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없다면?
“신이 없다면, 문제도 없다!”(No God? No Problem!) 무신론자들의 반종교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의 이면에, 그러니까 전쟁과 폭력에서부터 일상의 소소한 다툼과 분열에는 종교와 신이 있다는 고발이다. 신이 없다면 그 문제들도 싹 사라질 텐데, 종교가 일만 악의 뿌리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종교는 박멸해야 할 무엇이다.
이 슬로건을 뒤집어보면 어떨까? “문제가 없다면, 신도 없다!”(No Problem? No God!) 우리가 사는 세상에 문제가 없다면, 그러니까 삶과 죽음이 초래하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발생하는 온갖 고통이 없다면, 더는 신이 필요 없을 테다. 그렇다면 무신론자들이 구태여 나서지 않아도 신은 자연스럽게 인간 사회에서 사라질 것이다. 애당초 구원받아야 할 상황이 없는데 구원자가 필요할 리 만무하다. 애먼 종교를 잡지 말고, 종교가 생겨나는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종교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허나, 문제가 종교를 요청한다는 것도 부인 못할 진실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고난은 사라지지 않을 테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불가항력적이다. 그것은 신이 있다는, 적어도 신이 있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신이 있지 않으면 그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서러운 이들은 그냥 죽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문제가 있으므로 신은 있다!(Yes Problem? Yes God!)
하나님도 아들을 잃었다
언제부턴가 하나님이 애처롭게 보였다. 그도 아들 잃은 아비이다. 아들이 십자가에서 몇 시간 동안 매달려 있는데도 속절없이 지켜만 보았다. 가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천천히 죽어가는 아들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그날, 그곳은 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내렸지 싶다. 얼굴을 가리고 꺼이꺼이 우시는 아들 잃은 아버지 하나님. 딱도 하시지. 불쌍한 우리 하나님.
언제부턴가 하나님은 신이 난다. 아들의 죽음을 기억해주는 이들 때문이다. 당신의 아들, 예수의 이름을 날마다 불러주는 고마운 사람들, 죽음을 애도하며, 나 때문에 죽었다며 애통하며, 자신도 십자가 지겠다고 공언하는 제자들, 하나를 빼앗기고 셀 수 없는 자녀를 얻었으니 위로를 받았다. 참 좋기도 하시겠다. 더 없이 행복한 우리 하나님.
언제부턴가 하나님이 다시 운다. 왜 죽은 지도 모르는 아들, 딸이 차마 그리워 미칠 것 같고, 죽을 것 같은데 이제 그만하라고, 그냥 사고라며 비하하고, 죽음을 돈으로 환산하고, 죽인 자가 불쌍하다고 악을 쓰는구나. 참척의 슬픔 당한 하나님 심정을 헤아린다면서 자식 죽어 우는 부모 마음을 짓이기는구나. 오늘도 바다는 적막하고 날은 흐리고 비가 내린다. 하나님도 아들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