은 센터에 입소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3명 모두 이 시간을 통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것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특히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인데, 다양한 책들을 읽고, 글을 쓰고, 그것을 낭독하고 나눌 수 있어서 상식이나 정보도 많이 습득할 수 있었고, 펜을 잡고 글을 써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많이 아쉽지만 녀석들의 말은 진심이라고 느껴진다. 억지로 하는 수업이지만, 이런 수업이 있었기에 다양한 책들을 읽게 되고, 글이라도 써볼 수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맞다. 또한 그런 시간을 통해서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볼 수 있었다고 하니 감사하다.
그때 한 녀석이 랩을 해 보겠다고 한다. 아마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실력은 형편이 없었지만, 용기와 꿈을 컸다. 곧 '쏘미더머니'에도 도전해 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젠 집으로 돌아가는데, 여기서 배운 것을 잘 간직하겠다고 고백한다. 갑자기 이별이란 서움함이 밀려온다. 언제 또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영영 다시 보지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녀석들을 간절히 축복해 주었다. 그리고 방금 나눈 것처럼 센터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새롭게 주어지는 삶 속에서 잘 실천해 가라고 권면해 주었다.
이렇게 해운대 센터 마지막 수업을 마쳤다. 아쉽지만 녀석들과 이별해야 한다. 어디를 가든지, 꼭 책을 열심히 읽고 질문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자는 약속으로 아쉬운 마지막 수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