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하는 피해자,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다. 아동학대가 잘 드러나지 않는 ‘암수범죄’가 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아이는 너무도 어려서, 어떤 아이는 가해자가 무서워서, 어떤 아이는 두려움 끝에 용기 내려 해도 기댈 곳을 찾지 못해 끝내 피해를 말하거나 알리지 못한다. 그 사이, 어떤 아이들의 목소리는 어른들에 의해 쉽사리 왜곡되거나, 대체된다.
취재진이 전수조사했던 아동학대 판결문 1,406건 속 아이들이 그랬다. 아버지에게 학대당해 숨진 10개월 아기를 대신해 어머니는 선처를 탄원했고, 할아버지에게 수년 동안 성적 학대를 당한 손녀는 피해를 알리지 못하도록 가족들로부터 회유를 받았고, 운동부 코치에게 수십 차례 학대당한 10대 선수들은 어렵사리 피해를 알렸지만, 진로를 걱정한 주변의 설득에 진술을 바꾸거나 대가 없이 합의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말하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KBS 아동학대 특별취재팀은 굿네이버스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을 통해 학대 피해로 쉼터에서 보호받는 10대 아이들과 어른이 되고도 어린 시절 학대의 아픔을 지우지 못한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심경을 물었다. 11명의 아이가 취재진이 보낸 질문지에 손 글씨로 답해줬고, 학대 피해를 겪고 어른이 된 3명은 서면과 통화 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아동학대인 줄도 몰랐어요.”…아이들은 스스로 피해를 깨닫기까지도 수년이 걸렸다.
수년간 반복된 학대 속에 커간 아이들은 자신이 학대받는다는 사실조차 인지하기 어려웠다. 아이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하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고, 두려움에 떨다가 피해가 심각해지고서야 스스로 경찰이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