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복하지 못하면 내일도 행복하지 못하다. 사람은 항상 오늘을 살기 때문이다. 오늘을 불행하게 보내는 사람이 내일이 와도 행복하게 지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행복한 사람만, 저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사실 우리는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하여 걱정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다.
작년 최고의 히트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명대사 중에서 “아들아, 넌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대사가 있다. 그러나 사람이 계획을 세우지만 늘 계획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방학이 시잘 될 때면 꼭 방학계획표를 짜서 선생님에게 제출했다. 방학 중 하루 계획표를 짜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 일단 일어나는 시간을 정하고 자는 시간을 정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침 밥, 점심 밥, 저녁 밥이라는 항목을 넣는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국어, 국사, 산수, 사회, 과학 등의 과목들을 끼워 넣으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할 시간도 조미료로 좀 넣으면 좋다. 그렇게 방학 중 일과표를 짜면서 꼭 지킬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방학이 시작된 첫 날부터 늦게 일어났고, 운동은 당연히 안갔고, 첫 날에 세수는 겨우 했지만, 세수하고 나니 좋려서 공부고 뭐고 엎드려서 자버렸다. 방학이 다 끝날 때까지 계획표대로 된 날을 하루도 없었다.
어제 저녁에 아이들과 함께 시내로 산책을 나갔다. 구정 당일이라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적었다. 외출을 나온 군인들은 고향을 방문하지는 못하고 증평 시내를 배회하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가게나 빵가게, 커피숍, 편의점, 피자 가게는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모든 가게들이 한산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가게가 있었다. 홀에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가게는 복권을 파는 가게였다. 구정의 새해를 맞아 올해는 복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복권을 사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토토를 하는 것을 보았다. 운동 경기의 승패를 예상하고 돈을 거는 것이다. 그 놀이에 빠지면 잠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스포츠 TV를 켜고 운동 경기를 보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공은 둥글어서 몇 대 몇으로 이기거나 질지, 어느 팀이 이기고 어느 팀이 질지, 혹은 비길지 맞추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계속 하다 보면 간혹 한 번 씩 10만원을 벌기도 하고, 50만원을 벌기도 하지만, 계속 건 돈에 비하면 따는 돈은 너무 적은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예상이 맞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예상은 대부분 틀린다.
1972년 2월, 자유주의 진영의 선두인 미국과 공산주의 진영의 선두인 중국이 아직 적대적일 때, 미국 대통령 닉슨은 중국을 전격 방문하여 모택동과 저우언라이 수상과 정상 회담을 했다. 그로써 세계 정세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 일이 있기 전 어떤 학자가 실험을 했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직전에 사람들에게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예측해 보라고 했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성공적일 것이라고 예상했고, 어떤 사람들은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과는 닉슨의 중국 방문은 성공적이었다. 학자는 예측에 실패 했던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예측한 것에 대하여 말해 보라고 했다. 그러자 그들은 놀랍게도 자신은 닉슨의 중국 방문이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뭔가 기억의 오류가 생긴 것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벌어지는 일들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예상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광고에 이런 말이 나왔다. “인간은 하루에 150번 선택을 한다.” 그런데 150번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을 하며 사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금 일어날까, 조금 더 잘까 고민하며 선택을 한다. 일어나서 이를 먼저 닦을까, 세수를 먼저 할까 고민하며 선택한다.
어제 우리 가족은 피자 가게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피자를 한 판 시켜서 나누어 먹으려고 들어갔으나, 메뉴 판을 보는 순간 어떤 것을 얼마나 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한참 토론을 벌여야 했다. 연휴 기간이라 피자 뷔페를 먹기에는 돈이 너무 비쌌고, 빵을 몇 개를 시켜야 할지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가 결국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시키고 말았다. 그러다가 다기 음식 주문을 재조정하면서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음식점에 가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데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중국집에 가면 짬뽕을 먹을까 짜장면을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중국집에서는 그 고민을 덜어 주려고 짜장면 반 짬뽕 반이 나오는 짬짜면이라는 이상한 매유를 만들어 내어 팔기도 한다. 선택 한다는 것은 항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그래서 아무 거나족들도 있다. 선택하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하여 음식점에 가도 아무 거나 주세요, 드라이브를 가도 아무 데나 가세요,... 뭐 그런 식이다.
여자들은 외출하기 전에 이 옷을 입을까, 저 옷을 입을까 큰 고민을 하면서 옷을 바꿔 입어보고, 손가방은 무엇을 들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외출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길거리를 다닐 때, 버스를 탔을 때 사람들이 자신만 바라본다는 착각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입고 외출을 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는 생각에 불편해 한다. 그런 심리를 스포트라이트 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아무 거나 입고 나가도 사람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아침 먹다가 깍두기 국물이 옷에 튀어 있어도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기 외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을 꾸미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하며 옷을 선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고민과 선택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지금 잘까, 좀 더 버티다 잘까 고민하다가 하루가 끝나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 동안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고민하고 선택하며 살고 있는데, 내일 것까지 고민하면 머리 용량이 부족해서 스트레스가 폭발하게 된다. 예수님은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이솝 이야기 한 편 소개한다.
개 한 마리가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입에 물고 강에 놓인 다리 위를 건너가고 있었다. 다리 한복판에 이른 그 개는 무심코 물속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거기에 자기가 갖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고깃덩어리를 문 또 한 마리의 개가 있었다. 개는 물속에 있는 개가 자기의 모습이 비친 그림자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래서 물속에 있는 개의 고기가 탐이 나서 입을 크게 벌리고 짖어 대었다. "멍멍! 그 고깃덩어리를 냉큼 내놓지 못할까?" 개가 이렇게 짖어 대는 바람에 입에 물고 있던 고깃덩어리가 '첨벙' 소리를 내며 강물에 떨어졌다. 그리고 물속에 있던 개와 자기의 고깃덩어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욕심을 부리다가 자기가 입에 물고 있던 고기마저 잃은 그 개는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갔다. 개는 자신이 물고 있는 고기는 지금 먹고, 물 속에 있는 개가 물고 있는 고기는 빼앗아서 다음에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개는 자신의 고기를 먼저 먹었어야 한다. 그리고 배부른 한 때를 보내다가 다시 배가 고파지면 먹을 것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런데 개는 먹을 것이 있는데도 다른 개의 먹을 것을 빼앗으려고 하다가 이미 가지고 있는 먹을 것도 놓쳐 버렸다.
내일을 걱정하다가 오늘을 망치는 사람들이 있다. 내일 걱정 때문에 오늘 쉬지 않고, 자지 않고, 먹지 않고, 쓰지 않고, 놀지 않고, 즐기지 않고, 끊임없이 뭔가를 모으기만 한다. 그러다가 오늘도 망치고 내일도 망친다. 오늘 모아놓은 것은 내일이 오면 없어질 것이다.