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도전의 시작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대학교에 합격한 후, 학업과 현장경험을 꾸준히 쌓아왔습니다. 그러던 2006년, 자원봉사 활동 중 학교에도 사회복지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학교사회복지’라는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당시 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지역 기반 사업의 보조진행자로 참여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를 방문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학교사회복지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졌습니다. 집 근처에 있던 모교를 직접 찾아가 봉사활동을 자청했고, 이듬해에는 1년 동안 주 2회씩 학교사회복지 실습을 이어갔습니다. 인근 여러 학교와 함께하는 공동 실습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난 실무자 선생님들의 열정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격주 토요일마다 학교에 모여 학교사회복지사로서 갖춰야 할 지식들을 공부하곤 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도서 『빈곤가족과 일하기』를 읽고 나누었던 책 모임 시간입니다. 어느덧 1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구체적인 내용은 흐릿해졌지만, 실습생들과 지도자 선생님이 모여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어렵고도 중요한 주제를 나누며 실천 지식을 쌓아가던 그 현장의 분위기만큼은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불안한 시기에도 실습 지도하며 후배들을 키워내던 선배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학교사회복지 명맥이 유지되고 있나 봅니다.
저는 배운 것을 성실히 하는 사람입니다. 현장 경력 3년 이상 실무자라면 실습 지도를 해야 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정말 4년 차가 되던 2011년에 첫 실습 지도를 시작했습니다. 실습을 준비하며 사회복지사협회 실습지도자 연수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타 실습기관과 달리 혼자 근무하는 학교사회복지영역에서의 실습지도는 부담스럽고 막막합니다.
감사하게도 서울학교사회복지사협회에서 공동 실습학교를 모집해 실습 지도자 교육과 실습생 교육을 맡아 주셨습니다. 그 과정 속 먼저 길을 간 선배들을 보고 배우며 지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내가 혼자 일하는 복지실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 큰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넘어 실습생에게 얕보이지 말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습니다. 돌아보면 뭘 그렇까지 날카롭게 살았을까 싶습니다. 나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인정하기에는 어린 나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의 첫 실습생이었던 엄00 선생님은 서울지역 교육복지 거점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엄00 선생님도 벌써 10년 차가 훌쩍 넘은 배테랑이 되었습니다. 가끔 연수나 모임에서 만나면 밝은 미소로 다가와 인사합니다.
“천화현 선생님께 실습받았어요. 제 슈퍼바이저예요.”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의 관계를 소개할 때면, 전 그때마다 어디론가 숨고 싶은 정도로 부끄러워집니다. 뭘 모르는 초보 지도자였던 시절이라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보다 미안함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선배들의 가르침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욕과 후배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과한 책임감에 열정만 앞세운 시간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나 자신조차 다듬어지지 않았던 철없던 시절의 그야말로 ‘겁 없는 도전’이었습니다.
‘무식이 용감’이라고 때로는 잘 몰랐기에 용기 낼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지도는 허술했을지언정 진심을 기울였던 그 시절의 성장통이 없었다면 지금 수련지도자까지 시도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의 시행착오 함께 견디며, 이제는 현장 어딘가에서 단단하게 제 몫을 다하고 있을 그때의 동지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