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집과 아이들>
모두 잘 지내고 있나요. 동팔랑입니다. 나무방에 졸업 축하 인사라도 전하려고 찾아왔어요.
저는 잘 지냅니다. 다은이가 잠자리에 들면 내 친구 넷플릭스를 만나러 갑니다. 테라 캔맥주가 빠질 수 없죠. 영화 보느라, 취하느라 밤 깊은 줄을 모르는 날이 이어집니다. 유튜브에서 옛날 가수의 공연영상을 보는 것도 즐깁니다. 어제는 데이브 브루백이라는 재즈음악가의 ‘TAKE FIVE’라는 연주곡 영상에 푹 빠져 있었죠.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 보니 서태지와 아이들의 같은 제목 노래가 뜨지 뭡니까. 봤죠. 보고 또 봅니다. ‘난 알아요’ 부터 은퇴까지를 정주행하고 말았네요. 하여가, 컴백홈, 우리들만의 추억, 교실이데아… 전주만 들어도 제목이 탁 떠오릅니다. 춤동작도 생각났지만 차마 따라할 수는 없었어요. 신기하더라고요. 내내 기분이 좋았어요. 추억의 힘이겠죠. 가슴 뜨겁던 어린 시절을 추억케 하는 데에 그 때 노래만큼 강력한 방아쇠가 또 어디 있겠어요. 풋사랑의 아렸던 기억까지를 소환하고 나서야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가 넘었더군요. 몸이 전같지 않아 추억 여행도 제법 피곤한 일입니다. 지금껏 흐느적거립니다.
문득 성미산집과 아이들 생각이 났어요. 졸업한 지 이제 1년밖에 안됐는데, 먼 기억 속 일처럼 느껴지네요. 코로나 탓일겁니다. 곱씹어보니 따뜻한 추억이에요. 휘청거릴때마다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빈틈 많은 나같은 사람을 환대해 준 아이들과 아마들이 참 고맙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거웠죠. 우당탕탕,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간 적이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참 재미난 기억입니다. 지난 모든 일은 지금을 사는 힘이 됩니다. 곧 졸업하고 터전을 떠나는 아이와 아마들은 어떤 추억을 남겼을 지 참 궁금하더라고요. 졸업식에 가고 싶은 이유였죠. 누군가 울먹이는 모습도, 훌쩍 자란 아이들 씩씩한 택견 몸짓도, 빠른 박자에 맞춰 허우적대는 춤공연도 눈 앞에서 보고 사진으로도 남기고 싶었습니다. 아쉽네요. 직접 축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큽니다. 받은 걸 돌려주지 못해 체한 느낌이에요. 쉽지 않은 시기에 터전을 잘 일궜다고 건너 들었습니다. 종종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밝았고요. 고마운 선생님들이 또 한 해 애쓰셨을겁니다. 아이도 아마도 좋은 추억 많이 남겼을거라 믿습니다. 졸업 축하해요, 나무방.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뻔한 인사가 된지 오래됐습니다. 요즘엔 코로나 끝나면 얼굴 보자,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그렇더군요. 아무리 빈말이라도 자주 하다 보면 그 말에 무게가 좀 실릴 거라고 생각해요. 어울려 밥 한 번(실은 술 한 잔) 먹는 날을 여잔히 기다립니다. 좁아 터진 터전 마루에 복작복작 모여 음식을 나누고, 웃음 더하는 날을 기대합니다. 잊지 말고 불러주세요. 리멤버 미, 작년 졸업식 날 흐르던 그 노랫말처럼 말이에요. 내일 졸업식 유튜브 채팅창에서 만나요.
https://youtu.be/LkePuOsweuU
첫댓글 와. 동팔랑이다. 반가워요. 고마워요. 우리 또 만나요~
동팔랑 고맙습니다 ^^
사진처럼 따뜻하고 사랑넘치는 글~ 기억하고 말구요~ 밥 한번 먹어요 ^^
오랜만에 글 반가워요~~~~
졸업식날 다은이랑 동팔랑 보니
너무 좋더라구요!
역시 선배들은 든든해~~
ㅜ ㅡ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