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빛과 소금> 21년 7월호 원고입니다
아버지 하나님을 찾아서
프란츠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1.
하나님을 왜 믿었을까? 추상명사나 보편명사로서의 하나님이 아니다. 우리 주께서 ‘아빠’라고 불렀던 하나님을 내가 왜 믿었지? 대개 이런 질문은 사후 해석이다. 당시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내 모든 행위를 암묵적으로 통제하고 이끌어갔던 그 무언가가 있었고, 그 정체를 지난 다음에야 묻는다. 왜 믿었을까, 하나님을?
아버지와 함께 15년, 아버지 없이 15년, 아버지로 25년 가량 살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던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그분은 돌아가셨다. 그 나이보다 더 나이 먹은 내가, 지금의 나보다 어렸을 아버지를 그리워 목이 멘다. 아내와 다섯 남매 두고 어이 가셨을꼬? 아비 부재가 드리운 어둠은 가족에게 시커먼 먹구름 되었다. 오래도록 비가 되어 내린다, 아직도.
반대편에서는 아비 지우기가 일평생 과제인 이들도 있다. 소년재판을 받고 6개월 동안 위탁 가정에서 생활하는 위기 청소년들을 매주 만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임을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무관심과 무능력, 폭력의 희생양이다. 내가 ‘없는 아비’가 그리워 찾아 헤맸다면, 이들에게 ‘있는 아비’는 가룟 유다처럼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하여, 부모로 상징되는 기성 질서와 권위를 온몸으로 거부한다. 나나 그들이나 우리 모두 아비 부재 아니면 아비 독재로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