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그날이 왔네요. 공동육아 마지막 날이.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우선 선생님들께. 우리 선율이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졸업식날 오전이었어요. 오랜만에 오전 9시 넘어 등원했어요. 1층에서 달팽이와 쭈가 웃으면서 율이한테 한마디씩 했어요. 2층에선 다른 선생님들이 율이를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아이를 대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터전을 나오면서 울컥했어요.
율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등원했고, 가장 늦게 하원했어요. 선생님들의 그 마음 덕분에 율이가 터전에서 잘 컸습니다. 그 마음을 오래토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율이를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아마들, 아니 친구들에게도 인사를 건넵니다.
터전에 처음 왔을 때가 떠오릅니다. 처음 간 모꼬지와 소위모임에서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내가 여기서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많은 아마들이 제게 말도 걸어주고, 집에 초대도 해줬어요. 그러면서 아이만의 터전이 아니라, 우리의 터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들과 만나는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지난해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터전 1년 더 다니고 싶다.” 2021년에는 터전 생활 정말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야속했습니다. 터전에 늦게 온 게 참 아쉬웠습니다. 냉금한테 둘째 얘기를 몇 번 꺼냈지만, 혼구녕만 났습니다.
저희 집에 초대를 못한 아마가 많습니다. 더 친해지고 싶은 아마들도 많았습니다. 용기, 품, 시간을 더 내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립니다. 코로나19가 잦아들 초여름의 어느 날, 터전 앞을 서성이다 마주치는 아마들에게 우연찮게 만난 것처럼 반갑게 ‘번개 마실’을 제안할지도 모르겠네요.
올해 우리 터전에서는 얼마나 많은 웃음소리가 들릴까요. 아이들은 참 열심히 뛰어놀고, 아마들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겠지요. 부럽습니다. 우리 터전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터전살이 하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될 신입 아마들도 있겠지요? 지난해 등원을 결정하신 분들은 저와 면담을 했었지요. 그때 제가 우리 터전에 오시면, 아이도 아마도 모두 행복하게 될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올해 졸업조합원도 참여하는 행사가 있겠지요. 그때 “그 말이 맞았어요”라는 말을 하시게 될 거예요. 잘 오셨어요! 공동육아의 시작을 축하드려요! (터전살이를 더욱 즐겁게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참여하고, 시간을 내고, 품을 낸 만큼 터전살이가 더 즐겁답니다.)
글을 끝내고 싶지 않네요.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잡아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겠지요.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방금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졌어요. 숨을 가다듬고, 감정을 추스르고, 마지막 말을 전합니다.
터전에서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공동육아 성미산어린이집의 모든 가족들 고맙습니다. 모두들, 안녕히!
PS – 우리가 마지막으로 터전 거실에 모두 모였던 건 2019년 해보내기 잔치 때입니다. 얼른 코로나19가 물러가고, 거실에 모두 모여 잔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날의 사진을 올립니다.
첫댓글 2021년 해보내기 잔치는 꼭 이렇게되길. 꼭 놀러와요~
함께 해서 따뜻했어요~
마을에서 반갑게 만나요!
케찰코 작년에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해요. 마을에서 또 반갑게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