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졸업조합원 술빛(승준이아빠)께서 탄원서 내용으로 써주신 글입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동의하에 게시합니다.**
-아이들에게 '숨' 쉴 수 있는 작은 흙땅을 허락해 주세요-
"터전에 마당은 '숨' 같은 거야. 답답할 때 나오면 숨쉬기가 편하거든"
공동육아를 경험하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큰아들에게 "터전에선 마당이 어떤 곳이야?"라고 물었을 때의 대답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지만, 이 아이에게도 마당은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던 모양입니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성미산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숨'과도 같은 마당을 지켜줄 수 있도록 호소하고 있습니다. 생업으로 바쁜 부모들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숨'을 지켜주고 싶어서입니다.
웨일스 출신 영국 수상 데이빗 로이드 조지는 "놀 권리는 어린이가 공동체에서 처음으로 요구할수 있는 권리다. 놀이는 자연에서 삶을 배우는 방법이며, 어떤 공동체도 이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권리를 침해하면 시민의 몸과 마음에 치유할 수 없는 해를 가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국내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생에게 "남의 아파트 놀이터에 오면 도둑이고, 너희들은 커서 큰 도독이 되어 감옥에 갈 것이다"라고 말한 입주민 회장이 아동학대 및 협박 혐의고 검찰에 송치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산과 들에서 뛰어놀아야 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신나게 놀이터나 동네 공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누구나 저절로 미소가 띄워 집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안전한 마을과 따뜻한 이웃, 충분한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나 빌라같은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곳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층간소음 우려로 어려서부터 발소리를 죽여야만 합니다. 동네 작은 골목길을 질주하는 차량, 오토바이, 트럭들은 우리 아이들을 맘놓고 뛰게하는 대신 언제나 긴장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조차 어른들의 음주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옆 동네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도둑 취급을 받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게 뛰놀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일 겁니다. 지상에 차가 다니지 못해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파트 가격이 더 비싼 것도 이런 이유가 일부 작용하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그 아파트의 놀이터는 입주민 외의 아이들에게도 열려 있지는 않겠지요.
공동육아에서는 어린이집을 '터전'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에게 '터전'은 제2의 집과 같은 곳입니다. 때로는 선생님들을 부모보다 편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마당은 터전의 허파와 같은 곳입니다. 변변한 놀이기구 하나 없는, 20평도 되지 않는 흙땅에 불과하지만 여름에는 수영장이 되고, 겨울에는 썰매장이 됩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맘놓고 물장난, 눈장난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실내에서 답답해진 아이들이 큰 숨을 한 번 내쉴 수 있는 곳입니다.
어른들의 욕심과 사정이 아이들의 '숨'을 뺏지 않게 되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마당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아직은 우리 사회가, 우리 마을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한 작은 흙땅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아이들이 주위를 경계하지 않고 놀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이 허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터전에는 마당이 있다"고 말 할 수 있도록 관대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흐어~~~ㅠㅠ 읽고 있자니 울컥 하네요.! 판사님께도 이 마음이 꼭 전달되길!!!ㅠㅠ
너무 좋네요ㅠ 판사님이 꼭 읽어주시기를🙏🏻
마당은 숨 :)
코로나로 세상이 닫혔을 때, 더 소중했죠. 우리 마당.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