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고전읽기 아타나시우스의 ＜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를 읽고

[김기현]

월간 <빛과 소금> 2021년 5월호 원고

몸의 영성을 찾아서

성 아타나시우스의 ｢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죠이북스)를 읽고

1.

나는 말쟁이다. 말로 밥 먹고 산다. 어디가나 말을 하고, 사람들은 내 말을 경청한다. 딸에 의하면, 나는 돈 받고 말하는 사람이다. 교회에서도, 대학에서도 말한 것으로 돈을 받는다.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을 말하지만, 실은 밥벌이는 서럽고 설렌다. 내게 밥이 되고, 가족에게도 밥이 되니까.

말이 밥, 돈, 힘이지만, 그 말이 얼마나 쓸쓸한지도 안다. 내 말이 내게 힘이 되지 못하고, 듣는 이의 맘과 삶에 적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유진 피터슨과 마르바 던은 목사를 일컬어 불필요한 존재라 했겠다. 말만 떠벌릴 줄 알았지, 실제 삶에 그다지 쓸모나 유용하지 않는 게다.

배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사제로서 일할 거리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헨리 나우웬에게 선장은 쏘아붙인다. “쓸 데 없이 얼쩡거리지 말고 얼른 나가주시지요.” 아차 싶었던지, 기도해 달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리도 말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다. 말하는 자는 무용하고 무용하고 또 무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