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듣는다.
지난주에 운전 면허 시험을 보려고 학원에 온 청년이 있었다. 신체검사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보건소에 데리고 가서 신체검사를 받게 했는데 눈 때문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 청년은 지금까지 안경을 쓰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급히 안경점에 데리고 가서 안경을 맞추게 했는데, 안경점에서 시력을 검사해 보니 한 쪽 눈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30분 이상 시력을 재고 가장 적합한 안경알을 골랐다. 그리고 임시로 최대한 볼 수 있게 만들어서 보건소로 다시 가서 겨우 신체검사를 통과 했다. 인간은 모든 정보의 90% 이상을 눈으로 받아들인다. 운전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세심히 살펴 볼 수 있어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시력이 좋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나이가 50세가 가까워지니 눈이 침침해 졌다. 예전에는 책을 볼 때 아주 잘 보였는데, 지금은 책을 가까이에서 보면 흐리게 보여서 좀 떨어뜨려 놓고 봐야 보인다. 그러나 육체의 눈은 점점 어두워져 가도 마음의 눈은 점점 더 밝아진다.
우리가 사람을 사귈 때도 그들의 말만 들어서는 그를 잘 모른다. 사기꾼들은 말로 사람을 속인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말을 듣는 것보다 그를 오랜 시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천 개의 가면을 바꿔 쓰면서 다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맛있는 김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배추가 다섯 번이나 죽어야 한다고 한다.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죽고, 배추통이 갈라지면서 또 죽고, 소금에 절여질 때 다시 죽고, 매운 고추와 짠 젓갈에 범벅돼서 또 다시 죽고, 마지막으로 김치 독에 담겨 땅에 묻히면서 죽어야 한다. 그렇게 다섯 번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내는 김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을 사귈 때도 여러 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 발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