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제목부터 뜨악하게 하는 옛이야기에 대한 저의 고민을 나눕니다. 저와 비슷한 의문이나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계실거라 생각되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옛이야기에는 권선징악에 입체적이지 않은 단순한 캐릭터, 가부장적이고 성평등하지 못한 주제와 내용이 많습니다. 전설이나 신화를 기반으로 하니 비현실적인건 말할것도 없지요(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건 어른의 시선이지만)
우선, 어른들의 염려와 다르게 옛이야기가 가진 단순하고 과장된 이야기구조는 어린 아이들에게 도덕심을 기르게하고 이야기를 상상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고 해요. 그리고 아이들은 10살쯤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생기고 '이건 왜 이렇지?'하고 스스로 의문을 품게 된다 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말고 이야기의 합리성을 너무 따지지 말라합니다. (여전히 저는 문제적이다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옛이야기를 계속 하는 이유는 뭘까요.. 교사회 이야기자료집 앞에 있었던 것 같은데 대충봐서; 저의 생각들을 일단 풀어봅니다.
옛이야기는 농사를 기반으로 하여 자연을 경외시하고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 전통과 문화, 삶을 반영하고 있고 지금은 잘 쓰지않는 재미있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이야기 구성은 아마도 구전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재밌는 요소들만 구전되어 전해내려온 것은 아닐까싶기도 해요. 이야기를 녹음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있습니다. 참으로 단순한 이유로 웃음이 터지지요. 파도는 산이랑 누워서 파란부채 빨간부채 이야기를 기억나는만큼 해주더라구요. 산이랑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요. 어른이되어서도 몸이 기억하는 옛이야기는 어쩌면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구조 덕분에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십 수백년을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역사가 쌓인걸까요, 옛이야기는 분명 단순한데 깊이가 있고 따뜻합니다. 이야기에 모양이 있다면 푹신한 베개이거나 군밤 같을거에요. 분명 플라스틱은 아니겠지요. 맞아 그거야! 플라스틱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라 무해하게 느껴지는건 아닐지...? 이야기속에 마트나 비닐봉지나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사실 옛이야기(또는 그냥 이야기)의 핵심은 누군가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들려주고 듣는것이 쌍방으로 이루어지고 그야말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이야기가 끝없이 길어지고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는 시간과 목소리에 따뜻함을 느끼고 이야기를 상상하고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야기와 책은 엄연히 다르지만, 문제적 주제에 대해 이어보자면..
그림책에 대한 어떤 강의에서는 책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라, 이야기나 그림을 따로 해석해주지 마라, 때로 읽어주지말고 혼자 그림만 보게하라 합니다.
또 어떤 강의에서는(성인지감수성을 바탕으로 그림책 읽기) 성역할을 바꾸거나, 목소리를 성중립적으로 내기, 주인공의성별을 특정하지 않기 등 다르게 읽기 그리고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비판의식을 가르치라 합니다.
양쪽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견줄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림책과 이야기도 엄연히 다르지만, 여전히 이야기의 주제나 내용에 대해서는 고민스럽습니다.
산이 "켁 나 죽었어",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할때 처음엔 죽은거 아니고 아픈거야라고 고쳐줘야하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도 모르게 죽음에 대해 정의내리고 있었나봐요. 산이 너무 자동차만 가지고 놀아요. 다양하게 놀았으면 좋겠는데(자동차나 중장비가 사회적으로 갖는 남성성 상징성 때문에) 왜이럴까요.
첫 면담때에 이런 질문을 했었네요 하하.. 그때 쭈 펭귄이 해주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무언가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로 좋은거에요.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어쩌면 제가 모든것을 너무 머리로 해석하려 하는건 아닌지...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좋아서 하는 것들에서 너무 의미를 찾는건 아닌지.. 그래서 어른들이 노는방법을 모르고 상상하지 못하고 놀이를 하지 못하는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냥 그렇다규우..
여튼 무지무지 재밌고 사랑스런~ 아마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옛이야기 열두편이 내일 드디어 올라갑니다!! 두둥!!!! 기대하시라!
첫댓글 소중하고 즐거운 프로젝트 제안해 줘 고마워요! 가지의 고민도 한편 이해가 되어요. 가지는 글도 잘 쓰는구려. 가끔 우리 너무 심각하고 진중해서 탈! 이야기는 이야기일뿐~~~~
고마워요 곰곰~^^
이야기는 수백년의 시간이 갖는 힘만으로도 대단한듯 ㅎ! 어쩜 그런 생존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고민 잔뜩 좋은 글 잘 봤어요 가지!
이것도 우리의 좋은 수다거리가 되겠구몬~~~~~
좋은 수다거리..^^
저도 많이 고민 되는 부분인데 이렇게 먼저 글로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
녹음하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견우와 직녀는 예전에 정말 제가 재밌어 하던 이야기였기도 했고..
실제로 7월 7일만 되면 비가 오나 기다리기도 했었거든요 ㅋㅋ
그때 뭐 까치는 도와줬는데 까마귀는 안도와줬네 어쩌네 이런 루머(?) 도 있었는데 제가 들었던 내용이었나 싶기도 했고 ㅋㅋㅋ
여튼! 프로젝트 너무 재밌었습니다!!!!
마자마자 저도 까마귀 루머 들었던 것 같아요ㅎㅎ 저는 미미의 "견우와 직녀!" 그 경쾌한 시작을 좋아합니다 다음에 또 같이 녹음하고 이야기나눠요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